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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sight] 생각 파업, 이대로 괜찮은가?

괜찮지 않았다!

by 장수정 에디터
2026.02.18 19:13

 

 

‘건강한 삶이란 무엇인가?’

    

하루에 러닝을 30분에서 1시간은 꼭 뛰어주는 삶, 일주일에 한번씩은 자기계발서든 소설이든 독서를 해주는 삶, 자기 전에 수건을 이용한 승모근 스트레칭을 해주는 삶, 토너-앰플-로션-크림으로 스킨케어를 겹겹이 해주는 삶, 문화예술을 어떻게든 누리려고 노력하는 삶…


이런 식의 여러 가지 루틴을 가진 건강한 삶이 생각난다. 나는 요즘 일종의 생각 파업 중이다. 분명 예전에는 생각을 멈추는 게 스위치 on/off 하듯 되지 않아서 토해내듯이 글자를 적어 갔던 것 같은데, 요즘은 생각이 너무 잘 멈춰져서 글자를 적으려고 노력해도 나오질 않고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생각 파업’이라고 밖에는 표현을 못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 파업의 이유는 아마도 방어기제에서 나왔을 것이다. 날 생각하게 만드는 모든 것 때문에 생각하는 게 너무 피곤하고 괴로워졌고, 그것들과 생각 정도의 타협점을 찾는다면 적절한 선에서 생각할 수 있겠으나 마음처럼 되지를 않으니 결국, 파업!


갈등과 고민을 피하니 마음은 무던해졌고 실없는 걸로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러려고 일부러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웬만하면 괴롭지 않으니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과연 이 무(無)사고의 상태가 정말 건강한 것일까?


최근에는 모 독후감 공모전 상금을 목적으로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내 파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도 같았다. 저자는 책의 도입부터 충격적인 말을 던진다.


“간단히 말해,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다.”


꿀벌이 꿀을 모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인간도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꿀과 행복 둘 다 그저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너무나도 차가운(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문장을 읽고 나는 책을 덮었다. 이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남아있는 100페이지를 뒤로하고 우선 생각을 해보고 싶었다. 내가 생존을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었다고?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행복을 느끼도록 설계된 존재라면, 내 생각 파업 역시 외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뇌의 생존 전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그저 추상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행복이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니, 뇌가 조금 밉기도 했다.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하면 좋을 텐데 말이다. 행복을 존재의 목적으로 착각하고 행복하기 위해 행복의 수단으로 돈, 명예, 혹은 사랑을 좇아 평생을 달리는 인간이 잠시 불쌍하게 느껴졌다.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은 거라는 강연도 들어본 적은 있다. 너무 높은 이상을 좇는 것은 결국 의미가 없고,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그런 말들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말들을 들어서 뭣하나 싶기도 하다. 가이드라인 정도는 되겠으나 결국 사람은 자기가 알아서 살게 돼 있으니까.


겨우 문장 하나인데, 며칠을 생각해 보고 나니 결론이 나오긴 했다. 뇌의 생존 본능에 반기를 들어보자. 살아남는 것과 살아가는 것은 다르다. 다 모르겠고, 사람은 많은 생각도 하고 위험한 짓도 하고 낭만을 좇아야 살아가는 맛이 나는 것 같다. 비싸지만 뮤지컬도 보고, 이해도 못 하겠는 연극도 좀 보고, 눈에 문장이 들어오지 않는 어려운 책도 좀 읽고, 술 먹고 친구들에게 진상 짓도 해주는, 단적인 예시밖에 없지만 이런 것들 말이다. 나는 어제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젊은 에릭이 독일어를 하는 걸 보고 멋있어서 잔뜩 화난 것을 넘어 괴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듀오링고를 들어갔다.


내가 정의하는 건강한 삶이란, 나를 보호하기 위한 무감각을 깨고 세상에 다가가는 용기에 있다. 나는 나의 뇌가 설계한 평온한 생존의 울타리를 넘어가 위험한 낭만의 세계로 가보려고 한다.

 

 

행복의기원.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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