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영화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고 왔다. 본래 우주와 관련된 작품들을 매우 좋아하기에 보면서 내내 눈물과 웃음을 멈출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후에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대한 오피니언도 기고해볼 예정이다.)
작 중 초반에 막 깨어나 기억이 혼미한 그레이스 박사(라이언 고슬링)가 '나는 누구인가? (Who am I?)'라고 화이트보드에 적는 장면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기억의 조각을 찾아가는 그는 자신의 취향, 취미, 특기, 인간 관계 등 다양한 것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명쾌하게 '저는 이러한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흘러가는 대로 살아서 그런지 스스로에게 나를 설명하려니 쉽사리 나를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레이스 박사가 그렇듯, 우리를 정의하는 건 명확히 하나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정말 많은 외부적/내부적 요소가 작용한다. 그래서 나도 영화 속 그레이스 박사처럼, 기억의 조각을 하나씩 꺼내보며 나를 소개해보고 싶다, 그렇기에 조금 두서없이 나를 표현하는 글이 될 것 같다.
나는 2025년에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2026년 2월부터는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로서 오피니언을 기고한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이기에 이것저것 많이 손대는 사람이기도 한다. 손대는 컨텐츠는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공예, 제작, 편집, 현장...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만, 깊게 배우진 않는 것이 나의 단점인 것 같다. 수박 겉핥기식 배움을 이겨내고 더 나아가고 싶다.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재미있게도 나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왔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우연히 집 근처의 여자 중학교와 여자 고등학교를 차례로 진학하게 되었는데, 그러자 '대학교도 여자 대학교로 가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여자 대학을 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한 치의 후회도 없는 만족스러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공학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남녀공학 대학교를 다니는 친구네의 축제를 구경하거나 밖에서 강의를 구경하며 간접 경험을 했고 이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나는 맛있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걸 좋아한다. 어느 날은 하루에 한 곡을 100번 넘게 다시 들은 적도 있었다. 질릴 때까지 들으며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 큰 행복감을 느낀다. 특히 영화나 게임, 드라마의 OST를 들으며 그 노래가 나온 장면을 상상할 때를 좋아한다. 가끔씩 벅차오르기도 하는 그 감정이 무척 좋은 것 같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뭐든 빠르게 질리는 편인 나지만 머릿속에 한번 꽂힌 무언가는 잊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것을 생각하며 행복해한다.
올해 1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Project 당신] 시리즈 중 [버킷리스트]에 참여했었다. 당시 버킷리스트에 적혀있던 것들을 내가 과연 이룰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놀랍게도 버킷리스트를 적은 이후 나의 생활 습관은 눈에 띄게 개선되었고 목표 의식이 생겨 하루하루를 벅차게 살아가게 되었다. 단순히 하루를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루를 '이용'하기 시작하자 나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꾸준한 런닝과 크로키를 하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책을 조금이라도 읽기 위해 항상 옆에 끼고 살아가고 있다. (아직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내가 처음 학원 강사를 했을 때, 당장 영어 선생이 필요한 학원에서 나를 채용했었다. 본래 학원 선생을 하며 살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었다. 영어를 가르치게 되어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조우했고 처음 시작한 선생 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지식을 뽐내는 걸 좋아하다보니 즐겁게 강사 일을 할 수 있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에 맞게, 학원 선생으로 자리잡을 생각을 못해보았던 내가 지금은 선생으로 자리잡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 나는 가르치기 위한 추가적인 공부를 무척 즐겁게 했다. 때문에 앞으로의 인생 흐름이 너무 기대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정리하자면...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고, 좋은 습관을 가지려고 하는 나인 것 같다. 작심삼일이라는 사자성어의 표본처럼 나는 꾸준히 무언가 하는 것을 어려워했는데, 적절한 외부적 요소들이 주는 부담감과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내부적 요소가 결합되어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나는 어떤 모습이 될 지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변화'를 추구하는 내가 되고 싶다는 것.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은 만족스럽지 않다.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한 내가 되어가는 것이 나의 목표이자, 현재의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