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배우들의 현장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제한적인 무대를 다양한 장소로 바꾸고 매끄럽게 연극이 진행되는 것이 나에게는 늘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보고 싶은 분야인데 이번에 좋은 기회로 ‘델타 보이즈’를 보고 왔다.
스토리를 간략하게 말하자면 노래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남성 4중창 팀을 꾸려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거기서 4명의 배우들이 합을 맞추고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중간중간 요리를 먹는 장면이 많았는데 요즘 인기 있는 예능인 '흑백 요리사'의 대사들이 툭툭 나와서 정말 웃겼다. 순간 연습하면서 합의를 한 대사인지, 현장에서 애드리브로 던진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개성 넘치는 4명의 캐릭터가 4중창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오는 어려움, 갈등,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것을 풀어가고 서로 힘을 내며 회복하는 모습이 극 중에서 잘 보인다.
누군가는 서로 친구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서로 초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끼리 보이지 않는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면서 그들은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간다.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우리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형성하고 이미 알고 지내는 사람들끼리 계속 지속되는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서로가 노력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다섯 명의 캐릭터가 한 명 한 명 다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개성이 넘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무엇인가를 한참 참는 듯 억눌린 느낌의 일록, 자유로운 영혼이고 미우면서도 밉지 않은 예건, 포스 있고 무서워 보이지만 따뜻하고 용기 있는 대용, 아내 지혜의 눈치를 보지만 노래에 진심인 준세. 터프하고 쿨한 준세의 아내 지혜. 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연극을 보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 으쌰 으쌰 하는 장면이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스토리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지만 마지막에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나는 울컥했다. 그러면서 문득 인생의 방향이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충분히 행복하면 되는 것 같다는 것을 연극을 통해 느꼈다.
늘 정답을 원하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연극 덕분에 일상을 조금 더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연극을 보면서, 그때를 곱씹고 글을 쓰면서 잊고 있었던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참 좋다. 100분이라는 시간 동안 막힘없이, 열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연기하는 배우들이 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에너지, 새로운 이야기를 보면서 바쁜 일상을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 예술 분야는 나에게 여유로움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줘서 참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느낀다.
연극 '델타 보이즈'는 독립 영화를 각색한 창작 작품이라고 하는데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조만간 영화를 보면서 연극과는 어떤 부분이 달랐는지 비교하면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