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수는 노래 따라간다, 대체 불가능한 윤종신의 NFT [음악]

2022 월간 윤종신 1월호 <NFT(with ONEO)>를 마주하며
글 입력 2022.02.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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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을 결정짓는 3초 동안 그는 부스스한 머리칼을 한번 쓱 쓸어내리곤 평상에 앉아 하품하고 있었다. SBS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처음 본 윤종신의 모습은 영락없는 예능인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만남에 만족한다. 지금껏 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인생에 통달한 초등생인 척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후 빈발효과가 초두효과를 앞질렀는지 MBC <라디오스타>로 그의 본업을 알게 되었고 여름날 교실에서 누구 한 명은 반드시 불렀던 노래 <팥빙수>의 화자가 그인지도 알게 되었으며 이내 그를 친숙하지만 결코 경량이 아닌,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라 여기기 시작했다.

 

단순하기에 힘이 실리는 행보다. 지난 발자국을 돌이켜보면 그의 음악은 ‘객원 보컬 + 신치림(信治琳) = 월간 윤종신’으로 갈음할 수 있다. 적어도 tvN ‘응답하라’ 시리즈로 부는 복고 바람에 학창시절을 예전 세대의 노래로 보낸 내가 보기엔 말이다. 그가 허투루 시간을 보냈다면 공식은 성립하지 않았을 것이다. 청정 지대에서 라면 수프를 몰래 첨가한 기억은 잠시 넣어두자. 그의 음악에 충분히 스민 말맛으로 대체하자. Mnet <슈퍼스타K>에서의 알싸한 평가는 음악 맛집을 향한 별점이 아니다. 신인들과 공존하기 위해 자신에게도 신랄할, 한국 음악계의 다진 마늘쯤, 결국 음악에 종착한 그는 우리에게 없으면 매우 아쉬울 법한 음악인이다.

 

역설(力說)이 익숙치 않았다. 청자인 나는 당시 수험생이었고 화상 입은 살갗의 흉터를 부여잡고 <좋니>로써 토로하는 그에게서 한의 정서를 발견할 뿐이었다. 역주행으로 1위를 달성했단 소식에 내 성적도 그랬으련만 하는 염원뿐이었다. 이제 와서 몇 년 전을 회고하면 객쩍게 과도한 힘을 주며 살아가던 한 소녀가 울대에는 우수(憂愁)가 가득해 정작 목소리를 내어야 할 때 그렇지 못했음을 후회하며 그의 발악을 단지 연가(戀歌)로 치부하지 않았다는 걸. 세월의 숙성이 탄생시킨 윤종신의 음악은 토큰이 디지털화된 격세지감의 작금에서 섬광을 쏘아 올린다. 대체 불가능한 방향으로.

 

 

 

 

객원 보컬_015B

 

현재를 직시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사나운 과거가 상대적으로 윤택한 지금을 미화시키고 철저한 계획으로 순조로울 것만 같은 미래가 당장의 순간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희생하는 쪽으로. 내게 몇 번의 생일이 남아 있을까 헤아리는 건 괜한 짓이라고 타박을 두는 동년배들에게 고함친다. 윤종신은 줄곧 오늘을 노래한다고. 그리하여 상관하지 말라(None of your business)는 시대 정신이 상관하는 음악을 선사한다고.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개념 NFT(Non-fungible token)에 빗대어 상대를 사랑하는 이 순간에 집중하자는 무형과 무한의 이야기는 공일오비(015B)와의 수많은 오늘에서 비롯된다. 어김없이 찬란했던 날들 사이로.“오늘도 변함없지만 오늘은 꼭 듣고만 싶어(텅 빈 거리에서, 1990)”

 

  

 

 

믿고 들어요_신치림(윤종信, 조정治, 하琳)

 

함께 논문을 쓰다 탈주한 분을 수소문 끝에 잡았다. 취업 준비와 병행하기 힘든 고학번의 속사정을 듣곤 스트레스로 엉망이 된 피부가 부끄러워졌다. 내 얼굴을 보고 약 대신 법륜스님의 말씀을 처방해주신 피부과 선생님도 젊은이의 헛돈 만큼은 거절하고 싶어서였을까. 설정하지도 않은 가설이 명증됐다. 본의 아니게 무소유의 삶을 택한 청년들은 허상을 좇는 사람이 아니다. 대뜸 시쳇말로 떡상하는 NFT를 보면 지리멸렬한 현실을 자조하게 된다. 내 것에 대한 집착이 투영된 탓일까. 그럴 때마다 이름대로 믿고 들어야 하는 신치림의 뮤직비디오를 틀어본다. 포크가 주는 활력이 날아오르지 않을 만큼 적당하고 16:9의 비율을 거스른 화면은 그들만의 관점으로 정립된다. “하지만 그런 거 없더래도 그냥 오랜만에 날씨 좋은 하늘이 반가워(퇴근길, 2012)”

 

 

 

 

간만(簡慢)하지 않아요_월간 윤종신

 

윤종신의 호(號)는 월간이 될 것이다. 위축된 출판업계의 흥망성쇠가 여실히 드러났을 무렵 그가 꺼낸 월간 음원은 변주의 박력을 의미했다. 구시대의 유물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격려이기도 했고. 그래서 더는 부록이 아니다. 이를 대표하는 산출물을 굳이 꼽는다면 대중의 입맛을 고려하여 <오르막길>을 선택하겠다. ‘뜬금 LIVE’나 ‘Repair’ 등 재기 발랄한 갈래들이 그의 한 달을 조명하고 있노라면 부산하지 않은 그의 부지런함이 음악에 대한 치성이었음을 일깨운다. 그가 더 오를 곳이 있을까 싶다가도 지각변동은 있는 법이니까 열정에 대한 설렘이 묻어 있는 그의 한 걸음이 더욱 기대된다. 월간은 이제 그의 저력이니까. “No one else fills me without you (중략) No one else grips me without you(NFT, 2022)”

 

 

 

 

성근 궤적의 온기로 나름 직업 음악인을 정의하자면 이렇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예요. 다행히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역순이 되면 골치 아프다. 물론 청자인 내가 듣기에 가끔 어색한 어구들이 귀에 맴돌면 가사가 눈에 밟힌다. 비문(飛蚊)처럼. ‘쇠잔한 날개(Birdman, 2015)’, ‘너와 내게 친절했던 가게아줌마(동네 한 바퀴, 2008)’, ‘거리의 와이파이처럼(Wi-Fi, 2017)’ 등의 표현들. 그러나 그의 음악이 결코 어색하다는 뜻이 아니다. 고의적으로 낯설게 하는 문학적 수법도 있지 않은가. 이에 비하면 윤종신의 궤범은 날씨 좋은 날 이어폰 없이 평소보다 음량을 높인 무선 스피커나 스마트폰에서 흐르는 장단에 맞춰 걸어도 나를 지나치는 모르는 이에게 결코 소음이 아닌, 산뜻한 추억이 되는 자연스러운 추천사이다.

 

 

 

윤하정.jpg

 

 

[윤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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