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환갑을 맞이해서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약 8-9년 전 엄마, 오빠와 함께했던 홍콩 여행에서 오빠랑 길거리에서 싸운 경험에 있기에 그 후로 해외여행은 패키지로만 갔었다. 그런데 올해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오키나와는 차를 렌트해서 자유여행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나의 추진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여행 전에 계획을 열심히 짰던 기억이 있다. 가족의 성향을 고려해 보니 그동안의 가족 여행을 통해 쌓인 데이터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족이 원하는 일정을 넣으면서도 내가 희생하는 느낌으로 여행이 진행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 희생은 분명 억울함으로 돌아올 것 같았다.
또한 내가 진짜 가이드가 아니기 때문에 나의 선호도도 중요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정을 짜면서 이해와 양보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쉽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가 만족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으면 나의 진행이 철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피곤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여행 전에 가족들을 소파에 앉히고 한창 인터넷에서 핫했던 '가족 여행 금지어'에 대해 알려주고 내가 만든 일정표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이유는 감정 상할 만한 일을 최대한 안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보니 어느덧 여행을 갈 날이 다가왔다.
공항에 도착해서 차를 렌트했다. 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기에 낯설 수밖에 없었다. 아빠가 처음 운전대를 잡았는데 그런 새로운 경험이 아빠에게도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나도 새로운 것을 접할 때 걱정하는 아빠의 모습, 어려워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바로 연륜의 힘이다. 20대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지금보다 경험도 적었기에 여러 갈등 상황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30대가 되니 신기하게도 나에게 여유가 있었고 경험에서 생긴 대처능력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원래 일을 할 때도 변수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편인데 조금은 덜한 느낌이었다. 40대가 된다면 훨씬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하면 되는 것을 그 '조금'의 양보와 배려가 어릴 때는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별일 아니라는 듯이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성장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현재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사실 일을 하면서 일본어를 공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현지인과 조금이라도 대화를 하다 보니 더 대화를 자유롭게 하고 싶고 공부의 동기부여가 생겨서 의미가 있었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고 싶다.
내 스스로 안주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기에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잡는 시기이기도 했다.
과연 추후에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느리더라도 꾸준히 나아가고 싶다. 그게 내가 바라는 목표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쳇바퀴 돌 듯 일상을 살아갈 때는 잘 몰랐는데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라 의미가 있었다.
이런 좋은 생각이 있는 반면에 화가 나고 짜증 났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다. 가족이기에 나는 쉽게 나의 예민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애초에 모든 것이 100% 완벽할 수는 없기에 이 정도는 인간미 있게 남겨둬도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무조건 100%의 완벽함을 원했다면 이제는 그 변수를 조금이라도 '인정'하는 것 같다. 또한 나를 이해하고 가까운 가족을 이해하다 보면 그 이해의 폭이 점점 넓어질 수 있겠다는 것도 알았다.
생각이 많은 내가 이번 여행에서 또 많은 생각을 했듯이 이전과는 달랐던 여행이라 의미가 있다. 언제 갈지 모르는 미래의 자유여행도 자신감이 생긴 것 보면 말이다. 가족과 더 많은 추억을 쌓고 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