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기 탐구 에세이 시리즈 ‘The person’을 연재하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게 장점이든 단점이든 그건 중요치 않았고, 그저 가감 없이 파헤쳐야 했다.
많은 사람이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어려워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달랐다. 회사에 제출할 자기소개서를 잘 쓰는 건 나도 버겁지만, 적어도 사적인 나를 드러내는 일은 그보다 몇 배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만큼 나는 나의 세계를 겉으로 꺼내 보이는 일을 어려워해 왔다.
그래서 이번 글은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담았다. 내가 본 나, 내가 좋아하는 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1. 주어진 책임을 내 힘으로 완수하는 감각을 좋아한다. 일이든 인간관계든 나에게 주어진 일은 어떤 방법을 쓰든 해내야 직성이 풀린다. 특히 목표가 명확하게 정해진 경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상황을 좋아한다.
아마도 그런 상황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인정 욕구가 더 커서 결과만 바라보는 사람처럼 살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 과정에서 힘을 내는 나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2. 타인의 세계를 탐험하는 일을 좋아한다. 사람 한 명 한 명이 가진 그들만의 고유한 작동 원리에 관심이 많다. 그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삶의 목표, 생각, 관점들이 그들을 어떤 행동으로 이끄는지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덕분에 학창 시절 마음이 맞았던 친구들과는 지금까지도 인연이 이어진다. 어른이 되며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 길이 어떻게 뻗어나가는지 지켜보는 것이 나에게는 오래된 관심사다.
3. 순발력이 필요한 활동과 실시간 반응의 흐름을 좋아한다. 말장난이나 농담 같은 순간적인 언어의 교환을 좋아하고, 누군가를 웃기면 묘한 보람을 느낀다. 특별히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서 다른 사람을 웃기는 일을 좋아한다. 가끔은 이런 점이 사회에서는 예의 없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동시에 당면한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나에 대한 회고가 자기연민에서 끝나지 않고, 더 나은 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피드백으로 사용되기를 바란다.
4. 무던하고 단단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주어진 것을 그대로 짊어지고 앞으로 꿋꿋하게 나아가는 사람들에 자주 이입한다. 모든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남을 탓하거나 공격하지도 않으며, 그저 자신의 앞에 주어진 일을 자신의 방식대로 이끌어가는 유형의 사람을 특별히 더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데, 가끔 나약한 부분을 솔직히 털어놓는 순간이 오면 묘하게 귀엽다고 느낀다. 나는 그런 ‘귀여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5. 오롯이 혼자 몰입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도심 속 공원을 즐겨 찾는 것도 그 때문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풍경에만 집중하는 순간, 마치 세상에 나만 존재하는 듯한 평온이 찾아온다.
그래서 아무리 유명한 카페라도 공간이 좁고 사람이 많으면 망설여진다. 카페는 휴식의 공간이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비교적 외진 곳에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방문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 거기에 좋아하는 빵이나 디저트를 곁들이는 순간이 내게는 가장 완벽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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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다 보니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 글에 다 담지 못한 것들이 너무도 많다. 글로 정리하며 일상에서 어렴풋이 느껴졌던 긍정적 감각들이 구조화되니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아직은 이런 작업이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결국 자기소개를 잘한다는 건 나를 타인에게 설명하는 기술이 아니라, 내가 나를 이해하는 능력에 가깝다. 나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세상에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관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앞으로의 내 과제는 단순하다.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정확한 언어로 꺼내는 것. 그것이 나의 다음 미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