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존재 자체가 목적인 장난감, 유어구미 이의진의 세계

선물 받았을 때의 기쁨만이 담긴 유어구미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4.06.1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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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포켓 토이를 제작하는 <유어구미>와 이의진을 소개합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장난감을 만들고 있는 유어구미의 이의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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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켓 토이라는 장르가 대한민국에서는 조금 생소하다고 느껴지는데. 포켓 토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포켓 토이를 만들게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제가 기억하는 제가 가장 처음 가졌던 장난감이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폴리 포켓이었어요. 그 장난감이 제가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장난감이었기에 저에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죠. 아직까지도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갖고 놀며 행복했던 기억이 저에게 굉장히 많이 남아있어요.

 

그런데, 제가 이사를 가며 그 장난감을 잃어버리게 되었어요. 그래서 20살, 21살이 되었을 때 그 장난감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간신히 찾아서 130만 원에 구매했어요. 하하. 어머니께서는 처음 장난감을 구매했을 때 3만 원에 구매하셨다고 했는데 말이에요. 그렇게 처음 제가 저의 돈으로 장난감을 구매해 갖게 된 이후 제가 어릴 적에 폴리 포켓을 좋아했던 기억, 제가 장난감을 갖고 놀았던 추억이 다시금 새록새록 나게 되어 장난감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시중에 제가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빈티지 제품이고 요즘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들은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갖고 싶은데 가질 수 있는 게 없으니 어떻게 할까 하다가 제가 직접 장난감을 만들게 되었죠. 그렇게 취미 생활로 개인 블로그에 종종 사진을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만들어 달라’ 요청해 주셔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 ‘유어구미’라는 이름이 굉장히 귀여워요. 시중에 판매 중인 젤리 ‘마이구미’가 떠올라 아기자기하면서도 ‘유어’라고 바꾼 점이 ‘너만의 장난감’이라는 느낌도 들어서 굉장히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죠.

 

하하. 사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것이었기에 이름도 대충 만들었어요. 그 당시 친구와 함께 블로그 이름을 짓고 있었는데, 제가 평소에 젤리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그때도 마이구미를 먹고 있었죠. 함께 있던 친구가 ‘네가 마이구미를 좋아하니까 유어구미라고 이름을 짓는 것은 어때?’라고 말해서 정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큰 공을 들이지 않고 이름을 지었던 거라 저는 중간에 이름을 바꿔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 그렇다면 원래 작가님께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원래는 영화를 좋아해서 영상과에 갔어요. 영화감독이 꿈이었죠. 그런데, 영화를 만들려면 엄청난 협업이 필요한 거예요. 하지만 저는 학교에서 과제를 하다 보니 영상을 제작하며 타인과 협업하는 과정이 저랑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포기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는데, 제가 미술도 전공했거든요. ‘그러면 내가 미술을 할 수 있으니 미술 감독을 하자’는 생각에 뮤직비디오 광고 아트팀에서 굉장히 오래 일을 했어요. 거의 5~6년을 일했고, 요즘도 종종 부업으로 해요.

 

하지만 아트팀에서 일을 하면 제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해요. 제 마음에 들기보다는 감독님과 광고주님 마음에 드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또, 결정적으로 매일 밤샘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자가면역 질환에 걸리게 되었어요. 이러한 점들 때문에 미술팀 일을 쉬게 되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그렇다면 지금까지 영상 위주로 활동을 해오셨는데,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맞아요. 저는 제작을 전공하지는 않았으니, 제가 이 일을 계속하려면 전문적으로 제작에 대하여 다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학교를 다시 다녀야 하지 않을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제 나이가 올해 30살이거든요. 학교생활을 해본 입장에서, 대학생 1~2학년 때에는 전공 지식을 쌓기보다는 추억을 만드는 부분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과연 학교를 다시 다시는 것이 옳은 선택일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한국의 대학교보다는 영어 공부, 언어 공부를 한 뒤 외국의 학교를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작에 대해 제대로 배워보고 싶기도 하고, 제가 한국보다는 외국, 특히 미국과 일본 쪽에서 수요가 많거든요. 그래서 그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 작가님의 작품을 하나 소개해 주신다면.

 

사실, 저는 유어구미의 작품보다는 < Rush >라는 졸업 작품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누군가가 저에게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면 항상 졸업작품 영상을 이야기하거든요. 그 작품이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했던 작품이고, 지금 봐도 부끄럽지 않다고 느껴져요.비록 제가 지금은 영화 쪽을 포기했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 작품을 지금까지의 어떠한 작품 중에서도 제일 열심히 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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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나중에 3D 프린터를 활용해서 영상들도 더 제작해 보고 싶기도 하고, 만약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회사가 있다면 들어가고 싶어요. 제가 <웰레스와 그로밋> 작품을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요.

 

 

 

기쁨을 선물하는 장난감, 유어구미는 이렇게 제작됩니다


- 유어구미를 소개하는 문구 중 '빈티지 복각'과 함께 '의도적인 자연스러움이'라는 말이 인상 깊은데.

 

저는 깔끔한 마감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에요. 제가 미술을 전공하며 계속 들었던 이야기도 ‘너는 마감을 깔끔하게 안 한다’라는 이야기이기도 했죠. 하하. 그래서 저의 작품에는 호불호가 있는 편이에요. 조금 더 깔끔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하지만 저는 핸드페인팅을 하다 보니 깔끔할 수가 없기도 하고, 깔끔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도 해요. 깔끔하지 않은 것을 인정하고, ‘마감이 안 깔끔하면 어때? 새 장난감도 빈티지스러울 수도 있잖아. 옛날 장난감을 추억하며 만드는 거니까 이 매끄럽지 않은 마감이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도 있잖아.’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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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의 장난감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모델링을 하고, 3D 프린터로 프린팅 한 뒤 표현을 사포로 갈고 에어브러시나 핸드페인팅을 색칠한 뒤 마감 작업을 하면 끝이라 만드는 과정이 간단한 편이에요. 그래서 사포질을 하는 과정이 조금 귀찮기는 해도 딱히 어려운 점은 없죠.

 

저는 계획을 거의 안 하고 만드는 편이에요. 주문 제작의 경우에는 스케치를 주시니까 그것을 바탕으로 모델링을 하고 제작하지만, 제가 직접 디자인할 때는 모델링 과정에서 디자인을 함께 진행해요. 스케치를 따로 하며 일이라고 생각하다 보면 재미없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즉흥적으로 ‘여기에 이것을 넣을까?’ 생각해 보며 작업을 진행하죠.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해야 조금 더 제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작 과정 중에서도 컬러를 넣을 때 저는 가장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해요. 컬러도 계획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넣는 편이거든요. 하하.

 

 

- 작가님의 장난감을 보면 이빨 등 독특한 요소가 사용될 때도 많은데, 주로 이러한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영감을 받는다는 것이 없어요. 저도 영감을 받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저는 주로 꿈에서 생각날 때가 많아요. 예를 들어 사과 모양 포켓, 말씀해 주신 이빨 모양의 포켓은 전부 꿈에서 제가 봤던 것들이에요. 자고 일어나면 꿈에서 사과가 엄청 예쁘게 열려있는 것이 추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있죠. 그래서 자고 일어난 뒤 그것을 메모장에 적어놓고, 제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제작해요.

 

특히 언급해 주신 이빨 모양의 <사랑니 포켓>은, 저의 아쉬움에서 제작된 작품이기도 해요.

 

어렸을 적에 어머니께서 이빨 요정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저의 어린 시절 이빨을 간직하고 싶었는데, 어머니께서는 저의 이빨을 다 버리셨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아쉬웠죠. 그래서 나중에 제가 사랑니를 뽑게 되거나 아이를 낳아서 아이의 이빨이 빠진다면 그 이빨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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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과 인센스 홀더를 함께 만드시는 부분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일반 장난감을 제작할 때와 용도가 존재하는 작품을 만들 때의 구성 혹은 제작 과정이 달라지기도 하나요?

 

아니요, 저는 모두 장난감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어요. 그런데 제 지인들이 ‘그래도 사람들이 사고 싶어지도록 하려면 용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해서, ‘그러면 구멍을 똟을까’라는 생각에 구멍을 뚫고 인센스 홀더로 치죠. 요술봉을 만들고 싶어서 요술봉을 만들었다가 생뚱 맞게 전구를 넣으면 그렇게 조명이 완성되는 거예요. 하하.

 

저는 항상 무언가를 만들 때 용도를 생각하지 않고 만들어요. 저는 그 작품 속에 느낌과 목적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만들거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존재 자체가 목적인 삶’이에요. 사실 세상 모든 것에 다 목적이 있잖아요. 모든 물건들은 다 그 사용 목적이 있죠.

 

그런데 제가 과거 우울증에 걸렸을 때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는 무슨 목적으로 살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내가 태어난 것이 그저 내가 사는 이유다’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그렇게 목적 없는 것들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서 이 작품을 통해 과거의 저처럼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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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 없는 장난감’과 ‘완벽하지 않은 장난감’이 오히려 유어구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깔끔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하죠.

 

예전에 페이스북을 많이 하던 시절에 요리 쇼츠를 많이 봤어요. 그런 영상들을 보면 준비 재료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빵 이름이 ‘브레드용 빵’이라고 소개가 되었어요.

 

브레드용 빵. 즉 빵용 빵이잖아요. 이 빵은 오직 빵이 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저에게 굉장히 멋있게 다가왔죠. 나도 이의진용 이의진으로 살아야겠다, 굳이 삶의 목표를 찾지 않아도 이의진으로 살기 위한 이의진으로 살아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어요.

 

 

- 작가님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대상이 있다면?

 

제가 만드는 작품을 보면 집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제가 평소에 집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하하. 제가 굉장히 내향적인 사람이라 침대 같은 저만의 안락한 공간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이런 어릴 적부터의 집을 좋아했던 성향이 작품에 담겨서 저도 모르게 계속 집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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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색감의 경우 어머니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벽지를 색칠하고 방을 꾸몄었어요. 어머니와 무언가 만들기를 하던 추억이 많죠.

 

또, 어머니께서 취미로 리본 공예를 하셨거든요. 항상 어머니께서 ‘이 색은 이 색과 하면 예쁘겠다’고 색 조합하시는 과정, 그리고 리본을 만드시는 과정을 옆에서 봐왔어요. 지금 보니 저의 장난감이 어머니께서 과거에 만드셨던 리본과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더라고요. 아기자기한 것도 그렇고, 제가 보색 대비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머니께서도 보색 대비를 좋아하셨어요.


지금도 어머니께서 센스가 참 좋으세요. 인테리어 소품을 보는 것도 좋아하시고요. 그래서 항상 어머니께 소품샵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요. 어머니께서 아직도 커튼과 식탁보 등을 다 직접 만드셔서 나중에 저도 어머니께 미싱을 배워보고 싶기도 하고요.

 

또, 제가 지금은 찾을 수 없고, 정말 찾고 싶어 하는 비디오가 있어요. 7~8살 때 즐겨보았던, 그 당시에는 제가 알아듣지도 못했던 영어 비디오죠. 배우들이 나와서 만화처럼 이야기가 흘러가는 내용이었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남매가 색칠공부를 하는데 색칠공부를 하기 위한 종이 안에 어떤 여자애가 그려져 있어요. 그래서 그 여자애를 색칠하니 종이 속 여자애가 뿅, 하고 살아나서 함께 여행을 다니는 내용이 있었어요. 또, 미끄럼틀을 타다가 상상 속 환상의 마을로 가게 되어서 과일을 따먹기도 하는, 유아틱한 내용들이 담겨있는 비디오였어요. 

 

그 비디오 시리즈 안의 컬러들이 정말 예뻤기에 그 비디오도 지금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생각해요.

 

 

- 처음 제작하셨던 장난감은 어떤 장난감이었을까요? 지금의 장난감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처음 만들었던 장난감은 선물용이었어요. 하하.

 

과거의 장난감과 지금의 장난감과 정말 많이 다르죠. 처음에는 경첩 만드는 법도 몰라서 굉장히 엉성했거든요. 지금은 레진을 이용하지만 그 당시에는 필라멘트를 사용했기에 지금보다 더 거칠거칠한 면도 있었죠. 전체적으로 미숙했어요.

 

외적인 부분은 취향에 따라 변한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는 파스텔의 느낌을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파스텔 색감을 가진 장난감을 많이 만들었다면, 요즘에는 원색이나 대비감이 심한 것을 좋아해서 그러한 장난감을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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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제 장난감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편이에요. 그래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는 자신감이 조금 생긴 것 같아요. 지금 저의 SNS 팔로워가 1.5만 명인데, 저는 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래서 과거에는 ‘취미로 해야지, 이걸로 어떻게 먹고살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강했다면 요즘에는 ‘그래도 이 작업을 계속 열심히 하다 보면 뭐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 작품을 제작할 때 중요시 여기는 점이 있다면.

 

저는 이 장난감을 만들 때, 저의 에너지, 즉 기가 장난감 안에 함께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장난감을 구매해 주셨을 때 선물 받은 느낌을 받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마치 어릴 적 사람들이 장난감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요.

 

그래서 저는 기분 나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장난감을 만들 때만큼은 항상 좋은 마음,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하려고 해요. 이 장난감이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분명히 제가 기쁨을 담아서 드리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합니다.

 

 

 

이의진의 마음 속 유어구미와 그 미래


 

- 앞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한국의 1인 장난감 가게로 해외의 주문이 많이 온다는 것이 놀라워요. 주로 어떻게 주문이 들어올까요?

 

메일이나 카카오톡으로 주문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또, 지금 제가 뉴욕에 위치한 샵에 납품을 하고 있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 가게의 사장님도 일본 분이시죠. 하하. 확실히 해외 주문 중 일본의 비중도 높아요. 일본에서는 제가 만드는 장난감처럼 컨셉슈얼한 것들이 양지의 문화잖아요. 그래서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작가님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해요. 저는 사실 제가 이 작업을 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지인들도, 유어구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아는 지인들도 별로 없죠. 주변에서 ‘너 뭐하고 살아’ 물어보면 그냥 소품, 촬영 소품을 제작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요. 아직까지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기자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굉장히 큰 위로가 됩니다.

 

 

- 제가 작가님의 팬인 만큼 작가님께서도 작가님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계시길 바라는데, 부끄러움을 느끼신다는 말씀에 놀랐어요.

 

제가 이 작업을 시작했을 때가 20대 초반이었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며 취향이 변했죠. 그때는 귀여운 것을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귀여운 것보다는 멋있고 조형적으로 매력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졌거든요. 그러나 저를 찾아주시는 고객들은 제가 만드는 귀여운 작품들을 좋아해서 찾아주시니까 이 간극에 대한 고민도 굉장히 컸어요.

 

제가 2023년 여름에 <크래프트 서울 : GIVE LOVE, LOVE GIFT> 전시를 진행했는데, 사실 이 전시를 바탕으로 콘셉트를 바꾸려는 생각도 있었죠. 결국 그래도 제가 잘하는 귀여운 것을 하자는 생각에 바꾸지는 않았어요. 디자인적인 것을 하기에는 디자인을 잘하는 아티스트 분들이 너무 많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과 비슷한 것을 하는 분들은 잘 없어서 그냥 제가 하던 것을 계속하기로 했죠. 하하.

 

그래도 장난감의 느낌을 이어나가면서도 멋진 것을 할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에 조명도 제작해 보고 다양하게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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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의 작품을 멋있게 표현하고 싶으시다는 말씀을 들으니 테라리움이 생각나기도 해요. 작가님의 작품을 테라리움 안에 표현해 내도 좋을 것 같은데.

 

맞아요. 사실, SNS 계정에 올리지는 않지만 테라리움에 들어가는 피규어가 저에게 제작 문의가 많이 들어오거든요. 아주 작은, 1cm 정도의 모형이 필요한데 만들 수 없어서 저에게 주문해 주시는 분들도 많죠. 그런데 유어구미 계정과는 결이 다른 것 같아 올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 앞서 해외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렇다면 조금 더 성장을 꿈꾸는 작가님께서 학교에 간다면 어떤 것을 배우고 싶으실까요?

 

어찌 되었던지 저는 지금 제품 디자인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품 디자인을 배워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저는 제품 디자인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니까요. 전시에 참여하다 보면 많이들 저의 전공을 여쭤봐 주시거든요. 제가 영상을 전공했다고 하면 놀라시죠. 그리고 확실히 디자인을 공부한 친구들을 보면 저와는 다른 부분들이 느껴져요.

 

 

- 스스로의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더욱 배우고 싶다고 하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이디어요. 하하.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아이디어가 있어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몰라서 그 부분이 답답해요. 저는 스승님이 없으니 물어볼 사람이 없잖아요. 그래서 조명을 만들고 싶어도 조명을 어떻게 만들지,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은 공학이에요. 움직이는 장난감을 만들어보고 싶거든요. 지금은 멈춰 있는 이 장난감에 생동감을 주고,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마무리 지으며


 

- 지금까지의 제작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추억이 있다면.

 

가끔씩 저에게 주문 제작을 맡겨주셔서 제작해 드리는 분들 주에 재주문해 주시는 분들께서 꽤 있어요. 저에게 수리를 맡겨주실 때도 있고요. 그런데 그분들께서 항상 편지와 작은 인형 같은 선물을 같이 보내주시거든요. ‘팬이다’, ‘덕분에 어렸을 적의 추억을 회상한다’라는 말씀 등을 적어주시면 제가 그것을 읽고 굉장히 큰 감동을 받아요.

 

 

-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께 한 말씀 드리자면.

 

이따금씩 작업하는 과정이 고되고, ‘내가 이걸 해서 뭐해?’라는 생각이 들 때이면 보내주시는 편지를 꺼내보며 다시 힘을 얻어요. 저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단지 제가 만든 작품만을 보고 나를 응원해 준다는 사실이 정말 큰 감동과 기쁨이거든요. 만약 이렇게 저의 장난감을 좋아해 주시는 분이 한 명, 정말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저는 계속 이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의 장난감이 아무 목적도 의미도 없잖아요. 그럼에도 구매하시는 것처럼 저는 제 작품을 통해 ‘내가 살아가는 것 자체에 내 목적과 내 존재 가치를 담을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어요.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여자 주인공은 마지막에 좋은 삶을 포기하고 다시 안 좋은 환경으로 가는 선택을 해요. 오직 사랑만을 위해서요. 그런 것처럼 이따금씩 영화나 드라마를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장면들처럼 ‘왜 저래?’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 영화와 드라마의 개연성은 오직 사랑인 것처럼, 저의 장난감도 오직 개연성이 사랑인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저의 장난감을 보고 ‘이걸 왜 좋아해? 무슨 쓸모가 있어?’라고 이야기해도 ‘그냥, 사랑하니까 사랑해.’라고 이야기될 수 있는 장난감이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과거의 제가 그러했듯 스스로의 목적에 대해, 스스로의 삶의 이유에 대해 의문이 들 때 제 작업물을 보고 ‘이 자체가 개연성이야’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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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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