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전율을 속으로만 담아둘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세상에 그 전율을 모두 내보이기에는 나만 시대를 잘못 타고 있는 것 같았다. 명작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이 영화는 그냥 명작이 아니었다. 시대 자체를 품다 못해 이제껏 없던 새로운 시대 자체를 당차게 연 놀라운 명작이었다. 영화관에서 못 본 게 천추의 한이라 생각될 무렵, 이 시리즈는 5편으로 계획되어 과거에서도 현재에서도 미래까지도 계속될 '현재 진형형' 영화라는 사실을 접했다. 동시대에 살고 있음과 영화관에서 이 전율을 누릴 기회가 3번이나 더 남았다는 생각에 감사한 영화는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이다.

 

 

freepik__upload__76372.jpeg


 
“영화가 늘 놀라웠으면 좋겠어요” - 제임스 카메론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제 영화 배우들의 모션캡처를 따서 만든 영화이자 엄청난 규모의 CG,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자각하는 긴 러닝 타임, 한 땀 한 땀 실로 엮은 듯 촘촘하고 디테일한 스토리 라인, 낯선 종족과 생명체에 절로 이입하게 만들어지는 배우들의 감정표현. 렌즈 속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드는 데에는 렌즈 바깥의 감독과 스태프 구성원들 덕분이다. 보통 영화를 본 후에 관객에게 시각적으로 남는 잔상은 배우들의 것일 가능성이 지대하다. 배우가 연기를 통해 전달하는 이야기에 감탄하고, 배우의 연기를 극찬하고, 끝내는 그 배우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감독은 매번 보여줘야 한다. 매번 증명해야 한다. 하나의 영화를 잘 만들면 자연스레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잘하는 와중에 뻔하지 않아야 한다. 어느 정도의 역량은 이미 증명이 되었기 때문에 관객은 다음 영화에서 그것을 기본값으로 여기고 더 놀라운 것을 원한다. 감독도 사람인데, 영감이 무궁무진하게 샘솟는 샘터도 아니고.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를 논증하듯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비슷한 포맷과 스토리 안에 놓여있어도 감독이 손에 쥐고 있는 놀라움의 분수는 위로 샘솟길 주저하지 않는다.


영화를 좋아하는 편에 속하지만, 많이 보는 편이라 말할 순 없다. 영화를 적지 않게 보지만,  감독을 많이 아는 편은 아니다. 영화 자체에 감탄하기 급급해서 정작 이 대단한 영화를 세상에 선보인 감독에 대한 관심은 비하인드 스토리 뒷편으로 미룬다. 하지만 [아바타]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감독을 찾아본 일이었다. 그리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바타’ 감독이 ‘타이타닉’ 감독이라고? ‘터미네이터’도???” 나는 내 눈이 그렇게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제야 어딘가 낯익은 이름이었던 ‘제임스 카메론’이 낯익었던 증거를 찾게 되었고 영화계 거장을 몰라뵌 사실에 심히 충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이 중요한 우주의 사실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어도 이젠 방법이 없죠. 이미 영화는 세상에 나왔으니까요.

사람들 반응이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영화는 나왔지만 취향이 바뀌었을 수도 있잖아요? 스트리밍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불안의 시대이기도 안도의 시기이기도 해요.

우리가 해냈으니까요.” 

 

- 제임스 카메론, [아바타] 다큐멘터리 – 딥다이브

 

 

과거 CG를 처음 도입해 오늘날 스트리밍 시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술이 등장하고 세상이 발 빠르게 바뀌어 가는 와중에도 제임스 카메론의 명성만은 떨어지질 않는다. 그 기저에는 상상을 그대로 구현해 자신 있는 영화를 만드는 자부심과 뒷받침해주는 실력이 깔려있다. 지금처럼 다양하고 거대한 기술은 커녕 CG조차 익숙지 않던 시대에 감독은 영화 [어비스]에서 처음으로 CG로 물의 움직임을 구현했다. 어렸을 적부터 공상과학에 빠져 평범한 일상을 다루는 영화의 존재는 나중에야 알았던 감독은 늘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는 듯하다. 상상에서 가능한 것을 현실에서도 기어코 만들어 내고야 만다.

 

 

hq720.jpg

 

 

영화 [아바타]에서는 ‘볼륨’이라는 특수무대 안에서 ‘모션 캡처’라는 기술을 통해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과 행동을 그대로 나비족으로 실현해낸다. 이 영화를 위해 ‘이모션 퍼포먼스 캡처’라는 전에 없던 기술을 개발했고 그 덕에 영화 속 신비롭고 아름다운 판도라 세상 속 생명체과 사물들은 모두 하나의 세트 안에서 만들어진다. 지금 내놓아도 세상을 놀래기 충분한 이 영화는 무려 2009년에 나와 현재까지도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보유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제 봤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이미 2009년에 시대를 앞지른 영화를 만든 이유에서일까, 속편이 나오기까지는 13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여러 인터뷰에서 보는 감독의 모습에는 속편 공개에 있어 걸린 시간의 눈곱만큼의 부담감도 없어 보인다. 그저 아직도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속편을 위한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13년이나 걸렸다고 말하며 앞으로 시리즈 5편까지의 계획을 이미 세워두었다고 전한다.

 

 

131.jpg



아바타 시리즈의 2편에 속하는 [아바타-물의 길]은 숲이 아닌 물에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물을 다루는 영화 자체도 어려운데 그는 물속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어김없이 모션 캡처 기술을 적용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바다는 모션 캡처용 거대한 물탱크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거대한 물살은 바람을 일으키는 장치를 사용해 수중 풍동을 만들었고 바다속에서 이동을 도와주는 생명체는 엔진이 달린 기계 동물을 실제 배우가 타고 다니며 만들어진 장면이다. 지상에서도 어려운 모션 캡처 기능을 물에서 구현한 것에는 감독의 끊임없는 물음표 속에 있다. 영화 제작 시에 마주하는 재밌는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길 즐기는 감독은 물속에서 모션 캡처를 할 시, 수면에 거울처럼 반사되는 마커들 때문에 배우의 연기와 행동을 적확하게 잡을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다. 이는 물속에서는 적외선이 취약해 자외선 LED를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물 위에 플라스틱 공을 뿌려 빛 반사를 차단하는 해결책을 생각해내 모션 캡처에 있어 물이 방해요소로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


 

“[아바타]는 특수 효과 기술을 키우려고 썼던 겁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선 스토리가 좋아야합니다.”

 

- 제임스 카메론, EBS 미라클 주말

 

 

하지만 기술력보다 중요한 건 역시 ‘스토리’이다. 스토리가 탄탄하지 못하면 시각을 지배하는 아름다움도 언젠가 거품처럼 느껴지기 마련이고 결국엔 영화 자체가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들이 시대가 변해도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스토리에 있다.


뛰어난 기술 덕분에 캐릭터 자체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동시에 캐릭터 뒤에도 배우가 존재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거기엔 스토리를 따라 감정을 표현해내는 배우와 그런 배우의 감정을 완벽하게 어시스트해주는 감독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CG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영화를 대하는 감독의 태도를 보면 [아바타]는 [보이후드]에 뒤지지 않는 성장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바타-물의길]은 일종의 가족 영화로 자녀에 해당하는 다수의 아역배우가 등장한다. 그 나이 때 성장기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우주의 진리는 아역배우도 면할 수 없다. 이 문제에 감독은 촬영 중에 아역배우가 급속도의 성장을 이룬다면 장면을 바꿔버리는 용기도 서슴지 않는다. 실제 사람을 촬영하고 어리게 다듬는 것이 아니라, 그 나이의 모습을 모델링해 배우의 연기를 모델링한 캐릭터로 옮기는 것이 감독의 방식이다. 이는 영화만의 스토리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와 함께 나아감으로써 더 단단하고 유연한 스토리가 될 수 있다.


또한 [아바타]는 단순히 공상과학이나 판타지에 그치지 않는다. 보편적이고 환경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문제를 스토리 속에서 다루며 전하고 싶은 주제와 감동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본고장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다는 점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멋진 영화를 통해 관객의 감정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스토리는 의도하는 메시지의 방향성과 목적이 뚜렷함을 보여준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지루하고 루즈하다고 느끼는 긴 러닝 타임은 그 의도된 감정까지 관객을 이끌고 가기에 충분히 적당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이 의도한 스토리 블랙홀 속에 어김없이 빠졌다면 영화를 제대로 음미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든 에너지를 빌려온 것이라 말한다. 언젠가는 돌려줘야 한다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아바타-물의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향후 내놓을 영화에 기대를 품는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관객을 고려하지 않는 감독이다. 그리고 그것이 거만함이 아니라 자신감으로 비춰지는 것은 그가 가진 에너지로 설명할 수 있다. 관객을 만족시키는 좋은 영화가 아니라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좋은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이 가진 에너지에는 누구도 말릴 수 없다. 그리고 그의 에너지는 그가 살아오며 만나는 우주 만물에게 받은 에너지이고 그것을 돌려주려 노력하는 듯하다. 그의 영화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에.

 

*아래는 기사 전문에 참고한 자료이다. 기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이야기를 더 탐구해보길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명함!!.jpg

 

 

이한별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서투름을 잃지 않는 기세!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