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추락의 해부'를 해부하다 [영화]

영화와 재판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글 입력 2024.03.0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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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은 진실이 아니라 사실을 묻는다. 진실은 주관적인 면이 있다면, 사실은 보다 객관적이다. 그래서 사건 관계자들은 각자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사실을 근거로 든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현실’이나 ‘왜곡’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증거와 증언이 부분적인지 전체적인지, 현실적인지 비현실적인지, 진실됐는지 왜곡됐는지,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것이 재판의 몫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란 가짜를 찍어내 진짜를 담아야 하는 예술이다. 그 과정에서 관객이 영화를 진짜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시키는 것이 영화의 책임이자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즉, 재판이 사실을 밝히기 위해 양측의 증언과 증거를 수용하거나 밀쳐내듯이 영화도 현실처럼 보이기 위해 여러 연기와 연출을 채택하거나 폐기하는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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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의 해부>는 재판과 영화라는 양자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충실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재판으로 영화를 비유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가령 검사의 간혹 선을 넘는 억지 주장들은 재판의 NG처럼 보이며, 특히 주인공 '산드라'의 소설 속 문장을 들고 와 증거로 채택하려는 장면은 작품 속 메시지와 감독의 가치관을 엮어 비난하려는 이들에게 선사하는 의도된 일종의 펀치라는 점에서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비유법을 알 수 있다.

 

특히 '산드라'의 아들 '다니엘'의 마지막 증언인 아빠와의 생전 대화가 그러하다. 이 대화는 작중 검사가 말했듯, 사실 여부조차 불분명하며 엄마의 무죄에 미소 짓는 '다니엘'의 모습은 되려 거짓 증언일지도 모른다는 기시감을 부른다.

 

그럼에도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이러한 증언이 재판의 결과를 결정짓는 시나리오를 구성한 까닭은 앞서 언급한 재판과 영화의 연관성을 분명히 하기 위함일 것이다. 영화란 가짜로 진짜를 담는 예술이지만, 그 경계는 '다니엘'의 증언처럼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모호해야 한다는 뜻을 말이다. 다만, 영화의 구성품이 가짜라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증언의 사실성은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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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추가로 알 수 있는 점은 재판으로 영화를 비유했듯이 주인공인 '산드라'는 쥐스틴 트리에 감독 자신을 비유했다고 볼 수 있다. 재판으로 피 말려 하는 '산드라'처럼 쥐스틴 트리에 감독 또한 영화를 찍는 내내 그러했으리라.

 

그러나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속 '다니엘'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탐구와 증언이 '산드라'를 구해냈듯,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배우와 스태프의 노력이 존재했기 때문일 테다. 영화 전체가 이들을 향한 찬사라고나 할까. 살인 사건을 최초로 목격한 인물이자 관객에게 안내자 역할을 하는 반려견인 '메시'가 엔딩 신에서 '산드라'의 곁으로 온 이유 또한 이와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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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추락의 해부>는 영화와 현실의 경계에 대해 치밀하고도 섬세한 만듦새를 가져가며 끝까지 해부해야만 결과를 알 수 있는 굳센 영화다. '까이에 드 시네마'가 사랑하는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작품인 만큼 영화에 대한 치밀한 고심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주연 배우, '산드라 휠러'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지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추락의 해부>가 과연 아카데미의 주인공도 될 수 있을까.

 

 
[유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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