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나는 국내에서 록의 전설로 불리는 한 가수의 무대를 TV에서 접했다. 폭발적인 기타와 드럼 사운드, '악마와의 계약'에 비유되는 송곳 같은 샤우팅, 공연장을 불사르겠다는 이글이글한 눈빛까지. 난생처음 보는 음악에 대한 충격도 잠시, 이유는 몰라도 나는 이 음악을 들을 때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걸 깨달았고, 그 길로 록에 입문하게 됐다. 록이 주는 '날 것의 소리'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솔직하고 순수한 대화처럼 느껴졌다.
음악에서 처음 경험해 보는 강렬한 에너지에 크게 매료되었던 나는 중학생 시절 그 가수의 라이브를 눈앞에서 직접 보고 싶어 부모님을 졸라 콘서트에 세 번 갔다. 당시에 그 가수는 셋리스트에 해외 유명 록 밴드의 곡을 꼭 포함했다. 덕분에 나는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한 시대를 풍미하고 간 Queen, Stryper, Journey, Mr. Big 등 전설적인 해외 록 밴드의 음악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중 미국 밴드 Skid Row의 대표곡인 'Youth Gone Wild'는 내가 좋아했던 그 가수에게도, 나에게도 의미 있는 곡이다. 무명 가수였던 그를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려준 커버 곡이며, 내가 처음 들었던 해외 록 밴드의 곡이기 때문이다. 보컬인 세바스찬 바하의 반항심 가득한 목소리가 휘몰아치는 이 곡은 야생마 같은 Skid Row의 정체성이 잘 느껴지는 곡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해야 하거나 강한 의지가 필요한 순간에
Youth Gone Wild - Skid Row
Since I was born they couldn't hold me down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었지
Another misfit kid, another burned-out town
엇나간 또 한 명의 아이 그리고 피폐해진 또 하나의 도시
Never played by the rules I never really cared
규칙 같은 건 따른 적 없어 신경쓴 적도 없고
My nasty reputation takes me everywhere
추잡한 평판은 항상 날 따라다니지
I look and see it's not only me
주위를 둘러보면 나뿐만이 아니야
So many others have stood where I stand
나같은 애들이 많이 있었어
We are the young so raise your hands
우린 젊어 그러니까 손을 높이 올려
They call us problem child
다들 우릴 문제아라 부르지
We spend our lives on trial
우린 시련 가득한 삶을 살아가지
We walk an endless mile
우린 끝없이 걷고 있지
We are the youth gone wild
우린 막 나가는 젊음이야
We stand and we won't fall
우린 일어서 그리고 쓰러지지 않아
We're the one and one for all
우린 모두를 위한 하나야
The writing's on the wall
벽에 쓰인 걸 봐
We are the youth gone wild
우린 막 나가는 젊음이야
Boss screamin' in my ear about who I'm supposed to be
사장이 내 귀에 대고 이래라 저래라 하더군
Getcha a 3-piece Wall Street smile
수트 빼 입고 월스트리트 가 사람들처럼 미소 씩 지으면
and son you'll look just like me
나처럼 보일 거라고
I said "Hey man, there's something that you oughta know.
난 말했지 "이봐 아저씨 당신이 뭘 모르나본데,
I tell ya Park Avenue leads to-
파크 가(avenue)도 잘나봤자 결국-
-Skid Row."
-우리 꼴 날 수 있어."
I look and see it's not only me
주위를 둘러보면 나뿐만이 아니야
We're standin' tall ain't never a doubt
우린 꿋꿋하게 서 있을 거야 의심 마
We are the young, so shout it out
우린 젊어, 그러니까 크게 소리쳐
They call us problem child
다들 우릴 문제아라 부르지
We spend our lives on trial
우린 시련 가득한 삶을 살아가지
We walk an endless mile
우린 끝없이 걷고 있지
We are the youth gone wild
우린 막 나가는 젊음이야
We stand and we won't fall
우린 일어서 그리고 쓰러지지 않아
We're the one and one for all
우린 모두를 위한 하나야
The writing's on the wall
벽에 쓰인 걸 봐
We are the youth gone wild
우린 막 나가는 젊음이야
They call us problem child
다들 우릴 문제아라 부르지
We spend our lives on trial
우린 시련 가득한 삶을 살아가지
We walk an endless mile
우린 끝없이 걷고 있지
We are the youth gone wild
우린 막 나가는 젊음이야
We stand and we won't fall
우린 일어서 그리고 쓰러지지 않아
We're the one and one for all
우린 모두를 위한 하나야
The writing's on the wall
벽에 쓰인 걸 봐
We are the youth gone wild
우린 막 나가는 젊음이야
Skid Row는 누구, 아니 어디?
어렸을 때 나는 해외 밴드 이름의 의미를 몰라서 궁금해도, 찾아보지 않고 혼자 뜻을 상상하는 습관이 있었다. 당시엔 Skid Row라는 밴드명에서 'Skid'가 대충 'Ski'와 비슷하고 'Row'는 노를 젓는다는 의미이므로 '끝내주게 스키 타는 아저씨들'이란 황당한 이미지를 혼자서 갖고 있었다.
Skid Row가 어디인지는 성인이 되고 나서 알았는데, LA 중심가에 있는 빈민가이다. 이곳은 미국 극빈층과 노숙자, 광인, 마약범이 거주하는 곳으로, '사회의 밑바닥'을 비유할 때 종종 거론된다. Skid Row는 재작년 미국에서 마약이 큰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기 전부터 이미 '마약 거리'로 불렸고, 현재까지도 미국 내에서 방문 위험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Skid Row 멤버 가운데 이곳 출신이 있나 싶어 찾아봤지만 그건 아니었다. 아마 사회 하류층을 상징하는 Skid Row를 통해 더 이상 내려갈 곳도, 눈에 뵈는 것도 없는 거친 야생마와 같은 이미지를 입히고자 했던 게 아닐지. 그런 점에서 'Youth Gone Wild'는 Skid Row의 자기소개로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젊음의 패기, Skid Row의 출사표
Skid Row는 1989년에 데뷔했는데, 'Youth Gone Wild'
Skid Row 역시 록 음악을 시작하는 자신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과 편견에 맞서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려 했던 것이 아닐까. 'Youth Gone Wild'는 젊은 패기로 거침없이 '막 나가겠다는' 이들의 출사표 그 자체다.
부촌이나 빈민가나 똑같은 거리일 뿐
Boss screamin' in my ear about who I'm supposed to be
사장이 내 귀에 대고 이래라 저래라 하더군
Getcha a 3-piece Wall Street smile
수트 빼 입고 월스트리트 가 사람들처럼 미소 씩 지으면
and son you'll look just like me
나처럼 보일 거라고
I said "Hey man, there's something that you oughta know.
난 말했지 "이봐 아저씨 당신이 뭘 모르나본데,
I tell ya Park Avenue leads to-
파크 가(avenue)도 잘나봤자 결국-
-SKID ROW."
-우리 꼴 날 수 있어."
2절은 내가 'Youth Gone Wild'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다. 어느 사장이 '나'에게 월스트리트 가 사람들처럼 머리에 기름칠 좀 하는 어른이 되라고 충고하자, '나'는 이렇게 말대꾸한다.
"I tell ya Park Avenue leads to SKID ROW."
파크 가(avenue)도 잘나봤자 결국 우리 꼴 날 수 있어.
부촌인 파크 가에 사는 사람들도 잘못해서 실패하면 빈민가인 Skid Row에 사는 우리 신세로 순식간에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 밑바닥에 살며 눈에 뵈는 게 없는 어린 '내' 입장에선 월스트리트를 들먹이는 사장의 허세에 자조적인 저주를 퍼붓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른인 사장 말은 일리가 있다. 빈민가에서 한평생 사회 부적응자처럼 사는 것보단 월스트리트 가 사람들 흉내라도 내며 사는 게 낫지 않겠냐는 현실적인 충고이니 말이다.
사실 이 구간이 재밌는 이유는 여기 있다. 노래 속 소년의 관점에서 보면 Skid Row는 좌절과 실패의 상징처럼 자조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정작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밴드 Skid Row는 브레이크 구간 위로 'SKID ROW!'를 너무도 자신만만하게 외친다. 마침 브레이크 직전 가사는 '-로 이어지다'라는 의미의 'leads to'로, 마치 Skid Row의 시작을 대중에 알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아까 그 소년의 말대꾸가 사실은 Skid Row의 진심이라면 다르게 해석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I tell ya Park Avenue leads to SKID ROW."
파크 가(avenue)는 Skid Row로 통해.
어차피 길은 서로 통하는 법, 파크 가는 결국 Skid Row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파크 가로 상징되는 성공 가도가 Skid Row와 이어져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려 했던 것 같기도 하다. 'SKID ROW!'라는 이들의 자신만만한 외침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지.
시작할 용기
'Youth Gone Wild'의 인트로에서 기타 리프가 들어가기 전, 녹음 현장의 사람들 말소리 사이로 누군가 'Rollin'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볼륨을 높여 듣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짧은 구간인데, 이 노래를 재생함과 동시에 '우리 밴드는 지금 시작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Youth Gone Wild'는 이 밴드에 '시작' 그 자체인 곡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직감이 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고 와야 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계속 뒤만 돌아본다면, 결단을 미루며 시간만 흘려보내게 될 것이다. 이럴 때 'Youth Gone Wild' 속 Skid Row의 소년은 어떻게 행동했을지 상상해 본다. 앞뒤 재지 않고 '막 나가며' 밀어붙이지 않았을까? 나의 길은 결국 성공 가도와 통하게 되어 있다며 자신만만하게 여기저기 외치고 다니지 않았을까? 변화를 위해서 때론 그런 용기가 삶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