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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당신] 글과 나 사이 줄다리기 [셀프 큐레이션]

평생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글

by 이한별 에디터
2026.02.22 13:41

 

 

얼마 전, 글을 상대로 치러진 줄다리기 경기에서 나는 완전히 패배해버렸다. 하지만 항복할 순 없었다. 패배는 해도 포기할 순 없으니까.


이 줄다리기는 나의 인생 전반에 깔려있어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다. 단판 승부도 아니고 삼세판도 아니고 몇 번을 이기는 지가 결과를 매듭짓지 못하는 싸움이다. 그저 나는 매번 으쌰으쌰 구호를 외치며 발버둥 쳐야 한다. 도와주는 팀원도 없지만 혼자서 치는 그 발버둥은 나를 오롯하게 살리는 행위이다. 나를 괴롭게 하는 동시에 나를 살릴 수 있는 건 글뿐이다.

 

 

 

어때, 나 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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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7084

 

십몇 년 전 대흥행을 했던 영화 ‘아바타’를 뒤늦게 보고서 완벽히 뒷북을 쳤다. 글을 쓰는 지금은 ‘아바타3’를 영화관에서 보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지만 ‘아바타1’, ‘아바타2’는 그 전율을 집에서 혼자 누렸다. 온몸의 감각을 치켜세워주는 압도적인 시리즈를 보고 감동을 참을 수 없어 무조건 글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의 화살표는 곧장 이 영화를 탄생시킨 감독에게로 향했다. 어떤 문화 예술에든 그 뒤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내게는 늘 경이를 일으켰고 자연스럽게 귀감이 되었다. 내 태도에 기본적으로 깔린 기저는 내게 이 경험을 선사해준 데 대한 ‘감사함’이었고 이는 자그맣더라도 확실한 나만의 ‘보답’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런 흐름이 내게서 글을 빼앗지 못하는 이유가 되려나.


잘 쓰고 싶었다. 정말이지 잘 쓰고 싶었다. 그건 간절한 욕심이었다. 내가 나에게 나를 증명해야 했고 내가 감동을 느낀 이 영화는 내게 욕심을 희망하기에 충분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마감 전날까지도 머리를 꽁꽁 싸매던 나를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쉽게 노트북을 펼치지 못했고 글을 써야만 한다는 생각이 내게 스트레스였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오직 ‘잘 쓰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직 내 글이 세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진 못하지만, 이 글 하나가 나 자신에게만큼은 나를 삼킬 수도 있을 거란 걸 글을 쓰기 전에도, 쓰는 와중에도 알았다. 그걸 감각하며 쓰는 글은 두려울 줄 알았지만 제목을 쓰고 첫 문장을 써 내리자 머릿속의 끊임없었던 잡음이 사라졌다. 자판을 두드리는 나와 노트북 화면 속 글자만이 존재했다. 그 호흡으로 써 내려간 글은 내게 잊지 못할 글이 되었다. 처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본 글’에서 그 글을 발견했다.


조회수를 인정이라 치환해도 괜찮다면, 나를 가장 먼저 인정해준 사람은 나였다. 쓰면서도 맘에 들었고 쓴 후에는 닳도록 봤던 내 글을 사람들의 평가와 관계없이 인정했다. 그런 글이 사이트 내 조회수도 높았던 것이니 타인에게도 인정받았다고 여겨도 괜찮으려나. 그래도 나의 첫 독자는 내가 되어야 함이 분명해졌다. 나는 나라는 가장 큰 산을 가지고 있다.

 

 


질 준비와 이길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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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9699

 

‘아바타’ 글 이후 여러 활동을 하고 글을 계속 가까이 두면서 글과 팽팽한 줄다리기는 지치지도 않고 현재 진행 중이었다. 내가 패배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글을 잘 쓰지 못했을 때가 아니다. 글을 ‘안’ 쓸 때다. 쓸 진심이 충분치 않아서 못 쓸 때. 그럴 땐 글이 그렇게 써지질 않았다. 글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나는 그걸 너무도 잘 알았기에 진심이 담기지 않는 글을 시작한다는 것조차 어려웠다. 가장 괴로운 과정은 그 순간이었다. 그 순간의 생각은 내 일상을 단숨에 구렁텅이로 빠뜨렸고 그럴수록 나는 글에 더 집착했지만, 안개로 껴있는 내 머릿속에 문장이 제대로 파고들어 정착할 틈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이 영화를 봤다. 기다렸던 영화라 감상을 글로 쓰고 싶을 것 같아서 노트도 챙겨 갔지만 영화 시작과 동시에 노트는 다시 가방으로 집어넣었다. 목적이 있는 관람이 아니라 그저 나를 위한 관람이었으면 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떠오른 생각은 역시 ‘글을 써야겠다.’였다. 노트에 적은 게 없는데도 무작정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건 내가 처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적과 비슷했다. 정확한 줄거리와 포맷, 흐름이 아니라 그냥 그 마음 자체가 글을 쓸 용기에 불씨를 지펴줬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번아웃 이었으려나 싶다. 어떤 순간에도 글을 포기하는 선택지는 없었으니까 나는 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했다. 진심이 사라지지 않도록 줄을 당기는 노력은 나를 옥죄어 왔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평생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글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야 하는 게 훅 느껴졌다. 근데 가장 무서우면서도 안심이 됐던 건 절대 도망치고 싶지는 않다는 거였다. 그래서 자그마한 불씨만 한 진심을 살려보려 다시 한번 노트북 앞에 앉았고 글이라는 나무를 부단히도 비볐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세상에 존재하는 건 글과 나밖에 없음을 느끼는 몰입은 귀하다. ‘아바타’에 관한 글을 쓸 때처럼 영화 ‘영원’ 또한 제목과 첫 문장을 쓰니 글의 마침표를 맛보는 순간도 빨리 찾아왔다. 말 그대로 글이 술술 써졌다. 업로드 버튼을 누른 후 내게 찾아온 감정은 ‘해냈다!’였다. 단순히 이 글을 완성한 거뿐만 아니라 이 시간을 맞이하기까지 모든 노력이 이걸 해냈다는 감정이었다. 나는 언제나 글을 이겨야 했지만 이겼을 때 맛보는 성공의 기분 좋은 단맛이 훨씬 중요했다. 그 단맛은 이기기만 해서는 맛볼 수 없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좋아야 한다. 글을 사랑스럽게 대해야만 한다. 그랬을 때 나를 지배하는 단맛은 고통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

 

 


꽉 잡아! 지금부터 시작이야.


 

가장 취약하고 못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이 내게는 글이라는 자각이 어쩐지 위안이 된다. 굳이 관계를 정의하자면 연인이려나? 연인은 평생을 알아가야 하는 관계이지 않나. 평생을 발맞춰 걸어야 하는 결심, 그걸 글에게 반영하고 있었다. 애증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관계는 단순히 사랑만을 나누는 사랑보다 성취하기 어렵다. 한 번의 성취가 평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 모든 걸 감수하고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도 이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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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스토브>, 오시로 고가니 단편집

 

 

셀프 큐레이션이라 하면 지금까지 기고한 글을 세세히 소개해야 함이 맞지만, 이 기회를 명분으로 글에 대한 내 마음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내가 아직도 얼마나 글과 친해지고 싶은지, 얼마나 아끼는지. 글을 쓸 때마다 느낀 기분 좋은 짜릿함을 상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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