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자신의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맡긴 후 사라진다.
『나는 뻐꾸기다』의 동재는 그런 뻐꾸기의 새끼를 닮아있다.
작품 속 중심인물은 모두 새에 비유된다. ‘동재’는 스스로를 ‘뻐꾸기’라 칭하고‘902호 아저씨’는 기러기 아빠로 불린다.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새와 인간의 모습에서 새의 습성을 살려 비유한 것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기러기 아빠의 ‘기러기’가 실은 평생 짝과 함께 어울려 다닌다는 것처럼 등장인물은 알려진 것과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중심인물 동재는 외삼촌의 집에 사는 인물이다. 엄마는 동재를 외삼촌에게 맡긴 후 연락이 두절되었고 아빠는 얼굴도 보지 못한, 동재에게 있어 머나먼 거리의 존재였다.
모범생 동재는 이런 말을 굳이 떠벌리고 다니지 않지만 같은 학교 아이들은 동재의 사정을 알음알음 알아 쉽게 친구가 돼주지 않는다. 이런 동재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인물이 바로 902호 아저씨였다.
기러기 아빠로 불리는 그는 미국에 가족을 두고 한국에서 쓸쓸하게 살아가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나이도, 직업도, 삶의 가치관도, 그 무엇도 비슷하지 않은 동재와 902호 아저씨는 서로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관계가 된다.
뻐꾸기 처지의 동재는 기러기 아빠라 불리는 902호 아저씨의 삶을 위로해 줄 수 있었고 아들을 둔 아빠인 902호 아저씨는 아빠가 없는 동재를 보듬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들에게 티 내지 않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동재가 가진 아픔은 902호 아저씨에게만 보인다. 부모님이 없는 설움, 외삼촌 집에서 눈칫밥을 먹는 상황, 동정받는 신세. 마찬가지로 902호 아저씨의 아픔은 동재만이 알고 있다. 가족 없는 쓸쓸한 집안, 쉽게 볼 수 없는 자식, 고독한 삶. 동재와 902호 아저씨는 다른 듯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아픔은 가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가족 구성원의 부재, 외로움, 고독, 쓸쓸함, 속상함. 작품 속에서 두 인물이 서로를 보살피며 구멍 난 곳을 메꾸고 위로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902호 아저씨뿐만이 아니라 동재 곁에는 동재와 비슷한 처지의 인물이 한 명 더 등장한다. 동재의 친구 ‘유희’가 그렇다. 부모님의 부재로 외로움을 가진 유희는 동재와 비슷하게 친구들이 없다.
동재는 자신과 다르게 활기차고 어딘가 용감한 유희를 거부하려 하지만 동질감을 느낀 후 유희와 친해지게 된다. 유희와 동재는 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이다. 부모님을 기다리면서, 부모님을 보고 싶어 하면서 참아온 시간이 그들을 어른으로 만들었다. 그러한 그들이 서로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그것만으로 위로받는 게 기억에 남았다.
인물들 모두 각자의 아픔을 극복하며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한 채 끝난다.
작품 속 인물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좋은 미래를 향한 암시를 걸어주는 것 같아 현실적이지 않음에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