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랑스인의 '불친절함'의 이유를 탐구하다 [문화 전반]

그들의 불친절함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글 입력 2024.05.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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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불친절하고, 영어 사용을 달가워하지 않고, 게으르다는 등 아무튼 부정적인 모습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여행을 결심하면서도 긴장하고 조심하는 것 또한 이 때문일 테지요.

 

저 역시 교환학생으로서 프랑스에서 보낸 짧은 기간 동안 행복한 만큼 두려움과 긴장감이 늘 뒤따랐습니다. 어리고 힘 없어 보이는 아시안 여성의 모습으로 번화가를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언제든 범죄의 타겟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고, 안전을 위해 여럿이서 다니려 하면 오히려 더 눈에 띄어 위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었습니다. 식당이나 상점에 갈 때면 무지로 인한 실수로 홀대 받거나 이유 없는 인종차별을 당할까봐 항상 행동거지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프랑스 살이를 막 시작한 제 눈엔, 이 지독한 고정관념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보다 프랑스라는 나라, 그리고 국민성을 이해하고 나니 그동안 경계하던 것들의 실마리가 풀리고 훨씬 안정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프랑스로 돌아온 후 달라진 관점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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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은 불친절하다?


 

프랑스인의 불친절함은 그들만의 확고한 예의범절에서 기인합니다. 자유로움의 대명사와도 같은 프랑스에서 예의를 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만, 이는 굉장히 엄격한 잣대로 작용합니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봉주르'입니다.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나아가 눈을 맞출 때마다 '봉주르'를 건네야 합니다. 외국인인 우리의 입장에서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할 필요까진 없지만, 서비스직을 맞닥뜨리거나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야 할 때 인사는 필수입니다.

 

길에서 불필요하게 말 거는 사람들이 많아 용건부터 들이밀어야 하는 한국인에겐 적응하기 어려운 문화이지요. 버스 티켓을 살 때나 식당 주문을 할 때 '봉주르' 없이 용건을 말하는 순간 이미 그들의 심기는 한껏 불편해진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버스 기사가 쌀쌀 맞게 명령조로 티켓을 파는 등 당황스러운 경험도 숱하게 있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인종차별이라고 오해했겠지만 그들이 얼마나 '봉주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알게 되니, 그들이 예의 없게 맞받아치는 이유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이런 그들을 친절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물론 이유 없이 불친절한 프랑스인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문화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서로 간의 오해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야기합니다. 프랑스 문화를 알아야만 불친절함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불친절하나, 한편으로는 이 땅에서 지내는 한 그들의 확고한 관습을 존중해 줄 필요도 있습니다.

 

 

 

프랑스인은 영어를 못 한다?


 

프랑스인이 영어를 못 한다는 건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틀린 명제입니다. 바르게 말해, 프랑스인은 영어를 '안' 하는 것이지요. 그들은 영어 사용을 꺼리고 나아가 미국 문화 또한 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유인 즉슨, 우아하고 고유한 프랑스 문화와 달리 미국 문화는 역사도, 특색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계공용어인 영어를 굳이 배척하는 이유를 다 알 수는 없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눌하게라도 프랑스어를 하면 너무나도 예뻐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 저는 이제 막 프랑스어 알파벳을 배운 단계였습니다. 고로 대부분의 소통은 영어로만 가능했습니다. 그 때도 몇 안 되는 프랑스어 단어를 뱉으면 급격히 귀여워하는 분위기를 느끼긴 했습니다만, 막힘없는 일상 회화가 가능한 지금은 완전히 다른 공기가 형성됩니다. 외국인인 것이 확실하지만 프랑스어를 구사한다는 것만으로 격식 있고 존중 받는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예전엔 실수해도,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깍두기였다면 이제 게임의 룰을 알고 있는 것 같으니 비로소 게임에 끼워주는 듯한 기분입니다.

 

이렇게 프랑스어 구사에 집착하듯 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자신들의 고유한 전통, 답습된 관행을 이어가려는 강한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인들의 이런 고집은 아직도 집집마다 열쇠를 사용하고 수기로 작성된 수표를 사용하는 미련한 모습을 야기하지만, 동시에 범접할 수 없는 예술의 맥을 잇고 고풍스런 거리의 모습을 유지합니다. 혹은 익숙함을 탈피하고 싶지 않은 '귀찮음'이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인은 게으르다!


 

'귀찮음'은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꽤나 중요한 감정입니다. 여유를 즐기고, 귀한 햇살을 즐기고, '나'의 안위를 가장 우선으로 두는 프랑스인들은 수만 가지의 이유들로 일처리를 지연시킵니다. 이제 그 이유를 찾기도 지쳐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고객, 소비자, 그리고 '한국인'인 제 눈에 그들은 그냥 게으른 사람일 뿐입니다. 약속 시간에 늦는 건 기본이요, 미리 계획을 세우는 건 사전에 없고, 이유 없이 휴무를 내걸고 바캉스를 갖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남이 그렇게 '게으르게' 굴어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나의 자유를 중요시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자유도 최대한으로 보장해주기 때문입니다. 교수가 수업에 늦는 대신 학생이 아무리 늦게 와도 출결 점수를 깎거나 잔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각자의 이유로 연차를 쓰고 아무도 그 이유를 묻거나 정도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프랑스인의 게으름은 '자유'에서 파생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3대 요소인만큼 이런 천성이 바뀔 리 없으니, '평등'과 '박애'의 힘 또한 믿고 넓은 마음으로 대처하면 쉽습니다. 나 또한 가장 '나'를 위한 선택을 한다면 그 누구도 나의 행동에 토 달지 않습니다. 단지 한국인으로서 몸에 익은 속도와 배려가 이 불합리함을 받아들이는 데 장애물이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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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고 문화를 이해하니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일 수가 없습니다. 그말인 즉슨, 프랑스는 언어와 문화만 알면 그 어떤 나라보다 살기 편한 곳인 셈이지요. 어느 나라든 그렇겠지만, 프랑스가 가진 유구한 고정관념에 비하면 상당히 쉬운 방법입니다.

 

프랑스 어학연수생으로서 어학원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납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생각을 나누면서 국가별 국민성의 특징과 차이를 피부로 느낍니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지만 각자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태도와 성질이 너무나도 다르기에 불편한 지점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프랑스인은 고약한 블루 치즈와도 같습니다. 입문하기 어렵지만 한번 맛을 알게 되면 풍미를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특징이 분명하고 호불호가 확실한 그런 사람들입니다. 앞으로는 이들을 독특하고 귀여운 종족들이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자기만의 특별한 고집을 이어가려는 걸음에 너그러이 발맞춰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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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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