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나는 참회의 심정으로 베개를 끌어안았다. 이럴 줄 알았어. 알면서도 나는 그런 선택을 한 거야... 아, 무슨 대단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오후 4시쯤 마신 카페라떼 한 잔이 가져온 후폭풍을 감당하느라 그랬다.
학생 때는 먹어도 먹어도 졸기만 한 커피였건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카페인에 매우 예민해졌다. 가벼운(?)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한 잔에도 금방 잠을 못 이루는 몸이 되어 버렸으니. 이토록 괴로울 수가!
어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카페에 갔다. 오늘은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닌 걸 알고 있다 괜히 스스로 위안해 보며 메뉴를 살폈다. 이성은 차를 선택하라 소리쳤지만, 본능은 카페라떼를 외쳤다. 뭐, 이 정도는 괜찮겠지. 우유가 카페인을 희석해 주지 않겠어? 하하. 그런 말도 안 되는 합리화의 과정을 거쳐 결국 카페라떼를 시켰고, 한 잔을 몽땅 비웠다. 친구와 한시도 쉬지 않고 떠드느라 목이 계속 타들어갔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
그렇게 일과를 마치고, 12시쯤 침대에 누웠을까.
한 시간이 흘렀다.
맨 정신. 그러니까 정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고통에 대해서는 끝없이 말할 수 있다. 왜 잠이 안 오지?부터 시작한 물음은 온갖 잡생각을 데리고 들어오기 시작하고, 나는 그 생각의 감옥에 갇혀버린다. 내게 예정된 내일의 일정을 맞추려면 지금은 자야 돼. 10분 뒤... 그래. 좋아. 아직 늦지 않았어. 이제라도 자면 되는 거야. 또 10분 뒤... 생각 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아무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1시간 뒤.
내가 왜 잠을 못 자는 거지?
그쯤 되면 근본적인 의문 하나를 떠올린다. 기억을 돌이켜보자. 새벽 1시부터 다시 되감기. 그렇게 테이프를 돌리다 보면 결국 오후 4시에 저지른 내 최악의 선택이 재생된다. 그래, 실수로 시켜버린 사실 실수가 아니다 카페라떼 한 잔!
망했다. 그제야 나는 내가 오늘 카페라떼를 원샷 한 사실과, 새벽 1시까지도 말똥한 내 정신. 그리고 곧 7시 30분에 일어나야 한다는, 정해진 운명에 대한 탄식을 시작한다. 사실 그냥 참고 자면 되는걸, 또 복잡하게 얽힌 생각 창고를 열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만약 못 일어나면? 이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면 또 한동안 잠을 못 이룬다. 그야말로 악순환인 것이다.
뭐, 결론적으로 어떻게 됐냐 하면 나는 7시 30분에 문제없이 눈을 떴다. 정확히 몇 시에 잤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나는 내가 오늘 금방 잠에 들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일부러 시계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야 초조한 마음이 덜해지니까.

새벽의 나처럼, 누구에게나 잠 못 이루는 밤은 존재한다. 이건 숨 쉬는 일만큼 당연한 일.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한 날, 혹은 내일 너무 중요한 일이 있어 잠이 안 오는 날. 나 역시 커피가 아니더라도 금방 잠에 들지 못하는 날들이 있다.
그럴 때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불면은 모두의 난제다. 누가 명쾌한 답이라도 내려줬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조금 먼 일처럼 느껴지니, 나는 반대로 내가 금방 잠에 들었을 때를 돌이켜 본다.
가장 처음으로 떠오르는 것은 몇 년 전 운동을 시작했을 때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헬스장을 끊었다. 평생 운동은 바라보지도 않고 살던 내가 그 혹독한 근력 운동의 세계에 뛰어들었으니, 결과는 빤했다. 첫날에는 계단을 올라가는데 정말 다리가 후들거려서 난리가 났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서는 곧장 곯아떨어졌다.
눈을 뜨고는 아차 싶었다.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을 못 잘 텐데...라는 우려와 달리 밤에도 잘만 잤다. 그러니까 운동을 하고 난 뒤로는 하루에 두 번씩이나 잘 정도로 수면이 안정화(?) 된 것이다. 건강한 방식으로 피곤해진 몸은 사람이 금방 잠에 빠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당하고 알맞은 방식의 운동은 수면에도 꽤 도움이 됐다.
두 번째는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수면 유도 영상과 음악은 잘 맞지 않았다. 대신 지식 정보 채널을 켠다. 마치 학창 시절, 졸린 과학 수업을 간신히 버텼던 그 나날을 떠올리면서. 우주 관련 영상이나 동물 다큐를 들으면 똘망했던 정신이 금방 가라앉는다. 공부에 뜻이 없어서 그런가, 하하. 공부라면 질색이다 하지만 이것마저 통하지 않는 날이 있다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나의 경우, 그냥 빨리 포기해 버린다. 오늘은 글렀어. 이렇게 초조해 봤자 어차피 잠은 더 안 오고. 그러니 받아들이자. 그런 말똥한 정신으로 여러 세계를 탐험하기 시작한다. 과거의 조각을 꺼내어 나의 흑역사를 떠올려 보기도 하고, 이불킥! 내일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보기도 한다. 아침이면 떠오르지도 않을 여러 공상을 이어가기도 하고. 그래도 뭐 어쩌겠나. 잠 못 이루는 이런 밤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잠에 든다. 결국 잠에 든다는 것. 그걸 믿으며, 눈을 꾹 감고 기다린다. 어느 순간 눈을 떴을 땐, 다시 환한 아침이 찾아와 주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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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밝아온 아침이면 우리는 누군가한테 이렇게 인사하곤 한다. 안녕, 잘 잤어? 하고.
그럼 나는 어제 마신 커피 때문에 잠을 못 잤다고 투덜거리며 하루를 시작하겠지.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잘 잤냐 묻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간에 나는 당신의 평안한 잠을 온 맘 다해 응원한다. 정말 잘 잤기를 바라면서. 모두가 잘 자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오늘은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고로 오늘은 그리 괴롭지 않은 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내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