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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물처럼 밀려오는 시련 따위, 흐름에 몸을 맡기고 야옹 [영화]

영화 <주토피아 시즌2> 관람을 앞두고 보면 좋을 동물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영화 <플로우>

by 이유은 에디터
2025.11.21 08:59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망망대해 한가운데를 떠다닌다. 그것도 자기 의지가 아니라 불가피한 흐름에 휩쓸린 채 고양이의 <플로우>는 시작된다. 애니메이션에서 동물은 종종 인간의 은유로 사용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고양이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의 모든 불안과 변화를 온몸으로 맞닥뜨리게 된 한 마리 고양이, 익숙한 터전을 떠나 예측할 수 없는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 그 속에서 만나는 낯선 존재들과의 관계 맺음, 그리고 상처와 치유. 이는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도 지금, 어디인지 모를 곳을 향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 <플로우>는 단순한 동물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감정과 경험, 상실과 회복을 동물들의 서사에 담아낸다는 점에서 동물이 주인공이 서사물들이 지닌 특유의 정서적 힘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달 개봉 예정인 영화 <주토피아 시즌2>를 기대하며, 다시금 동물 서사의 감각을 되짚고 싶은 이들에게도 좋은 준비운동으로 추천한다. 물론 차이는 명확하다. 주토피아는 말과 표정으로 장면을 다채롭게 만들지만 플로우는 동물의 숨결과 리듬만으로 서사를 채운다. 하지만 그 조용한 결에서 플로우만의 묘한 아름다움과 슬픔, 그리고 웃음이 피어난다. 같은 동물을 다루면서 어떤식으로 달리 표현했는지 관찰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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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하는 고양이의 여정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고정된 장소에서 살아가는 것이 익숙한 그에게, 물 위를 떠돌아다니는 상황은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다. 의지할 곳 없이 표류하는 고양이의 모습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인생을 보여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플로우>는 이 떠도는 과정을 단순한 생존기가 아니라 성장의 서사로 풀어낸다. 고양이는 물살에 떠밀려 원치 않는 모험을 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 등 다양한 동물들과 만나고, 점차 자신의 경계를 허물어간다. 서로 다른 종,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존재들이 같은 배에 타고 있는 모습은 점점 더 다원화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관계 맺음의 방식과 닮아있다.


고양이는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경계심이 가득하지만 여정을 함께하는 동안 타인의 온기를 배운다. 여우원숭이는 무리 안에 있지만 늘 어딘가 외로운 존재다. 애정을 갈구하지만 정작 받아들이는 이들은 무심하고 차갑다. 그런 모습을 보면 괜스레 속이 쓰려진다. 누군가에게 간절히 다가갔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순간이 한번쯤은 우리에게도 있었으니 말이다. 또한 뱀잡이수리는 타인을 보호하려다 오히려 무리에서 버림받는다. 그리고 날개까지 다친 채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가 된다. 그가 떠나는 무리를 향해 내지르는 마지막 울음소리는 언어가 아니라 감정 그 자체다. 그들의 이야기는 고양이에게, 그리고 우리에게도 깊이 스며든다. 귀엽고 아름다운 화면을 지닌 이 영화가 마냥 따뜻하지 않은 이유다. 함께하는 여정 속에서도 각자가 가진 결핍과 외로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관객에게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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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의 세상


 

디즈니나 픽사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영화 <플로우>는 좀 더 현실적인 방식으로 동물을 묘사한다. 이곳의 동물들은 인간처럼 말하지 않고, 두 발로 걷지 않으며, 손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저 고양이는 야옹거리고, 여우원숭이는 낑낑대고, 카피바라는 천천히 움직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에 감정 이입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사가 아니라 ‘소리’다. 물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바람이 스치는 소리,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동물들이 내는 자연스러운 울음소리. 이러한 사운드 디자인은 영화 속 공간을 더 실재감 있게 만들고 관객이 직접 그곳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감독이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작업한다고 했던 만큼 사운드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서사의 일부처럼 작용한다. 덕분에 음악과 화면이 하나처럼 움직이며 그 자체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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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흘러가는 삶, 그리고 받아들이는 용기


 

고양이의 여정은 결국 우리 삶의 은유다. 우리는 언제나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때로는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가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떠밀려 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낯선 존재들과 부딪히고, 또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 속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때로는 혼자가 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이들과 함께해야 한다. 그러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그 안에서 길을 찾는 것이 우리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플로우>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통해 묻는다. 우리는 삶의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끝없이 저항할 것인가, 아니면 자연스럽게 몸을 맡길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떠밀려 가는 동안, 우리는 함께 조금씩 적응하고 변화하며 길을 찾아간다. 결국 삶은 거대한 흐름 속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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