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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여덟 살쯤 됐으려나. 친구들이 다 모이는 동네 모임에서 ‘너는 집에 가’ 하는 말을 듣고는 혼자 펑펑 울며 집에 갔던 기억이 있다. 아마 그게 인간관계가 내게 안겨준 첫 번째 시련이자 고통일 것이다.

   

그때부터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하고도 무서운 존재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됐다. 이후로도 가족들과 싸우지 않기 위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 학교에선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서, 또 직장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왔다.


커서 흘러내리는 유치원복을 입고도 일찍이, 필연적으로 시작되는 게 인간관계라면. 그리고 평생에 걸쳐 우리의 머릿속 고민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면 현명한 조언을 들어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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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원칙계의 '클래식',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는 호감, 협상과 설득, 그리고 리더십이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더욱 특별한 것은 데일 카네기 트레이닝 공식 인증 권위를 받은 해설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라는 점이다.


협상과 설득이라고 하면 보기에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하물며 직장에서 단체 회식 메뉴를 정할 때, 혹은 친구에게 혼자 보러 가기에는 아까운 뮤직 페스티벌을 보러 가자고 설득할 때에도 우리는 이미 인간관계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인간관계의 우등생이 된 것처럼, 이미 잘 실천하고 있었던 원칙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상대의 이름을 잘 기억하라’이다. 데일 카네기는 아래와 같이 이를 설명한다.

 

 

제 6원칙. 언제 어디서나 상대의 이름을 잘 기억하라. 당사자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그 무엇보다 기분 좋고 중요한 말임을 명심하라.

 

 

영어학원에서 단어시험 조교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이를 여실히 느꼈다. 작은 학원이지만 수강 학생이 꽤 많아 이름을 단기간에 외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일을 시작하고 삼 주 동안은 시험지에 적힌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 학생이 손을 들면 나눠주곤 했었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필사적으로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매칭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일을 시작하고 한 달 남짓에는 어느새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이 눈에 익었다. 더 이상 헤매지 않고 시험지를 바로바로 나눠줄 수 있었고, 학원에 오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맞이할 수 있었다. 새로운 원생이 있으면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 단어시험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묻는 여유도 생겼다. 더 중요한 건 아이들의 반응이다.


처음에는 왠지 모를 긴장감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이들이, 내가 이름을 한 명 한 명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고서부터는 이전보다 더 편안하고 친근한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뿐인데. 첫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것처럼 아이들은 기분 좋은 낯섦으로 나를 대해주었다.


이렇게 ‘역시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원칙이 있는 반면, ‘다음에는 꼭 실천해 보리라’ 다짐하게 되는 수많은 원칙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논쟁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피하는 것이다’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아니면 인터넷상의 모르는 사람이든 언쟁은 언제나 피곤한 결말로 끝났던 경험이 많다. 내가 분명히 맞다는 확신을 가지고서 든, 아니지만 어떻게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든 그 끝은 언제나 시원스럽지 않았다. 데일 카네기는 논쟁에 대해 이렇게 의견을 표한 바가 있다.

 

 
제 10원칙
. 논쟁을 피하라. 자기 의사와 반대로 설득당한 사람은 그래도 자기 의견을 굳게 지킨다. 논쟁에서 지면 지는 것이고, 이겨도 지는 것이다.
 

 

이를 듣고 생각해 보면 과거 내가 누구와, 어떤 이유로, 얼마나 논쟁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또 누가 이겼는지도. 어쩌면 그 정도로 사소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 불 어제도 켜놨잖아’ ‘아닌데? 나는 안 켜놨는데?’ 정도의 지나가는 일이지 않았을까?


뭐든지 효율을 따지며 돌아가는 세상에 약간의 회의감을 느끼고는 있지만, 논쟁에서만큼은 효율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논쟁을 통해 우리는 결국 무엇을 얻는가. 그것이 긍정적인 것에 가까운가. 그래서 결국 이 논쟁으로 우리의 관계를 어그러트릴 것인가. 그의 인간관계 원칙으로 인해 현재의 논쟁에 머물지만 말고, 미래의 관계를 그려볼 것을 다짐하게 된다.

 

총 30개에 달하는 인간관계 원칙을 통과하다 보면 인간관계로 고민하던 과거의 모습, 혹은 현재의 한 지점을 만나게 된다. 모든 책이 그렇듯 각자의 마음에 더 파고드는 부분이 다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나는 책을 찬찬히 한 번 더 훑어보며 그렇게 유독 튀어나온 부분들을 다시금 어루만져 보려고 한다. 그리고 인간관계론을 접하기 전 가지고 있던 나만의 원칙들을 다시금 상기해보려고 한다.

 

클래식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다. 하지만 무엇을 추가해도 어색하지 않을 기초 옵션인 '인간관계 기본서' 위에 자신만의 원칙, 또 따스함을 한 스푼 얹는다면 그것 또한 명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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