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각각 다른 시점에 태어난 미스터(Mr.)들이 있다. 1950년대의 Mr. Sandman, 1960년대의 Mr. Tambourine man, 그리고 1970년대의 Mr. Blue Sky. 모두 미스터(Mr.)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곡들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름만 몰랐을 뿐, 이미 이 미스터들을 부르며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꿈을 주세요, Mr. Sandman
Mr. Sandman, bring me a dream
샌드맨, 내게 꿈을 가져다 주세요
꽃향기가 흩날릴 것만 같은 부드러운 화음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전주는, 살면서 한 번쯤은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에는 나의 12월을 함께 하고 있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5에 이 곡이 등장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노래의 유튜브 댓글에는 <기묘한 이야기>를 보고 찾아왔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미국 4중주 팝 그룹 더 코데츠의 ‘Mr. Sandman’은 샌드맨에게 꿈에서 이상형을 만나게 해 달라고 애원하는 귀여운 노래다. 여기서 샌드맨은 유럽 설화 속 인물로, 눈에 모래를 뿌려 잠을 불러오고 꿈을 꾸게 하는 모래 요정이라고 한다.
사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듯 원하는 남자를 꿈으로 데려와 달라고 하는 것이 유치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꼭 이상형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무언가를 꿈에서라도 이루고 싶은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가령 ‘그냥 잠들어서 모든 걸 잊고 싶다’라는 망각과 회피의 욕구처럼 말이다. 그래서 꿈은 우리가 가장 쉽게 도망칠 수 있는 곳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간절해지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여기에서만큼은 난 잘 지내야겠어!’ 같은 마음이랄까. 어쩌면 누군가는 꿈이야말로 유일하게 자신을 보호해 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샌드맨에게 소원을 빌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무런 사건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상태’라고 답을 했다가 너무 슬픈 정의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지금도 몸과 마음에 별 탈이 없는 것만큼 행운이 없다고 믿는다. 생각해보니 며칠 전 친구들과 서촌의 한 카페에서 둘러 앉아 각자 내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종이에 적었는데, 나는 제일 첫 번째로 ‘건강하고 평온한 하루가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적었다. 미스터 샌드맨이 부디 나의 소원을 들어주길 바라며.
내게 노래를 불러 주세요, Mr. Tambourine man
Hey! Mr. Tambourine man, play a song for me
탬버린 맨, 내게 노래를 불러줘요
In the jingle jangle morning, I’ll come followin’ you
징글쟁글 소리가 나는 아침에 당신을 따라갈 거예요
‘Mr. Tambourine man’은 음유시인 밥 딜런이 만든 곡으로, 1960년대 미국의 록 밴드 버즈(The Byrds)가 리메이크한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이 노래의 화자는 잠이 오지 않고 갈 곳도 없는 채 외로움에 젖어, Mr. Tambourine man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탬버린이라고 하면 노래방을 많이들 떠올리기에 미스터 탬버린이라고 하니 왠지 흥겨운 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울 것 같은 아저씨가 연상돼 혼자 킥킥댔다. 하지만 실제 이 노래에서는 쓸쓸함이 더 잘 느껴진다. 길을 잃고 정처 없이 방황하는 화자는 미스터 탬버린, 그러니까 노랫가락 한 줄기를 찾고 있다. 그런 점에서 ‘Mr. Tambourine man’은 노래 속에서 노래를 찾는 사람을 그린, 메타성을 가진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도 이 노래의 화자처럼 음악을 찾게 되는 순간들이 많다. 나 역시 타인에게 마음을 크게 다친 때가 있었는데, 내 라디오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온 Maroon 5의 ‘She’ll be loved’를 듣다가 눈물이 난 적이 있었다. 원래 이 곡은 이별 노래지만, 그날 내게는 ‘She’ll be loved(그녀는 사랑받게 될 거예요)’라는 가사가 마치 ‘너는 사랑받게 될 거야’라고 들렸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순 없지만, 내 곁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서 ‘사랑받게 될 것’이라는 노랫말은 그날 내게 다르게 와 닿았던 것 같다.
또 <기묘한 이야기>를 언급하게 되지만, 이 시리즈에서 음악은 악당의 저주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드라마 속 이 설정이 유난히 공감되는 요즘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순간만큼은 멜로디와 가사 속으로 빠져들어, 화와 긴장으로 들끓던 가슴이 조용해진다. 그게 바로 음악의 힘이다. 그래서 나는 미스터 탬버린을 ‘재생 버튼’이라고 생각한다. 외롭고 지칠 때마다 우리 곁으로 음악을 다시 데려오는 재생 버튼 말이다.
어디 갔다 이제 왔어요, Mr. Blue Sky
Hey there Mr. Blue!
저기요 파란 하늘씨!
We’re so pleased to be with you
당신과 함께 있어 정말 기뻐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노래로 알려져 있는 ‘Mr. Blue Sky’는 Electric Light Orchestra의 대표곡 중 하나로, 흐린 날이 물러가고 다시 찾아온 파란 하늘을 반가워하는 마음을 경쾌하게 담고 있다. 이 노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영화의 사운드트랙이나 광고 음악으로 자주 사용돼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클래식과 밴드 사운드가 결합된 구성은, 한 편의 작은 뮤지컬을 보는 듯한 재미도 준다.
노래 속 화자는 밤이 되어 다시 어둠이 찾아올 것을 걱정하면서도, ‘I’ll remember you this way(당신을 이대로 기억할게요)’라며 파란 하늘씨를 기억하겠다고 다짐한다. 파란 하늘씨는 매일 우리 곁에 있을 수 없다. 일상에서도 그런 존재들이 있지 않나. 가깝게 지내다가 각자의 바쁜 사정으로 멀어지고, 어느 날 다시 만났을 때 반가움을 주는 사람들. 그리고 떠난 후에도 한동안 잔상을 남기는 사람들 말이다. 늘 붙어 다니던 예닐곱의 친구 무리들은 이제 자주 봐야 반년에 한 번 볼 수 있을 정도로 바쁜 사회인이 되어 버렸다. 각자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다시 모일 때면 우리는 금세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고등학생이나, 철없이 놀던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친구 사이의 관계를 단단하게 묶어주는 건 시간이다. 이전에는 ‘우리가 너무 과거의 추억에만 기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네 권을 채워가는 친구들과의 즉석 사진 앨범을 꺼내 볼 때면 그건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주는 단단함은 꽤 크다. 앞으로 우리의 몸이 더 멀리, 더 자주 멀어지더라도 지난 시간에서 쌓은 추억은 우리를 다시 그때로 되돌려줄 거란 믿음이 있기에, 서로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각자의 하루를 버티고 있을 나의 여러 ‘파란 하늘’들도,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할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떠오르는 미스터(Mr.)가 있다면, 오늘은 그 이름을 한번 불러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