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들’은 실제 조현병과 우울증을 앓던 저자가 뉴욕 주립 정신병원에서 치열하게 보낸 3년의 기록을 가감 없이 담고 있다.
환자들을 위하기보다는 어디까지나 관행적으로 자행되었던 치료, ‘정신병자’라는 눈총과 꼬리표. 하지만 그 속에서도 저자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여러 권의 책과 글쓰기. 책을 읽음 그녀의 시선을 따라 생생히 그려지는 병동의 모습과 주변인들,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을 읽으며 쉽게 쉽게 넘어가는 대목이 많지 않았다. 저자의 혼란스러운 내면세계와 그때의 생각들을 접하고 온전히 이해하는 데에 비교적 더 많은 시간이 더 필요했다. 나아가 거듭된 유산, 가까운 이의 죽음 등 결코 평탄치 않은 삶의 고난을 마주하며 지켜보는 이로서 마음이 내내 편치 않았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그토록 힘들었던 혼란기를 거쳐, 미래에는 의사로부터 ‘과연 과거에 병동에 입원했던 환자가 맞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할 만큼 전진했다는 것이다. ‘나아지려고 나빠진다’는 중간 대목에서의 읊조림처럼, 나아지기 위해서 그토록 아프고 나빠졌다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결말이었다.
‘의미들’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희망은 아마 우울의 파도에 휘말리더라도, 자신만의 중심을 유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 힘을 사랑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 좋아했던, 혹은 새롭게 좋아하게 된 취미일 수도, 주변의 누군가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정신병이라 불릴지는 몰라도 완전히 새로운 곳에 몰두할 힘을 주는 그런 사랑이 하나의 해답일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은 조금씩은 우울하고, 항상 자신만 아는 불행에 울음 짓는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우울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감정이다. 그렇기에 ‘의미들’의 이야기에 새삼스럽지 않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가장 거센 인생의 파도 위에서 전한 이야기. 그 이야기들을 가장 가까이서 듣고 느끼며 부디 모두가 무사히 살아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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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잰 스캔런 (Suzanne Scanlon, 1970~ )
미국의 작가. 시카고 인근에서 태어나 자랐다. 바너드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시카고예술학교 등 여러 대학교에서 창작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버지니아 크리에이티브아트센터, 옥스보 아티스트레지던시, 래그데일 재단으로부터 펠로십을 받았으며, [그랜타] [펜스] [하퍼스 바자] [아이오와 리뷰] [로스앤젤레스 북 리뷰] [일렉트릭 리터러처] 등에 에세이와 소설을 연재해왔다.
스캔런에게 글쓰기는 삶을 예술로 변모시키는 작업이면서 동시에 자기 삶을 형성하는 힘이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소설 [유망한 젊은 여자들(Promising Young Women)]을 논픽션 소설로, 두 번째 소설 [그의 서른일곱 번째 해, 인덱스(Her 37th Year, An Index)]를 허구적 회고록으로 스스로 명명할 만큼 삶의 재료를 바탕으로 글을 써왔다.
[의미들]은 이런 작가가 쓴 진정한 의미의 회고록으로, 어린 시절 해소되지 않은 슬픔에서 시작해 스무 살에 자살 시도를 한 뒤 정신병동에서 보낸 삼 년의 장기 입원 시절을 스스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정신 질환을 치료하기도 하지만 생산하기도 하는 의료 시스템에 대한 성찰이 한편에,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병원 밖 삶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여정이 다른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강렬한 책에서, 스캔런은 의료계의 "말끔한 구원의 서사"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미친 여자들"이 직조해낸 문학작품들에 기대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이 책은 출간 후 [뉴욕 타임스], [뉴요커] 등 주요 매체의 호평을 받으며 동시대 여성 문학의 중요한 성취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