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친절하세요,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영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글 입력 2022.12.0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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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선택이 가득했던 한 해였다. 하는 선택마다 실패가 가득했다. 아직 한 발(달) 남았지만, 너무 길고 험난했던 한 해였기 때문에 나는 올해의 영화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미리 마무리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 살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생활과 가족 내부적 갈등, 경제적 문제로 삶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여성 에블린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에블린의 문제를 단순한 가족의 결합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시네필의 입맛에 맞춘 수많은 오마주와 패러디, 독특한 멀티 버스 세계관을 엮어나간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특징 때문인지 개봉 후에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주목을 받아 박스오피스 순위를 역주행하며 예술, 인디 영화임에도 관객 수 30만 명을 기록한 뒤 확장판이 추가 개봉 예정인 영화이기도 하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주목받은 이유는 영화 속에서 양자경이 보여주는 멀티 버스의 가짓수 만큼이나 많다. 모녀 갈등, 키 호이 콴의 스크린 복귀작, 양자경(그 자체가 장르라는 반응이 많았다), 퀴어 가시화, 베이글로 은유 되는 '요즘 세대'의 자살 충동 혹은 자기 파괴적 욕망, 친절하라는 메시지와 가족이 최고라는 주제까지.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결국 주인공이 집을 떠나, (그것이 내부적이든 외부적이든) 수많은 여정과 사건을 겪은 뒤 다시 집, 즉 자신의 원래 자아로 되돌아오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관객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 집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기 때문이다.

 

 

 

관객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


 

영화라는 매체는 관음의 매체이다. 카메라라는 존재가 어디든 숨어 타인의 삶을 속속들이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카메라 덕분에, 관객은 주인공이 자는 모습, 먹는 모습, 아무도 보지 않는다 생각하며 홀로 춤추는 모습까지(<러브액추얼리>에서 휴 그랜트가 그랬다) 볼 수 있다.

 

때로는 영화의 이런 관음적인 특성이 관객에게 삶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동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영화에서 관객은 나와 다른 타인의 삶에 공감하며 그것을 지켜보고, 그런 타인의 기분과 마음, 그리고 어쩌면 인격까지도 형성하게 만든 사건의 전후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체험을 영화는 제시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타인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로맨스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내가 연인과 가치관의 차이가 있어 다툰 상황이다. 복잡한 마음으로 보게 된 <스타 이즈 본>에서 잭슨과 앨리가 다툰다. 그 다툼을 보고서야 연인의 질투와 걱정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서로 사랑하지만 현실의 장벽으로 서로 함께할 수 없어 파국으로 치닫는 잭슨의 선택에 눈물을 흘리며 아 연인에게 잘해야겠다, 생각하고 연인에게 친절하게 연락한다. 정말 감동적이지 않나? 물론 지어낸 이야기다.

 

이렇게 타인의 삶을 관찰하면서 관객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 영화의 일반적인 순기능이다. 그렇지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관객 반응을 살펴보다 보면 다른 영화에 비해 이 영화가 관객에게 갖는 의미가 조금 특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객이 영화 속 에블린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중국계 사람도 아니고, 미국에 이주해 살고 있지도 않고,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 이 수많은 관객이 왜 에블린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할까? 그것은 영화가 선택의 결과와 그에 따른 후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과 후회


 

인생은 사소한 선택 하나로도 쉽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이미 많다. <슬라이딩 도어즈>도 그 예시 중 하나다. 지금 지하철을 타느냐, 놓쳐서 다음 지하철을 타느냐와 같은 사소한 선택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는 관객이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그렇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금 하는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는 사실과 매 순간 하는 행동을 선택으로 인식하는 것의 피로함은 영화가 끝나자마자 관객이 인생에서의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추게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돋보인다. 영화는 선택에 관해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지금의 선택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과거의 선택과 그로 인해 느끼는 지금 현재의 후회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점은 관객이 영화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후회 없는 인생은 없다. 많은 사람이 '내가 실수로 한 선택은 작은 것에 불과했다'고 생각하며 후회를 묻은 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영화에서는 에블린이 과거에 한 선택마다 모조리 실패했고, 그렇기에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멀티 버스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다. 실패했기에 더 많이 도전해볼 수 있다는 흔한 위로가 독특한 설정을 통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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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해져라'라는 메시지


 

영화의 후반부에서 웨이먼드는 모두에게 '친절해져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세상과 싸우는 방식이라고도 한다. 영화가 제시하는 친절함의 이로움은 타인을 향한 것만은 아니다. 먼저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고 타협할 때 비로소 개인은 타인에게 친절해질 수 있다.

 

에블린은 지난날의 실수와도 같은 선택으로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관하고, 다른 선택지를 꿈꾼다. 에블린은 자신의 삶에 환멸을 느낀다. 아버지에게 항상 인정받고 싶었지만, 자신이 자초한 일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자신을 속 썩이는 딸의 존재는 에블린의 삶이 마치 완전히 실패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자신에 대한 비관과 자책은 에블린이 세금 계산에서부터 집안일까지 자신이 도맡아 하려고 하며 모든 일에 주도권을 가지게 만든다. 그렇지만 모든 일을 한 사람이 도맡아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에블린은 계속되는 실패에 반복되는 좌절을 느낄 뿐이다.

 

친절해져야 한다는 웨이먼드의 말을 듣고 에블린이 가장 먼저 깨닫는 것은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법이다. 내면의 갈등과 그간 말하지 못하고 참아왔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 동성애자 딸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마음. 모든 것이 에블린이 자신 내면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며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에블린이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사건에서 멈추지 않고 그 이후를 보여주는데, 그 부분이 바로 타인에게 친절해지는 단계이다. 에블린의 딸 조이는 엄마가 자신의 동성 연인을 인정해주었음을 그토록 바랐음에도 에블린이 아버지에게 자신의 여자친구를 멋대로 소개한 것에 실망한다. 조이가 여자친구를 만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조이를 위한 것이 아닌 에블린 스스로를 위한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에블린과 조이 모녀의 싸움이 다시 시작된다. 그렇지만 조이의 마음은 엄마가 자신의 곁에 있었으면 한다는 고백에 누그러진다. '너 살쪘다, 건강하게 먹고 다녀'라고 딸이 걱정되는 마음을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이를 시작으로 에블린은 타인에게 친절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짐을 덜어낸다. 영화의 세 번째 파트에서 이런 변화가 잘 드러난다. 자신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디어드라에게 그렇지 않다며 말해준다. 가족들이 함께 세금 계산을 하도록 둔다. 웨이먼드가 바라는 스킨십도 해준다. 모두 자신을 받아들여 여유가 생겼을 때 가능한 일이다.

 

영화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세탁소 세금 조사를 받는 에블린의 가족. 세금 계산과 같은 인생에서의 비교적 간단한 문제도 친절하지 않으면 진행될 수 없다. 에블린은 멋진 자신이 있는 다른 세계로 점프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자신과 타협하고 타인에게 친절해지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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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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