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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신지원의 여행 기록 (1)] Prologue: 헤맨 만큼 내 땅이다. [여행]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by 신지원 에디터
2026.04.01 10:58

 

 

2025년, 아니 내가 살아온 2N년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묻는다면,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지난 해 가을에 쌍둥이 효원과 함께 다녀왔던 58일 간의 유럽 배낭 여행을 꼽겠다.

 

우리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부모님 없이, 단 둘이 모든 계획과 짐을 짊어진 채 머나먼 대륙에 뚝 떨어지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약 두 달 간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직접 보고, 배우고, 부딪혔던 나의 첫 번째 여행 에세이이다.


이 에세이에는 여행 중 경험에 대한 주관적인 감상, 그리고 이따금 예비여행자들을 위한 소소한 팁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유독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잊혀지지 않는 여행의 풍경이 있었다. 그 장면들을 스케치로 남겨 함께 첨부했다. 때로 여행의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남길 걸,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하지만, 그러한 기록은 너무 상상과 미화의 여지가 없지 않나. 나는 글과 그림, 사진 조각을 꿰어 지난 여행을 한 땀 한 땀 추억해보고자 한다.

 

 

 

Prologue: 헤맨 만큼 내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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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기록에 앞서, 아주 짧게 여행 준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장기 유럽 여행, 이것만 있으면 다 된다?!’ 식으로 양념 팍팍 치며 정보 글을 쓸 재주는 없을 뿐더러, 뭐든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결국 당사자가 직접 가기 전까지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행과 정보가 너무나 보편화 된 시대이다. 30년 전에 정말 배낭 하나 메고 유럽에 다녀왔던 아빠는 ‘지도 책’을 보고 길을 찾았다고 한다. 요즘은 핸드폰만 있다면 누워서도 세계여행을 할 수 있다. 게다가 남극, 사막, 먼 타국의 오지 산골짜기도 여행할 수 있고, 이를 컨텐츠로도 만드는 시대인데, 하물며 유럽은 그 중에서도 아주 기본으로 치는 관광의 성지 아닌가.

 

물론, 우리의 여행 역시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경험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여행을 떠났던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그게 뭐가 되었든,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필 그 날 박물관에 도둑이 들어 파리에 왔는데 루브르를 가지 못했던 때의 당혹감. 여행 중 한 번도 소매치기 당하지 않고, 기차도 딱 한 번 밖에 놓치지 않았다는 뿌듯함. 그리고 루드비히 미술관에서 이브 클라인의 블루 모노크롬을 처음 보았던 순간의 감정은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이러한 경험과 감정은 내가 사는 선 밖으로 나와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겪지 못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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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안과 설렘의 마음가짐, 안전함과 익숙함에서 한 발짝 내딛을 용기만 있다면 여행 준비는 충분하다. 물론 우리는 두 달을 위해 8개월 이상의 시간동안 가늘고 길게 모든 동선과 일정을 짜고 숙소와 관광을 예약했다. 하지만 이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그것이 완벽한지 아닌지, 혹은 아예 쓸모가 없는 것일지 모른다.

 

실제로 우리는 꽤 광적으로 유럽 전역의 갈 만한 식당을 모조리 찾아 두었는데, 여행 첫 날 더블린 시내의 찜 해둔 펍에 들어갔다가 본 체 만 체 하는 무뚝뚝한 주인장에 겁을 먹고 쫓겨나듯 숙소로 돌아와 물 한 모금 마시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방법과 계획에는 정답은 없으니, 여권과 전자여행허가(ETIAS), e-SIM, 여행용 카드만 잘 챙겼다면 ‘헤맨 만큼 내 땅이다’라는 마음 가짐으로 떠나면 된다. 어차피 현실감 없이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나면, 어떻게 되든 두 달간 두 발 딛고 선 이 낯선 땅에서 생존해야만 한다.

 

헤맨 만큼 내 땅이다. 그러니 준비는 끝내고 익숙함 너머, 경계선 밖으로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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