
좀비 바이러스로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계, 단 한 명의 생존자만이 남겨진 극한의 상황을 그린 뮤지컬 <더 라스트맨>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뉴욕과 도쿄에서의 리딩 공연을 시작으로 상하이 무대까지 진출하며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작품은 소극장 창작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확장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더 라스트맨>은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장르적 설정을 기반으로 하지만 단순한 생존 서사를 넘어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1인극이다. 배경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B-103 방공호. 외부와 단절된 이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단 한 명의 생존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극도의 고립감과 불안, 그리고 희미하게 남아 있는 희망 사이를 오간다. 작품은 이 인물의 심리적 균열과 변화를 독백 중심의 서사로 풀어낸다.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배우에 따라 달라지는 ‘생존자의 직업’ 설정이다.
같은 서사를 공유하면서도 각 배우는 서로 다른 직업적 배경과 삶의 맥락을 부여받아 캐릭터를 재구성한다. 이에 따라 대사, 행동, 사용되는 소품까지 세밀하게 변주되며 관객은 동일한 상황 속에서도 전혀 다른 정서와 시선을 경험하게 된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여러 개의 삶이 병치되는 구조는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힌다.
무대 연출 측면에서도 이 작품은 소극장이라는 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제한된 공간인 방공호를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동시에 조명과 음향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심리 상태를 시각·청각적으로 확장한다.
특히 일부 장면에서는 카메라를 활용해 배우의 얼굴과 시선을 실시간으로 확대·투사함으로써 관객이 생존자의 내면에 더욱 밀착해 접근하도록 만든다. 폐쇄된 공간에서 반복되는 일상과 점차 붕괴되는 정신 상태는 빛의 변화와 사운드 레이어로 표현되며, 단조로울 수 있는 1인극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또한 소품 역시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생존자의 기억과 과거를 환기하는 매개로 기능하며 배우의 움직임과 결합해 장면 전환 없이도 서사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이어가는 특징을 보인다.

이번 시즌에는 김지온, 홍승안, 김이후, 김찬종이 단 한 명의 생존자를 연기한다. 네 배우는 각기 다른 해석과 감정선으로 인물을 구축하며 고립된 인간의 내면을 각자의 방식으로 무대 위에 구현할 예정이다.
한편 관객들 사이에서는 작품의 몰입도가 높은 만큼 정서적으로 강한 자극을 준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극단적인 상황 설정과 인물의 심리 묘사가 밀도 높게 전개되기 때문에 일부 관객에게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후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동시에 작품이 감정의 깊이를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멸망 이후의 세계에 홀로 남겨진 한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고독과 희망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뮤지컬 <더 라스트맨>은 3월 24일부터 6월 7일까지 링크더스페이스 1관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