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급진적인 발전과 유튜브의 팽창으로 현대의 음악은 쉽게 시각화된다.
음악을 영상화한 비주얼라이저, 화려한 콘서트 연출과 라이브 등을 손쉽게 접할 수 있기에 음악 콘텐츠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과 다름없다. 그런데 이어폰 너머로 재생되는 수많은 라이브 컨텐츠 속에서, 유독 필자의 눈을 잡아끈 영상이 있었는데, 바로 Tiny Desk Concert이다.
화려한 꾸밈도, 예술적인 조명도 없이 사무실의 책상 앞에서 진행되는 소소한 공연이 이리 오래도록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는 필자가 인상깊게 들은 Jacob Collier의 Tiny Desk.
Tiny Desk Concert는 미국 공영 라디오 NPR(National Public Radio) 산하의 NPR Music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2008년 SXSW 페스티벌 공연이 무산된 후, NPR Music의 프로듀서 밥 보일렌은 사무실에서의 공연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하게된다. 그렇게 그의 회사 사무실 책상 앞에서 열린 즉흥적 라이브가 그 시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NPR Music은 차트 중심의 음악 산업과는 다른 방향에서, 음악을 문화적 맥락 속에서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장르와 국적, 인지도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 그 자체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그 매력임을 알 수 있다. 재즈, 힙합, 팝, 인디, 클래식 등을 넘나드는 폭넓은 초청 스펙트럼은 알고리즘과 마케팅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산업 안에서 여전히 큐레이션의 신뢰를 유지하는 드문 공간이다.
Tiny Desk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정교한 무대, 조명과 같은 연출의 부재에 있다.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요소들이 제거되었을 때 남는 것은 자연스러운 목소리, 손의 움직임, 연주자 사이의 호흡과 제작진들의 호응이다.
물론 음악 경험의 질을 높이는 훌륭한 음향 엔지니어링 역시 더욱 선명한 전달에 기여한다. 아래는 NPR 음향 기술자들의 제작기를 담은 영상.
Tiny Desk는 또한 예술이 일상적인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일상적인 노동의 공간인 사무실을 음악 감상의 공간으로 전환하지만, 공간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그 공간이 수행하는 역할을 바꾸는 방식을 통해 소개되는 음악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스며들게 되는 구조를 취한다.
현재는 이날치와 추다혜차지스로 각자 활동 중인 씽씽을 필두로 고래야, 방탄소년단, 악단광칠, pH-1 등 우리나라의 다양한 음악 갈래를 보일 수 있는 아티스트들의 공연들이 업로드 되어 있는 상태이다. Tiny Desk는 Tiny Desk Korea와 Japan과 같은 해외판 역시 라이센싱 중에 있으며, 2023년 김창완밴드를 첫 게스트로 초대하여 출범한 바 있다.
무대와 조명, 연출이 사라진 자리에서 남는 것은 결국 음악 그 자체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태도다. Tiny Desk는 음악을 신화화하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소비하지 않는 드문 형식이다. 이 작은 공연들은 예술이 반드시 특별한 장소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오히려 일상 속으로 스며들 때 가장 솔직한 얼굴을 드러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어쩌면 Tiny Desk가 만들어낸 몰입은, 음악이 다시 우리와 같은 높이에 서는 순간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