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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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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에 대한 의미들


 

제목이 “의미들”이라고 붙여진 것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부제는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나날들”이라 언급이 되어있고, 소개에는 ‘정신질환’과 ‘회고록’이라는 소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당 도서에서 “의미들”은 무엇을 지칭하는가? 이런 궁금증 속에서 책 뒤표지에 마주한 ‘실비아 플라스’라는 이름은 반갑게 느껴졌다. 몇 년 전 복수 전공을 고민하던 중 처음으로 들은 영문학개론 수업 시간에 알게 된 이름이고, "Daddy"라는 제목의 시로 접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강한 이끌림을 주는 작가였다.

 

그녀의 최후를 묘사하는 자극적인 문구 때문인지 실비아 플라스의 이미지는 영문학과 시를 생각할 때마다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교환학생 중에는 학교와 가까운 곳에 묘지가 있어서 들러 볼까 생각을 했을 정도로. 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에 이런 이미지들은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이해를 저해할 뿐이다.

 

이미지라는 말도 적합하진 않은 것 같다. 여하튼 그녀의 단편적인 모습 말고 정말로 살아남은 “의미들”이 전해주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의 삶과 고통은 어떤 방식으로 의미화 되었으며, 자신의 고통을 끄집어 내어 드러낸 문학작품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인가?

 

여기서 비로소 의미들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글쓴이 자신이 수행하는 의미화의 과정과 독자에게 읽히는 의미들, 또 삶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들. 이 모든 것의 총합이 바로 『의미들』이라는 회고록이 전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해당 도서는 글쓴이 그 자신의 회고와 그와 유사하게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작품을 집필해낸 여러 문호들에 대한 비평이 나란히 놓여있다.

 

 

 

마음의 고통이 의미화 되는 과정


 

해당 도서를 집필한 작가인 수잰 스캔런 또한 마음의 고통을 앓아 젊은 시절 정신병동에 삼 년간 입원했고, 그때의 경험이 회고록에 잘 녹아 있다. 따라서 그녀에게는 이 책 자체가 고통을 의미화한 산물로 볼 수 있다.

 

한편, 고통을 의미화 할 때 그 방향은 언제든지 잘못 설정될 수도 있다. 작중 초반부에 언급된 바로는 70년대에는 다중인격장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던 터라 환자에게 해당 진단을 위해 대답을 유도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의미화 될 수 없다. 환자에게 실재하는 개인화된 고통이 있을 뿐이지 병명 그 자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다중인격장애’라는 병명은 2000년대 DSM분류에서 삭제되고, 해리성 정체감 장애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개개인의 고통이 의미화 되는 모습은 고통이라는 존재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방식으로 가능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작품을 집필해낸 작가가 해낸 것처럼 느낀 그대로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광기와 여성에 대한 이야기


 

광기는 문학과 여러 예술 장르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소재이다. 그 자체로 강력한 역동성을 가지고 있고, 말도 안되는 사건들을 가능케 하는 개연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광기가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광기는 퍼포먼스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광기 이전에 참을 수 없음, 괴로움, 슬픔 등의 감정이 선행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해당 저서에서 핵심 키워드가 되는 것은 “미친 여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광기에 휩싸인 여성을 의미한다. 작가 본인도 마음의 고통을 겪은 여성이고, 예시로 드는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제닛 프레임 등의 작가들 또한 그러하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학 세계 안에서 드러나는 “미친 여자”라는 인물은 이야기를 이끄는 동력이 되지만, 오로지 그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순히 말도 안되는 존재나, 관용적으로 쓰이는 “미친 여자”로만 해석되지 않도록 각자만의 경험과 섬세한 시선을 담아 이야기 속에 “미친 여자”들을 배치시킨다. 그들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일차원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광기 이전에 담긴 감정과 그 배경을 표현한다. 이것이 독자로부터 설득력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마음의 고통과 함께 살아가기


 

마음의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중이라면, 나와 비슷한 사람이 의미화 해낸 산물을 들여다보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해당 도서를 집필한 작가 본인 또한 그러했다고 하고, 그 자신이 만들어낸 이 도서 또한 그녀의 고통을 의미화 해낸 산물이다. 따라서, 마음의 고통을 겪은 적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의미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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