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에서의 겨울은 나에게 참 힘들다. 히터를 들어 답답해진 공간, 공기는 따뜻하지만 바닥은 너무 차가워서 냉골 같아진 내 발, 안과 밖의 온도 차이로 인해 얼까 봐 걱정되는 꽃들. 또한 하수도가 얼어서 물이 내려가지 않는 상황까지 말이다.
더우면 더운 대로 걱정이지만 추우면 또 다른 이유로 걱정을 하며 날이 따뜻해지길 기다린다.
하지만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겨울 꽃들은 참 예쁘다. 사계절 내내 나오는 꽃도 물론 예쁘지만 각 계절에만 볼 수 있는 꽃들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특별히 더 예쁘다. 오늘은 겨울에 꽃 시장에 나오는 꽃들 중 내가 좋아하는 꽃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이 사진 속 꽃의 이름은 '스위트피'이다. 겨울에서 초봄까지 꽃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꽃이다.
달콤한 향이 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빨래 세제 냄새 같다고 말해서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고 공감할 정도로 향이 진하다. 얼굴이 작고 하늘하늘 하기 때문에 튀는 꽃은 아니지만 나는 한 겹 한 겹 보이는 저 꽃잎이 독특하고 한 대만 넣어도 존재감이 확 산다고 생각하는 꽃이다.
스위트피는 영화 '센과 치히로'에서 치히로가 영화 초반에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꽃다발 속 꽃이다. 오랜 시간 사랑을 받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 꽃을 알게 된 후 영화를 다시 봤을 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다양한 색상, 달달한 꽃향기, 한 대만으로도 달라지는 분위기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꽃이다. 가게가 많이 많이 바빠진다면 스위트피를 색깔별로 판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현실적으로는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그 주에 필요한 색깔만 사고 있어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이다.
프리지아를 생각하면 엄마와 아빠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신혼부부이던 시절에 아빠가 지하철에서 파는 신문지에 둘러싸인 프리지아를 사서 집에 왔다는 이야기이다. 아빠에게 그런 스윗한 면모가 있었냐며 놀리기도 했지만 프리지아를 볼 때마다 그 이야기가 늘 떠오른다.
프리지아 역시 향수로 나올 정도로 향기가 좋은 꽃이다. 나는 산뜻하면서도 후추처럼 톡 쏘는 듯한 향기를 종종 느끼곤 한다. 꽃이 피기 전에 초록색으로 숨어 있다가 물을 먹으면서 점점 노란 꽃잎이 피어 나오는데 존재만으로도 생기가 돈다. 노란색이 주는 힘인 것 같기도 하다.
프리지아 하면 떠오르는 컬러는 노란색이지만 사실 흰색, 보라색 프리지아도 있다. 대표적인 꽃 컬러로 인해 다른 색깔의 프리지아가 눈에 안 띄는 것이 아쉽기도 해서 올해는 두 가지 종류의 프리지아를 더 많이 사입하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사탕처럼 동글동글한 이 꽃의 이름은 '라넌큘러스'이다. 화형이 엄청 동그란 느낌인데 꽃이 만개하면 주먹만큼 커지고 꽃잎이 촘촘하게 넓어지는 매력적인 꽃이다. 향기가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컬러, 드레스처럼 퍼지는 꽃잎이 예뻐서 겨울부터 열심히 쓰는 꽃이다.
꽃 잎이 한 대에 300장 정도라고 하는데 내가 세어보진 않았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많은 꽃들 중 꽃잎이 보적이게 많은 것은 사실이다. 넓게 퍼진 라넌큘러스를 볼 때 발레리나의 튜튜가 생각나기도 하고 웨딩드레스가 생각나기도 하는 우아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겨울꽃을 소개했다. 발에 핫팩을 2개씩 붙이고 수도가 얼어 물을 쓰지 못할 때 전전긍긍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꽃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 시간상의 이유로 이 꽃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실시간으로 손님들에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애정 어린 마음이 꽃다발에 고스란히 녹여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이 글을 본 사람들은 어떤 꽃이 제일 예뻐 보이는지 괜히 궁금하기도 한다.
아직도 못 써본 꽃들이 많이 있는데 올해는 또 어떤 새로운 꽃들을 발견하고 써볼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