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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 뮤지컬 팬레터

진실과 예술, 그리고 선택에 대하여

by 박지영 에디터
2026.02.03 11:15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 뮤지컬 <팬레터>


 

2025 팬레터_포스터.jpg

 

 

뮤지컬 〈팬레터〉는 오래전부터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작품'이라는 말과 함께 언급되던 공연이었다.

 

여러 시즌을 거치며 10년째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작품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관객으로서 마주한 〈팬레터〉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조용하고, 훨씬 깊은 이야기였다. 화려한 장면이나 강한 자극으로 마음을 붙잡기보다, 인물들의 시선과 말, 그리고 침묵 사이에 천천히 스며드는 작품이라는 인상이 먼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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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 작가들의 삶을 따라간다. 천재 소설가 김해진과 그를 동경하는 작가 지망생 정세훈, 그리고 비밀에 싸인 인물 히카루. 겉으로는 문단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따라가다 보면 결국 '사람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어디까지 침묵할 것인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인물들의 관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팬레터〉를 보기 전에는 '문학을 다룬 뮤지컬'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막상 공연을 보고 나니, 문학이라는 소재보다도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가 더 오래 남았다. 작품은 거창한 메시지를 앞세우기보다, 인물들의 선택을 따라가며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공연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미 이야기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 있었다. 공연을 보고 난 뒤, 머릿속에는 몇 가지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진실과 거짓, 해방과 억압, 그리고 예술이라는 이름의 열망.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에 닿게 됐다. 과연, 진실은 언제나 밝혀지는 것이 옳을까.

 


[팬레터] 공연사진_02 김종구 이형훈 이한밀 손유동 송상훈_제공 라이브(주).jpg

 

 

〈팬레터〉의 이야기는 숨겨진 진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침묵하고, 누군가는 선의라는 이름으로 거짓을 선택한다. 그 선택은 분명 누군가를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결과로 이어진다.

 

해진과 세훈의 이야기를 따라 하면서, 진실과 거짓의 문제를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감정으로 먼저 받아들이게 됐다. 그들의 선택을 보며 나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내가 선의로 행동했다 해도 상대가 그렇게 받아드리지 않으면 그건 진정한 선의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작품에서 '예술'은 인물들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등장인물들에 글쓰기는 취미도, 직업도 아니다. 그것은 삶 그 자체이며,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처럼 보였다. 극 속에서 말하는 '뮤즈'는 그런 열정과 에너지를 상징하는 존재처럼 다가왔다.

 

만약 나에게도 그런 뮤즈가 찾아온다면, 과연 내 삶을 온전히 쏟아 무언가를 남길 수 있을까. 그들에게 예술 작품은 곧 삶의 일부였을 텐데,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몰입해 본 순간이 있었을까. 공연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들이 이어졌다.

 


[팬레터] 공연사진_21 이형훈 문성일_제공 라이브(주).jpg

 

 

특히 인물들의 선택을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인상 깊었다.

 

누구의 선택이 옳고, 누구의 선택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더 집중하게 됐다. 해진과 세훈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다 보니, 나 역시 내 삶에서 미뤄두었던 질문들과 마주하게 됐다. 나는 얼마나 솔직하게 살아왔는지, 나는 얼마나 용기 있게 선택해 왔는지 돌아보게 됐다.


공연이 끝난 한참 뒤에도 질문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문득 장면들이 떠올랐다. 내가 지켜온 침묵은 정말 옳았을까, 내가 외면해 온 진실은 없었을까, 나는 지금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팬레터〉는 그런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불러냈다.

 


[팬레터] 공연사진_10 김리현_제공 라이브(주).jpg

 

 

뮤지컬 〈팬레터〉는 화려한 감동을 앞세우기보다, 관객 각자의 마음속에 질문 하나를 남기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쉽게 잊히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질문이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예술과 삶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선택하기에 앞서 어떤 기준으로 살아왔는지 되묻게 만든 공연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관람으로 끝나는 공연이 아니라, 나에게는 관람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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