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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리옹의 풍경이 내게 남긴 것 [여행]

타인의 일상 속을 여행하는 이방인이 되어

by 이소영 에디터
2026.03.02 07:40

 

 

겨울, 리옹에서.

    

 

리옹 대표사진.jpg

 

 

여행의 가장 큰 신비는 이방인이 되는 일에 있다.


낯선 타지를 이방인의 신분으로 거닌다는 것. 어쩐지 외로운 일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 여행에서만큼은 일상의 틀 너머를 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된다.

 

그 곳의 당연한 일상도 여행자인 나의 눈에는 생경하고도 특별한 풍경으로 펼쳐진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어느 하루가 나에게는 오래 남을 추억이 된다. 낯설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롭고, 이방인이기 때문에 더 자유롭다.

 

그렇게 우리는 ‘이방인 여행자’일 때 더 생생히 경험하고 풍부하게 머금을 수 있다. 이런 비일상의 시간이 바로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올 겨울 처음 방문한 리옹에서, 누군가는 오르골과 인형이 가득한 작은 장난감 상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천문 관측 기구 전문 상점을, 누군가는 화훼용품 상점을 운영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리옹에서 알프스를 오가는 스키 트립을 진행하며 주말을 보낸다. 분명, 삶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


문득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장난감부터 화훼용품, 그리고 천문 관측 기구까지, 저마다 자신만의 이야기가 숨어있으리라는 짐작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품목을 다루는 전문 상점을 꾸리기란 애정이 없다면 결코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이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찾은 걸까? 나는 무엇을 사랑하나? 나는 무엇을 하며 나의 일상을 보내고 싶은가? 내 마음의 나침반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머리를 채우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


멀리 떠나온 이 곳에서 마주한 풍경이 아늑하면서도 다소 생경해서 참 좋았다. 주변에서 쉽게 맞닥뜨리기 어려운 삶의 여러 모습, 그렇지만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가는 듯한, 자신만의 어떤 것을 품고 있는 듯한 모습. 그 여유와 확신이 부럽기도, 남몰래 조바심이 나기도, 자극이 되기도 했다.

 

조급한 마음에 무리해서 일을 벌이고는, 또 어느 순간 소진되었다며 멈춰서서 스스로 생각의 전원을 내려버렸던 지난 시간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좁아졌던 시야가 조금은 다시 트이기 시작한 듯하다. 명확히 언어로 구체화할 수는 없으나 좁은 곳에 매몰되었던 나의 생각이 다시 다양성을 수용하기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어딘가에 고여있지 않으려면 익숙한 일상, 늘 같은 시야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곳을 더 멀리, 더 넓게 볼 줄 알아야 한다. 이번 겨울의 리옹은 나에게 세상에는 여러 모습의 삶이 있다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다양한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각인시켜주었다. 비로소 더 멀리, 그리고 넓게 둘러볼 여유를 회복한 듯하다.

 

다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삶의 장면을 살펴볼 수 있다는 건 타인의 일상 속에서 여행하는 이방인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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