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나 ‘윤회’라는 단어가 좋다. 부처를 믿는다는 뜻은 아니고, 애초에 종교에는 관심이 없다. 정확히는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마음에 든다. 제 자리로 다시 돌아온다거나, 반복된다고 하는 것. 그것은 끊기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영원’을 갈구하는 것이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굴레는 끊어낼 수 있다. 다만 누군가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 마음을 안심시킨다. 실은 나는 영원과 무척 비슷한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윤회에는 비극이든 행복이든 상관이 없다. 인과응보와도 조금 닿아 있는 것 같지만, 결이 조금 다르다. 나는 이를 사건이 아니라 정서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말해 놓았으니, 그 ‘결’이 무엇인지 대답해야만 하겠다.
역에 내려 친구와 걷던 중이었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중심상가가 있는데, 한 쪽만 보면 학생들이 즐비한 학원가지만,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낮이라 부스스해 보이는 유흥 간판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십 년 만에 중심상가를 다시 와 보았는데, 딱히 크게 달라지진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걷다가 낮은 육교에 올랐다. 육교를 기준으로 오른쪽과 왼쪽에 적당히 높은 건물 두 채가 나란히 있었는데, 왼쪽 건물에는 약하게 불이 켜진 산후조리원이, 오른쪽 건물에는 간판이 바랜 낡은 고시원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윤회’를 떠올릴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보통 산후조리원을 기준으로 윤회라 한다면, 장례식장이라는 답으로 직결될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과 함께 누군가가 태어나고, 그것이 기억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옛날부터 반복되어 왔다고 말하면서. 그렇다면 윤회라는 말에는 그 둘이 어울린다, 허나, ‘결’ 얘기를 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것을 정서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고시원에서 현실을 살아내는 2-30대 청년의 정서 말이다. 내가 제일 잘 하는 건 이해이니, 정서에 윤회를 갖다 붙이는 것이 조금 더 쉬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돌아가고 싶다.’
심적으로 고통스러울 때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다. 무, 혹은 완전히 어린 시절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부탁받지도 않으며, 스스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존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인지할 수 없다면 괴로운 것도 알아차릴 수 없으니까. 차라리 신생아로 다시 눈을 뜨고 싶다는 것이다.
낡은 고시원의 간판을 보며 생각했다. 저기, 저 누군가는 집을 드날 때마다 보이는 산후조리원을 보면서 무슨 기분일까. 다시 돌아가고 싶을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까, 혹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까. 어찌 되었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쯤 해 보았겠지. 그렇지 않을 수 없으니까.
산후조리원의 간판을 보며 생각했다. 세상에 눈을 뜬 어린 아이들 중 몇 명은 이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수십 년 후에 저 고시원에서 자고 있을지도 모르겠지. 사업을 하든, 대학을 가든, 무엇을 하든, 저 곳에서 미래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르겠지. 지금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어느 날 이어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거니까.
내가 말한 ‘결’은 바로 이것이다. 윤회를 탄생이나 죽음과 같이 단정짓지 않는 것. 탄생한 이들이 어느 날 다시 탄생의 순간을 그리워하게 된다는 반복.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산후조리원과 맞은편에 있는 낡은 고시원이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었을 뿐이다. 탄생한 지 이삼십 년이 지나 ‘돌아가고 싶다’고 종종 생각하는 이들과, 약 이삼십 년 후에 저들의 자리에 있을지도 모르는 오늘, 혹은 며칠 전에 탄생한 존재들. 아, 그것은 정말 순환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밖에 볼 수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 점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단순히 장례식장이 있었다면 뻔하지 않는가. 고시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산후조리원과 고시원이 만들어낸 대비와 조화가 ‘윤회’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니. 그리고 그 ‘윤회’가 삶과 이렇게나 맞닿아있다니. 수차례 임대와 철거를 반복하는 건물들 사이에서 그들이 마주보고 있었고, 나는 우연히 발견했다.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윤회는 그렇게,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놓여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