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실의 고통과 그리움을 마주하는, 다정한 용기에 관하여 – 차은우 ‘STAY’ [음악]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다짐하는, 차은우의 미니 1집 앨범 [ENTITY]
글 입력 2024.02.2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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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란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별의 아픔이 가라앉는 데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차은우 미니 1집 앨범 [ENTITY]


 

[크기변환]1. ENTITY 앨범 자켓.jpg

  

 

2024년 2월 15일, 그룹 아스트로(ASTRO) 소속 아티스트 차은우가 데뷔 8년 만에 첫 솔로 앨범 [ENTITY]를 발매했다. 미니 1집 [ENTITY]는 차은우의 본체 이동민으로서 그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들을 담아낸 진솔한 앨범으로, 전곡 작사에 참여한 그의 열정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인정하고 살아가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신보의 타이틀곡 ‘STAY’는 잔잔하면서도 짙고 강렬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두드러진 컨트리 팝 곡이다. 해당 곡은 가사를 통해 이동민으로서 현재 가장 강하게 느끼고 있는 그리움의 감정을 토로하기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슬픔을 겪는 모든 이들을 향한 위로’라는 주제가 더욱 깊이 있는 울림을 선사한다.

 

그럼 화려함 속 감춰진 공허함에 파묻힐 듯하면서도 오늘을 다시금 살아가려 애쓰는 그의 속내를, 그리고 현실에서의 하루를 버텨내려 노력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타이틀곡 ‘STAY’에서 살펴보자.

 

 

 


차은우 ‘STAY’ (2024.02.15.)


 

[크기변환]2. 'STAY' MV 컷모음.jpg

 

 

하루가 시작됐어 다시

허전하고 텅 빈

그래 난 여전히

한숨과 후회 따윈

웃음 뒤에 숨겨놓은 채

질척거리네

 

  

우리는 웃음이란 가면 뒤에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숨기고 살아간다.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혹은 감정보단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우선이기에 등 우리가 속내를 감추려 드는 이유는 아마도 매우 다양할 것이다. 하물며 통상적으로,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도 진심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데, 아이돌과 배우 등 지속적으로 매체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은 어떨까? 그들은 자발적으로, 동시에 타의에 의해서 지치고 힘든 마음을 내색할 수 없으며 자신의 내면을 되새길 수 있는 여유 또한 매우 빈번하게 박탈당하곤 한다. 그러니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이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뒤에 한껏 드리워진 어둠은 이토록 질척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엉켜버린 매듭

원망을 하듯

가슴속엔 온통 Gray ash

아름다운 이별 따윈 없어

내 곁에 머물러

 

 

이별의 순간,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온갖 후회가 뒤섞여 좌절하고 또 절망한다. 이때, 사랑을 잃은 우리의 마음을 제때 살피지 않는다면 이는 곧 형체를 알 수 없이 얽히고 설킨 실타래처럼 마구 뒤엉켜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떠나갔다는 원망과 곁에 있었음에도 상대의 아픔을 보듬어주지 못했다는 데 대한 미안함, 그럼에도 부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어 내 곁에 머물러 주기를 애원하는 간절함 등 이별의 여파가 수많은 감정들로써 부유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먹구름이 잔뜩 뒤덮인

하늘에 연기를 뱉어

잿빛의 비가 그치면

네가 올 것만 같아

난 그냥 이대로

서 있을게

잊어버리지 마

 

  

이처럼 1절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원망하며 부정하고 싶은 혼란스러움을 다뤘다면, 2절에서는 점차 현재의 상황을 수용하고 마음을 다잡으려는 심경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이때 모두에게 가장 먹먹하게 다가올 부분은, 난 오늘도 변함없이 이 자리에 남아 너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을 잊지 않겠다 말하는 가사이지 않을까 싶다.

 

 

가끔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

나를 떠올리면 돼

어떻게든 너와 살아갈 테니

I want you to stay here (1절) / Just like we do here, still (2절)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이유인지에 상관없이 이어지는 내일을 살아가야 한다. 그게 제아무리 소중한 존재와의 헤어짐에서 파생된 상실의 고통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처럼 아픔에 괴로워하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이러한 삶의 방향성은, 어쩌면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의 강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이 곡은, 내 안에 존재하는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오롯이 간직하며 이 시간을 함께 살아갈 것임을 암시한다.

 

 

혼자 또 삼키고 뱉어내

오늘이 가도 그날에

잃고 싶지 않은걸

우리 함께 했던 시간들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

나를 떠올리면 돼

너의 어젠 나의 지금일 테니

So I want you to stay here

 

  

물론 홀로 외로움과 슬픔을 삭히고 뱉으며 망가진 속을 달래는 건 익숙해지기 너무나도 어려운 과정이다. 이처럼 아직은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과 같을지도 모르지만, 그리움을 토대로 그 시간들을 덧그리며 하루를 지내다 보면 결국 언젠가 떠나간 이들에 대해서도 웃으며 말할 수 있을 그 날이 다시금 찾아오지 않을까?

 

 

 

그저 무뎌지기 보다, 때로는 감정의 혼돈에 자신을 내맡길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크기변환]3. 마무리.jpeg

 

 

앞서, 나는 이 글의 시작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었다. 과연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있는 이별이란 존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상실의 고통이 상쇄되기까지 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인지를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에 대한 내 개인적인 답변은 매우 명확한데, 이별을 아름답다고 말하며 상실을 수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결국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게 그 생각이다. 다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면, 그건 바로 ‘충분히 아파할 시간을 보냈는가?’ 라는 조건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 사회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성장을 명목으로 시련과 고통을 주는 것만 같다. 이와 더해 우리는 흔히 주변에서 역경과 고난을 극복해가는 과정 이야말로 우리에게 배움과 성취를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를 쉽게 접하곤 한다. 하지만 정녕 ‘버티기만’ 하는 것을 근본적인 해답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조언이 꽤나 불만족스러울 때가 많은데, 어디까지나 우리는 때때로 부서지고 무너지기도 하는 인간이지 흔들림 없는 고전 영웅 서사의 주인공이나 뜨겁게 녹인 쇳물을 식히며 두드린다고 곧이곧대로 단단해지기만 하는 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물집이 터지고 진물이 흐르다 끝내 곪아버리는 것처럼, 마음의 상처를 보살필 수 있는 데에도 유효한 기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라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게 아닌데, 그 모든 원인을 감춰둔 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에만 급급하다면 응어리진 마음은 어느새 질척거리는 늪처럼 우리를 어두운 심연에 가라앉히는 독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내면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아파할 시간을 보내야 한다. 때로는 자신의 약함을 드러낼 줄 아는 자가 진정 강인한 사람이고,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그 모든 경험이 있을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은우의 첫 솔로 앨범인 [ENTITY]의 제목은 ‘개체’로 정의된다. 가장 비밀스럽고 편안하면서도 본질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집’을 통해, 서로 다른 이동민의 성격을 다양하게 보여주려는 의도를 내포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그런 흐름에서 이번 신보의 타이틀곡 ‘STAY’는 이별과 관계의 상실에 대한 슬픔과 아픔, 그리고 그리움의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말은 언뜻 보기엔 대단하게만 느껴질지 몰라도, 실상 그 토대가 된 문제는 완벽히 해소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즉, 문제의 근원이 해결되지 못했기에 그로부터 파생된 짙은 감정들이 우리에게 더욱 와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큰 의의는, 음악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담긴 깊은 감정을 토해낼 수 있음에, 그리고 이와 함께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이들을 위로함에서 차은우가 지닌 다정한 용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디 그를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고통을 굳이 감내하기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리하여 가끔은 온 힘을 다해 화를 내거나 목놓아 울며 그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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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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