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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나무젓가락은 왜 붙어 있을까 [문화 전반]

젓가락에 관한 어수선한 고찰

by 김지민 에디터
2026.01.06 11:47

 

 

새해 첫 주말,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럴 때면 종종 가는 곳 중 하나가 백화점 지하의 식품관. 아무것도 살 게 없을 때도 가끔 식품관에 가기 위해 백화점으로 향한다. 바글바글한 불특정 다수의 인파를 가르며, 식당과 팝업에서 맛볼 수 있는 색다른 음식들을 헤집고 다닐 때 느껴지는 풍족함과 온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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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을 좋아하는 내가 식품관에서 항상 들르는 김밥집이 있다. 이곳은 다른 김밥집과 차별화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작은 크기로 썰어주는 김밥. 이곳 김밥은 손 한 뼘 정도의 길이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할 경우 계산대에서 김밥을 세 덩이로 잘라주기 때문에 작은 크기의 김밥 알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나처럼 입이 작은 사람들이 한입에 쏙 넣어 먹기 편리하다. 두 번째, 골라 담는 재미. 이곳의 김밥은 크기가 작은 만큼 메뉴가 다양하다. 김밥 하나 당 가격은 3,200원 정도. 종이 바구니에 원하는 김밥을 골라 담을 수 있다.

 

서론이 길었지만 내가 이 김밥집을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는 다름 아닌 분리된 나무젓가락을 준다는 것이다. 사실 분리된 일회용 젓가락을 주는 다른 식당들도 많으므로 그다지 대단한 장점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음식을 먹으러 가거나 배달을 시켰을 때 젓가락이 붙어있지 않고 분리되어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다. 젓가락을 엉성하게 뗄까 봐 긴장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일회용 나무젓가락은 왜 늘 붙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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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생각해 본 현실적인 이유가 있긴 하다. 젓가락 생산 공정상 젓가락을 붙어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젓가락을 하나씩 만들 때에는 젓가락을 포장지에 두 개씩 잡아넣는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붙어있는 상태로 만들 경우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분명 붙어있는 젓가락을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젓가락 반을 가르는 건 여전히 번거롭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을까 해서 구글에 검색을 해봤다. 젓가락을 붙어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에 문화적 맥락도 있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그 기원은 일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무젓가락은 일본어로 ‘와리바시’. ‘와리’는 쪼갠다는 의미이고, 젓가락을 뜻하는 ‘하시’가 ‘와리’와 합쳐져 ‘와리바시’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쪼개는 젓가락’에는 ‘시작’과 ‘청결’에 대한 상징이 담겨 있다고 한다. 젓가락을 쪼개는 행위를 통해 사용자는 젓가락 사용을 개시하는 주체가 되며, 본인이 처음 젓가락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위생적으로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은 시식을 개시한다는 행위 자체보다 미리 깔끔하게 떼어진 젓가락으로 신속하게 음식을 맛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일회용 젓가락 두 짝이 포장지에 싸여만 있다면 젓가락이 붙어 있든 떼어져 있든, 내가 그 젓가락을 처음 쓴다는 건 여전히 분명하다. 어찌 보면 일회용 젓가락은 영원히 서로의 짝인 셈이다. 처음부터 붙어있는 상태로 만들어지거나 비닐이나 종이에 함께 포장되고, 사용된 후엔 함께 버려지니 말이다. 함께 태어나고 함께 죽는다니 이렇게 낭만적일 수가 없다. 물론 젓가락의 입장도 들어봐야겠지만.

 

젓가락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한 친구가 소개해 줬던 이병률 시인의 <두 사람>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이 시 속 젓가락은 일회용 젓가락은 아니고 설거지를 해서 새로운 손님에게 반복해 내놓는 젓가락이다.


 

세상의 모든 식당의 젓가락은

한 식당에 모여서도

원래의 짝을 잃고 쓰여지는 법이어서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

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지나 닳고 닳아

누구의 짝인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다가도

무심코 누군가 통해서 두 개를 집어 드는 순간

서로 힘줄이 맞닿으면서 안다

아, 우리가 그 반이로구나

 

두 사람 - 이병률

 

 

가끔 식당에서 끝부분이 닳아 있는 젓가락을 볼 때면 그저 ‘오래된 젓가락’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젓가락의 사연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이 젓가락도 그의 입장을 들어봐야겠지만, 한참을 돌고 돌다 다시 만난 애틋한 한 쌍이었던 듯싶다. 나는 여전히 젓가락에게 사연이 있다는 것을 잊은 채 입안으로 김밥을 넣고 와그작 씹어 먹기에 바쁘겠지만, 젓가락들은 언제나 탄생과 죽음,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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