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글 입력 2022.11.2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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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를 소개할 일이 적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생각보다 빨리 깨졌다. 운 좋게 듣고 싶었던 교양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는데 강의 첫 과제가 자기소개 준비해오기였다. 시간은 1분. 나름대로 준비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차례가 오니 머릿속에서 정리된 것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졸업반이 되어도 자기소개는 긴장되는구나.

 

 

 

어물어물 불긋불긋


 

매년 새 학기가 되면 해야 하는 자기소개가 나는 부담스러웠다.

 

아예 모르는 사람들만 있었다면 빨리 끝낼 수 있었겠지만, 아는 사람들이 섞여 있다 보니 그들이 웃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서른 쌍 정도의 수많은 시선을 받다 받으며 어물어물 발음은 뭉개지고 바들바들 떨며 새빨개진 얼굴로 자기소개를 끝내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지나갔다는 안도감에 내가 했던 말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칠판 앞에서 발표로 하지 않으면 자기소개서를 쓰곤 했는데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자기소개서를 채워나가는데 좋아하는 음식에 '사과'라고 써서 냈는데 그게 마음에 걸렸다. 사과를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이걸 남에게 소개할 정도로 특히 좋아하는가? 그건 또 아니었다. 써서 낼 때는 그게 좋았지만, 사람의 취향이라는 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가.


 

 

사춘기 시절 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집에서의 모습, 학원에서의 모습, 친한 친구들과의 모습, 선생님 앞에서의 모습. 모든 내가 달랐다. 이것이 정말 나일까? 상황에 따라서 가면을 쓰고 행동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진정한 나는 어떤 모습인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은 나의 어떤 면을 보고 좋아해 주는 걸까. 내 다른 모습을 보면 실망해서 가버리지 않을까. 나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이 달라졌고 서로 다른 모습들의 간격에 이질감을 심하게 느꼈고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에게 나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지 보여준다면 얼마만큼 보여줘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부담감이 커지다 보니 자기소개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안다.


 

그 어떤 모습도 나라는 걸. 그 다른 모습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만들고 깊이를 더해준다는 걸. 만난 사람이 어떤 나를 원하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보여줘야 할지를. 때로는 그저 내가 편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기도 한다.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너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을 보여주는 법도 알게 되었다. 그랬더니 자기소개가 옛날만큼 부담스럽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수많은 내 모습 중 골라서 소개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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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마지막으로 자기소개해볼까?


 

영화보다는 가벼운 분위기의 단편 소설을 좋아합니다.

 

커피보다는 차를 좋아하고 재료를 가리기보다는 조리 방법에 따라 음식을 가리는 사람입니다. 사회를 향해 발걸음을 뗄 정도로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공룡과 동화책을 좋아합니다. 식물을 좋아하지만, 식물이 절 좋아하지 않아 항상 애를 먹습니다.

 

사석에서는 굼뜬 사람처럼 보이지만 일은 바지런히 잘합니다.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누구보다 재밌는 이야기를 가득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어디에서든 좋은 인연으로 만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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