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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 시작된 넷플릭스의 유명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의 마지막 시즌 첫 번째 파트가 드디어 지난주 공개됐다. 2022년 공개된 시즌4와의 공백이 길었기에 지난 이야기가 가물가물해서 주말에 시즌4를 빠르게 다시 돌려봤다. 매 시즌 어느 캐릭터 하나 빠짐없이 주인공처럼 반짝이는 게 <기묘한 이야기>의 매력이라지만 시즌4는 맥스(세이디 싱크)로 시작하고 맥스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맥스가 서사의 중심에 있다.
시즌3 마지막 화에서 맥스는 마인드 플레이어라는 괴물에게 배다른 오빠 빌리(데이커 몽고메리)를 잃었다. 맥스는 이복 오빠 빌리의 생전에도 그와 사이가 좋지 못했다. 빌리에 대한 애증과 원망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죽음을 마주한 맥스는 이후 깊은 죄책감과 우울에 빠진다. 이후 맥스는 꿈과 현실에서 죽은 빌리의 환영을 반복적으로 보며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의식 깊은 곳에 침투해 인간을 지배하는 베크나는 이런 맥스의 약점을 노려 그녀에게 죽음이 예고된 저주를 건다. 시즌4는 베크나의 저주로부터 맥스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맥스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 중 맥스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 쌓인 상처로 사랑받는 것을 어색해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복 오빠의 죽음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학교 상담 선생님에게는 자신의 증상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하고, 여전히 마음이 남아 있는 남자 친구 루카스(케일럽 맥러플린)마저 일부러 밀어낸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어차피 자기 인생은 늘 이런 식이었다며 비관적인 태도를 보인다. 죽음을 대비해 가족들에게 편지까지 남기며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이려 했던 맥스였다.
하지만 막상 맥스가 뒤집힌 세계의 베크나에게 잡혀가 죽음을 마주하게 됐을 때 그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맥스의 친구들은 ‘음악’이 베크나의 저주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통로를 열어준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저주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진 맥스에 헤드폰을 씌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준다. 이때 나오는 노래가 케이트 부시(Kate Bush)의 ‘Running Up That Hill’이다. 이 노래를 들은 맥스는 친구들과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베크나로부터 벗어나고, 현실 세계로 가는 통로를 향해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Running Up That Hill’이 흐르는 가운데 맥스가 현실 세계에 있는 친구들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은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맥스가 음악을 매개로 친구들과의 행복한 순간을 되새기며 죽음으로부터 도망쳐 달리는 모습에서, ‘그래, 사실은 나도 살고 싶었어’라는 진심이 보였기 때문이다.
악당의 저주로부터 맥스가 도망칠 수 있도록 친구들이 틀어준 이 노래는 사실 원곡자 케이트 부시가 직접 작사한 30년도 더 된 사랑 노래다. ‘Running Up That Hill’의 가사는 ‘우리가 입장을 바꿔 서로를 이해해 볼 수 있다면 높은 언덕을 올라 신과 거래라도 하겠다’라는 내용이다. 가사 첫 마디에서 ‘네가 그런다고 난 아프지 않아’라며 자신만만하게 말한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신 이 노래 속 주인공은 상대방과 자신이 제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 같다. 한 번만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될 일이지만, 그건 신과의 거래를 담보로 해야 할 만큼 간단한 일이 아닌가보다.
어쩌면 맥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도움이 필요해도 애써 사랑하는 사람들을 밀어냈던 맥스의 차가운 눈빛과 말투에는 ‘제발 한 번만 나를 봐 달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속 맥스의 친구들은 그녀의 그 간절한 '한 번'을 놓치지 않았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라지만 그렇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과 우연한 ‘한 번’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너질 것같이 버거운 날에 누군가의 잘 지내냐는 한 줄로 다시 일어나고, 뜬금없이 오늘 먹은 저녁밥을 보여주겠다는 누군가의 사진 한 장에 웃음 지을 수 있는 건 사실 기적일 수도 있으니까. 그 사람은 문득 생각이 나서 그랬을 테지만, 괜히 그 마음 뒤의 행간을 읽어 보는 동안 우리는 다시 언덕을 오를 용기를 채우게 된다. 굳이 요란스러운 배려가 아니더라도 어떤 ‘한 번’은 그런 값어치가 있지 않을까. 우연이 기적이 되어 손을 잡아주는 그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