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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sight]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건강한 삶의 상관관계

세상은 여전히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by 하상은 에디터
2026.02.06 11:53

 

 

건강한 삶이란 무엇일까.

    

커서가 몇십 번을 깜빡이는 동안에도 한 글자도 적지 못한 채 같은 문장을 되뇌었다. 건강한 삶이란 대체 뭐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고루 챙겨야 한다는 말은 이미 너무 많이 들어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교과서적인 정의로 이 글을 채우고 싶지는 않다.

 

대신 내가 살아오며 이상하게도 괜찮다고 느꼈던 순간들, 삶이 아직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았다고 느껴졌던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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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았다.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의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남자 히라야마의 이야기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음악을 틀고 같은 길을 걸어 출근한다. 그의 하루에는 이렇다 할 반전도, 극적인 변화도 없다. 처음에는 그 반복이 어딘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따라 보다 보니 그의 삶은 비어 있기보다는 오히려 아주 긴밀하게 채워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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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순간을 바라보고,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잠들기 전에는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들.

 

히라야마는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이미 주어진 하루를 끝까지 느끼며 살아간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건강하다’는 말에 가장 가까워 보였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일상으로 돌아오자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세상은 여전히 신기한 것들 투성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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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하게 마셨음에도 매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식도를 타고 내려오며 잠을 깨우는 감각, 작년 여름에 산 러쉬 향수 냄새를 맡으면 그 여름의 공기와 기분이 아무 설명 없이 되살아나는 일, 내가 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올 일 없었을 동네의 마을버스를 타고 창밖을 구경하는 일이나, 평생 놓지 못할 것 같던 일을 이제는 내려놓을 수 있게 되는 순간까지.

 

즉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건강한 삶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그것은 카페인이 주는 일시적인 각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유리잔에 맺힌 물방울을 느끼고, 첫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갈 때의 그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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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야마의 하루처럼 나 역시 반복되는 날들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이런 감각들을 마주할 때마다 삶이 완전히 무뎌지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영화 속 히라야마가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끝까지 살아내듯 나 역시 이런 감각들을 잃지 않은 채 하루를 통과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건강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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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신 커피가 어제와 똑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여전히 창밖의 낯선 풍경에 마음이 머문다면, 우리는 충분히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거창한 운동 기록이나 영양제 갯수보다 중요한 것은 내 삶을 스쳐 가는 이 작고 소중한 감각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 아닐까.

 

무뎌지지 않은 마음으로 오늘을 온전히 감각하는 것. 그것이 내가 정의한 가장 완벽하고 건강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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