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과일 티셔츠를 팝니다 [도서/문학]

글 입력 2024.02.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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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플리마켓부터 백화점 팝업 스토어까지 84일


김씨네 과일이라는 브랜드를 아는가. '김씨네 과일' 이름만 들었을 때는 과일을 판매하는 과일 가게가 연상된다. 나 또한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 품질 좋은 과일을 판매하는 가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김씨네 과일은 티셔츠를 판매하는 브랜드이다. 이 브랜드가 판매하는 티셔츠를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은 줄을 선다.


효율, 특히 시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요즘 세대 사람들이 줄을 선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구매하고 싶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김씨네 과일이 사람들 사이에서 핫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파는 티셔츠를 검색해 보았다. 도대체 어떤 디자인이길래 사람들이 구매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다양한 궁금증을 가지고 검색했지만 내 눈앞에 보인 건 정중앙 덩그러니 과일이 프린팅된 하얀색 티셔츠였다. 김씨네 과일을 제대로 알기 전 벌써 뒤통수를 두 대나 맞은 듯했다. 과일가게가 아닌 티셔츠를 판매하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한 대, 화려하고 독특한 디자인이 아닌 과일 티셔츠라는 점에서 한 대.


책은 김씨네 과일 대표 김도영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다.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게 된 순간부터 지금의 김씨네 과일이 되기까지 브랜드에 대한 스토리뿐 만 아니라 그의 생각과 그가 밟아온 길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김씨네 과일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좋아하지 않는 일에 노력이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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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하는 게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도 아닌데, 이것도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럼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일 하지 뭐.


졸업 후 그는 전공을 살려 취직을 할지, 자신이 좋아하는 티셔츠를 만들며 프리랜서의 삶을 살지 고민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한 회사에 지원을 했지만 탈락했다.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탈락이라는 결과를 접하게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티셔츠 만드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티셔츠를 만드는 일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플리마켓이라는 기회가 오게 된다. 플리마켓에서 어떤 티셔츠를 팔아야 할지 고민하다 이전에 토마토를 인쇄했던 기억을 떠올려 과일 시리즈 티셔츠를 제작하기로 한다. 그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플리마켓이니까 더 재밌게 판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한다.


고민 끝에 실제 과일을 판매하는 것처럼 바구니에 넣어서 진열하고, 검은 봉지에 티셔츠를 포장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대망의 플리마켓 당일 김씨네 과일은 플리마켓이 끝나기도 전에 가져왔던 재고를 모두 판매하는 성과를 이뤄낸다. 이후 이들은 다마스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과일 티셔츠를 파는 김씨네 과일이 되었다.


위에서 다룬 것은 과일 티셔츠에 대한 스토리이지만 사실 그가 티셔츠를 처음 만들기 시작한 건 대학생 시절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티셔츠를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책 전체를 읽다 보면 한순간도 쉬운 순간이 없어 보였다. 자신의 직업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도 애매했고, 벌이도 애매했다.


그렇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성공한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사회 속 그의 성공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성공한 인생을 자산으로 정의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요즘 김씨네 과일처럼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과일 티셔츠가 뭐길래


 

그렇다면 과일 티셔츠가 사람들을 줄 서게 할 만큼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익숙하면서도 새롭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원하면서도 너무 새로운 것은 원하지 않는다. 레트로라는 트렌드도 MZ 세대에게 새롭지만 어쨌든 과거의 유행이 돌아온 것 아닌가. 몇 년 전부터 연애 프로그램이 많이 방송되고 있다. 


수많은 연애 프로그램이 방영되며 인기가 사그라들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시청한다. 이는 '연애'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주제를 각각의 프로그램이 풀어내는 다양한 편성 방식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사람들은 적당히 새로운 것을 찾고 구매한다. 


두 번째는 과일이라는 소재의 대중성이다. SNS에서 영상을 보다 댓글을 확인해 보면 나의 생각과는 달리 그 영상에 담겨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가 커져 댓글 싸움으로 번진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영상을 시청했지만 괜히 나까지도 마음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김씨네 과일이 되기 전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티셔츠를 만들었는데 이 당시에는 마니아층이 주로 구매를 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실존 인물은 호불호가 나뉠 가능성이 크다. 혐오의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과일이라는 소재에는 크게 호불호나 문제점을 논할 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일 티셔츠를 구매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씨네 과일은 스토리텔링, 즉 확실한 콘셉트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여느 티셔츠 브랜드처럼 옷걸이에 옷을 진열하지 않는다. 과일가게처럼 티셔츠를 바구니에 진열하고, 검은 봉지로 포장해서 사람들이 상품을 구매해서 집에 가지고 갈 때까지 과일을 산 거처럼 느끼게 만든다. 심지어 김도영 대표는 과일 장수처럼 조끼를 입고 판매한다. 


피식 대학의 다양한 콘텐츠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도 김씨네 과일처럼 확실한 콘셉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한사랑 산악회의 김영남 회장이 실제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사람들을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단순해 보이는 과일 티셔츠에는 많은 매력들이 숨어 있었다. 

 

 

 

인생은 피카츄 아저씨처럼


 

피카츄 티셔츠를 입고 뉴진스 노래를 불러 유명해진 피카츄 아저씨가 있다. 그는 경기도에서 배달 일을 하고 쉬는 날에 신촌, 홍대 등을 돌아다니며 버스킹을 한다. 김도영 대표는 책의 마지막에 피카츄 아저씨처럼 되고 싶다고 전했다. 


누군가에게 당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설령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 일을 계속해서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현실의 벽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티셔츠를 계속 만들었던 그의 열정을 닮아가고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열정과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김씨네 과일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김씨네 과일을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내가 피곤한 것도, 힘든 것도 잊게 만들 만큼 좋아하는 일을 가진 사람, 피카츄 아저씨처럼 인생을 살고 싶다.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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