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탑건의 영화관 단속 [영화]

'탑건: 매버릭'
글 입력 2024.05.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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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 영화를 다시 보았다. 그런데 왜인지 그때만큼의 감상에 젖지 못했다. 단순히 이미 봤던 것이라 그렇다기에는 찝찝했다. 관람한 공간이 영화관이 아닌 집이기 때문일까.

 

조금 다른 애기를 해보려 한다. 낭만은 꿈을 심어준다. 영화는 한껏 멋부린 낭만이다. 고로 영화는 꿈을 심어준다. 이 삼단논법의 예시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영화는 그동안 드물었다. 팬데믹이 종식된 후, 숨겨둔 영화들이 하나둘 세상에 드러나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는 영화들은 확실히 줄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영화는 깊은 동굴 속에서 들려오는 맹수의 사자후와 같다. 자신만은 아직 죽지 않았다며 외치는 포효. 그 울림이 가슴 깊숙이 전해져 뜨거워지기까지 한다. 영화를 만들 줄 아는 이, 영화를 만드는 법을 깨우친 이.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탑건 매버릭'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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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낭만은 죽지 않았어


 

어릴 적부터 우리를 낭만이라는 감정으로 이끈 매개체는 주로 영화였다. 쥬라기 공원, 007, 어벤져스 등. 그리고 내 아버지뻘 되는 7080 세대에게는 탑건이 그러했다. 사람들은 탑건 덕에 조종사에 푹 빠졌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탑건 개봉 시기에 해군 지원율이 대폭 상승했다.

 

'나도 군인이 되면 저런 멋진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겠지?'

 

이런 꿈이었을 테다. 영화는 실로 파급력이 큰 문화다. 007, 미션 임파서블이 없었다면 특수요원에 지금 같은 환상을 가질 수 있었을까? 러브 엑츄얼리가 없었다면 크리스마스에 스케치북 고백 같은 꿈을 꿀 수 있었을까?


탑건 매버릭은 요점을 확실히 알았다. 영화가 사람들에게 무엇인지 그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우선 탑건을 보고 꿈을 꿨던 그때 그들을 위해 여러 오마주를 만들었다. 전설의 오프닝 장면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듯한 오프닝, 술집과 해변가 럭비에서의 학생들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팬들은 수없이 전개되는 오마주에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경험을 맞이했을 테다.


거기에 더해 한 층 발전한 공중 액션신들은 팬들에게는 어릴 적 꿈을, 현세대에게는 새로운 꿈을 선사한다. 극장을 나오자마자 해군, 공군 지원 공고를 찾아보게 만들 만큼.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주인공 매버릭이었다. 개인적으로 청춘영화 탑건의 매력을 나이 든 매버릭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멍청한 의심이었다. 매버릭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했다. 60세의 톰 크루즈는 청춘이 무엇인지, 젊은이들의 낭만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이 영화는 여전히 가슴을 들끓게 한다. 그때 그들에게도, 새로운 우리에게도. 모든 세대에게 같은 낭만을 심어줄 수 있었던 것은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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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하여


 

영화관의 존재 이유가 사라져간다는 소리가 들려오곤 한다. 코로나 시대에 넷플릭스 같은 ott 채널이 시장을 점령하면서부터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지표도 관계자들도 하나같이 그렇게 얘기한다. 영화관의 끝이 보인다고.

 

그러나 톰 크루즈는 이 질문에 대해 조금은 다르게 대답한다. 그는 탑건 매버릭을 내놓았다. 영화관에서 보지 않으면 후회할 웅장하고도 시원한 액션신들로 무장한 채. 실제로 톰 크루즈는 이 영화가 영화관보다 넷플릭스에 먼저 개봉하는 것에 반대했다.

 

자, 그러면 먼 훗날, 기계가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할 것이라는 소리는 어떨까.

 

영화에서 매버릭은 무인 전투기를 도입하려는 참모나 적들의 5세대 전투기와 싸우곤 한다. 그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지만, 매버릭은 자신이 사랑하는 전투기들을 지키고자 한다. 언젠가는 결국 기계로 바뀔 것이라는 참모의 말에 매버릭은 이렇게 답한다.


'그렇지만 오늘은 아니죠.'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옛것을 가져와 모두에게 낭만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것에 연장선으로 사라져가는 것들도 변호한다. 아직은 아니라고.

 

영화에서 매버릭은 무인전투기를 도입하려는 참모와 대척한다. 또 패기 넘치는 학생들이 도발하는 대상이 된다. 고물 딴지 전투기가, 늙다리가 뭘 할 수 있겠냐며 말이다. 그럴 때마다 매버릭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 여기는 일들을 순식간에 해낸다. 무시당하며, 천대받으며 사라져가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한 톰 크루즈의 답변이다. 이런 장면들은 탑건, 스스로를 변호하는 꼴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끝에 다다르면서 주제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바로 전작에서 맹활약을 보인 F14를 다시 가져온 부분. 5세대 전투기 두 대를 36년 전에나 이끌었던 F14로 싸우는 장면은 백미다. 영화관에서 보지 않으면 후회할 전투 장면이기도 하며 팬들의 환호를 부를 장면이기도 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아직이라고 몸부림치는 장면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낭만마저 사라지려 한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이고 새것을 추구하는 것만이 더 성숙한 것이라고 말하는 세상 같다. 그러나, 꿈이 없다면 현실은 없다. 지금의 현실도 과거의 누군가에게는 꿈이었으리.

 

누군가는 영화가 헛된 환상을 심어줄 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난 아니다.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아도 된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순간, 이미 내 눈앞에는 낭만이 흐르고 있는걸. 영화 내내 거침없이 질주하는 매버릭은 이 영화의 의의를 말하는 듯하다.

 

'나 아직 안죽었어!'

'낭만은 안죽어!'

 

36년만에 나온 후속편, 그럼에도 다음 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낭만의 소년에서 낭만의 남자로, 그렇게 여전하게.


'탑건 매버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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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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