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광석이 전하는 사랑과 삶에 대한 고찰 [사람]

생전 메모와 공연 중 이야기로 알아보는 '사람' 김광석
글 입력 2024.12.2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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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유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랑했지만, 너에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슬픈 노래,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기다려줘.


언젠가부터 휴대폰 세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도 삐져나오는 플레이리스트 속 김광석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흔히 말하는 팬심이 생겼다. 그래서 '인간 김광석'이 너무나도 잘 드러나 있는, 그가 생전 남겨두었던 메모와 공연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노래를 들을 때면 또 새로운 감상이 생겨났다.


오늘은 그의 노래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그가 남긴 말과 글을 소개하고 싶다.

 

 

 

그의 노래에는 ‘사랑’이 있다


 

내게 김광석은 ‘사랑’을 사유하는 가수이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사랑했지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 사랑을 필두로 한 노래들이 적잖이 떠오르기 때문도 있지만, 몇 없는 그의 공연 영상 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부르기 전 들려주었던 짤막한 이야기 덕분이다.


사랑이 아니라고 우기고 싶겠지만 스스로 투자한 시간이나 주었던 정이나 이게 아까워서 아플 수도 있구요. 혹은 자기 마음을 전혀 몰러줘서 그럴 수도 있구요. 그저 자존심이 상해서 아플 수도 있습니다. 여튼 근데 안 아프면 사랑이라고 할 수가 없겠죠. 그만큼 희생이 따르고 그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 콘서트중 코멘트

 

노래에서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는 그 노래를 부르기 전 ‘아프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고’말한다. 나는 그의 노래보다는 ‘첨언’에 더 마음이 간다. 오랜 기간 혼자 고민하고, 관객 앞에서 진심을 털어놓듯이 하는 말이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마음의 평안이나 그저 안일한 평화가 주는 심심함보다, 가슴이 파이고 흐느끼는 밤이 있더라도 사랑하는 쪽을 택하리라. 적어도 내 자신에게만은 부끄럽지 않은 솔직한 사랑을 위해 요구하지 않으며, 내 스스로 사랑함을 그 누가 모르겠는가. - 노트 및 메모장 글 중 일부


그의 노래를 듣고 가사를 따라 부르다 보면 그가 지독한 사랑꾼이라는 사실을 절로 느낄 수 있다. 공연에서의 짤막한 넋두리, 하물며 메모장을 보아도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아프게 이별을 견디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위의 메모에서 그는 이미 사랑을 앓고 앓아서 이미 아픔을 경험해 본 사람이다. 그런데도 사랑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망설임 없이 말한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간다. 적어도 그의 사랑론 앞에서는 사랑 때문에 어리석어지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사랑 덕분에 더욱 진솔한 사람이, 더욱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그의 노래에는 또, ‘삶’이 있다.


 

그 또한 ‘잘 사는 법’을 고민하며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분산하고자 노력했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깊은 위로가 된다.


끝 인사'는 이런 말을 하겠습니다.

"행복하셔요" 인데요,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여러분들도 열심히 사시고, 보람도 느끼시고 그래서 행복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행복하셔요. - 콘서트중 코멘트


늦은 밤 우리의 발목을 잡는 숱한 고민, 이유 모를 공허함과 우울, 너무도 잘 침투해 버리는 걱정 바이러스 때문에 삶이 바람 잘 날 없다. 그래서 항상 행복해지는 법을 고민한다.

 

그가 정의한 행복은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그 속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리기까지, 이처럼 믿기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고민의 밤을 보냈을까? 어쩌면 그 스스로도 많은 사람들과 이를 나누며 해답을 찾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한 줄기 확신이 되어 준, 갈피를 못 잡던 사람들에게는 방향을 제시해 주었던 그의 정제된 진심 그 자체가 좋다.


서른 즈음에 느끼는 스스로의 한계나 답답함,

생활이나 삶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허무한 것임을 인정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속의 자잘한 재미나 가벼움이 소중하다고 느끼면서

재미나고 즐겁게 열심히 살아가자는 뜻으로 만든 곡입니다.

- 둥근소리 노래이야기 게시판 글 중 일부


곡 ‘일어나’에 대한 코멘트이다. 삶이란 애시당초 허무한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재미와 가벼움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그 나름의 고민과 해답을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잘 살고 있는 것만 같다가도 한순간 미뤄뒀던 꿈들, 못이룬 소원같은 것들이 떠오르는 날에는 왠지모를 가슴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저 평범하게 사는게 좋았다가도 이전에 꿈꿨던 특별한 무언가 들이 그리 간절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면 삶이 공허해진다. 그리 특별한 걸 바랄 필요 있을까. 한 번 사는 인생이라는 다소 무거운 부담감을 인 채로 그렇게 매 순간 치열할 필요 있을까. 그의 말처럼 일상 속 재미와 가벼움에 더 많은 행복과 웃음 지분을 주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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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메모장에 번뜩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지난 메모들을 죽 읽어보면 메모가 나라는 사람의 조각 그 자체라는 걸. 도저히 속일 수 없는 나의 기저, 무의식에서부터 만들어진 생각들이라는 걸.

 

그래서 그의 메모와, 공연장에서 전하는 이야기들을 보고 들을 때면 더욱이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구보다도 솔직한 자신 그 자체인 사람. 진심으로 삶과 사랑을 사유하고 노래하고,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던 사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를 추억하고 마음 깊이 너무나도 그리워하이유는 그가 외로운 인생길을 기꺼이 함께 걷는 가수였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오피니언 글 카테고리를 '음악'으로 설정해 두었다. 그런데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은 아무래도 '사람'이 더 어울리는 듯 하여 바꾸었다. 잘한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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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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