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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12월이 시작되면 공기부터 달라진다. 거리의 표정도 달라지는 것 같다. 카페나 식당의 유리창 너머로 반짝이는 트리와 장식들이 보이고, 여기저기에서 반복되는 비슷한 멜로디가 있다. 그리고 어쩐지 이유 없이 마음도 조금 느슨해지는 것만 같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크리스마스가 있고, 크리스마스의 중심에는 언제나 캐롤이 있다.


나는 5월부터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는다. 매년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편도 아니다. 그럼에도 캐롤만이 만들어내는 설렘이 있고, 그 감각은 다른 음악으로는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계절보다 먼저 캐롤을 듣는 일은, 어쩌면 크리스마스를 미리 불러오는 나만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점은, 크리스마스 노래가 매년 나오긴 하지만 우리가 결국 다시 찾게 되는 곡들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고, 해가 바뀌어도 자연스럽게 재생 목록에 남아 있는 노래들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특히 자주 듣게 되는 캐롤들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 Mariah Carey


 

 

 

이 노래가 이렇게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중독성 있는 멜로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곡은 크리스마스를 사랑의 계절로 만든다. ‘크리스마스에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너’라는 가사는, 선물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 사랑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이 가사 속 ‘You’를 꼭 연인에게만 대조할 필요는 없다. 어떤 때에는 가족을 떠올리게 하고, 어떤 때에는 친구를 떠올리게 하고, 또 어떤 때에는 이미 멀어진 누군가를 떠올리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래는 구체적인 대상을 지정하지 않기에, 듣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그 자리에 겹쳐 놓게 된다.

 

 

 

Christmas Without You - Ava Max


 

 

 

〈Christmas Without You〉는 제목부터 명확하다. 이 노래는 ‘너 없는 크리스마스’를 전제로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제목이다.


‘네가 없는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같지 않다’라는 가사를 Ava Max 특유의 팝 사운드로 경쾌하고 밝게 전하고 있는데, 이 밝음 속에 스며 있는 감정은 분명하다.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이유는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곡은 반짝이는 장식들 사이로 빠져 있는 한 자리가, 오히려 더 또렷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밝게 꺼내 보인다.

 

 

 

Snowman - Sia


 

 

 

에서 Sia는 사랑을 ‘눈사람’에 비유한다. 따뜻함에 닿으면 형태를 잃는 존재라서 더 조심스럽고, 더 오래 지켜보고 싶은 마음을 가사에 담았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는 크리스마스 캐롤 중에서도 유독 속도가 느리고, 음역도 낮다. 멜로디와 가사 모두 서두르지 않는다.


이 노래가 주는 인상은 간절함이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북극으로 가서 행복하게 살자’는 가사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주는 설렘보다 관계를 지키고 싶은 간절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멜로디와 가사가 함께 만들어내는 이 느린 온도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크리스마스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들뜨기보다는 조심스럽고, 소리치기보다는 속삭이는 쪽에 가까운 겨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세 곡의 캐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록한다. 우리가 매년 같은 캐롤을 다시 듣는 이유는, 그 노래들이 계절을 대신 기억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고 있든, 이 노래들은 우리의 겨울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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