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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당신] 아무도 부술 수 없는 우리의 겨울 [서간문]

뒤엉킨 감정의 실을 풀고 싶었다.

by 정예진 에디터
2026.08.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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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사실 지금도 너와 함께 들었던 노래를 듣고 있어. 감각이라는 건 정말 야속해서 나를 속절없이 꼼짝 못 하게 하더라? 반주만 들어도 매섭게 추웠던 그 12월과, 나를 보며 미소를 머금던 네가 떠오르잖아. 꼬꼬마 시절에는 너에게 닿지 못해도 무감각했어. 그만큼 오감이라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성장할수록 민감해지나 봐.


    나도 이제는 너를 그냥 놓아주고 싶은데,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 몸이 멋대로 움직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해. 사람이라는 건 그런 흐름을 품은 채로 타고나고,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제멋대로니까.


    너는 어때?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

     

    네가 나를 밀어내고, 나의 부재에 대해서 아주 조금은 힘들어했으면 좋겠는데. 어느 순간 이 마음도 금세 녹아내리고 있더라. 너와 쌓은 추억이 너무도 찬란해서, 너에 대해서 떠올리면 그냥 웃음만 터져 나오니까. 분명한 이유를 대라고 하면 글쎄, 잘 모르겠어. 네 곁에 있던 나는 매 순간이 행복했던 것 같아.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아 줘. 너와 너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이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 시절, 우리가 주고받았던 편지는 모두 진심이었다고 생각해. 우리는 서로를 아끼고 다독여주었으니까.


    나에 대해서 걱정은 하지 말아 줘. 처음에는 플레이리스트를 모두 텅 비워 놓을 정도로 마음이 어지러웠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 아주 작게나마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쓸어내리고 있을 뿐이야. 그리고 그 그리움 끝에는 항상 웃던 네가 있어. 너의 모습은, 투명하고 또 투명해서 나를 발가벗길 정도로 들뜨게 했으니까.


    너는 기억할까? 내가 예전에 쓴 편지 말이야. 먼 훗날 우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냐는 물음. 근데, 그 물음이 이제는 전부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네. 아무런 의심 없이 확신하고 있던 미래가 민들레씨처럼 홀홀 날아가 버렸어. 이제는 네가 없는 미래에 대해 익숙해져야 해. 너는 익숙해질 수 있어? 만약 그렇지 않다면 몇 년이 지나야 익숙해질 수 있겠어? 아쉽게도 대답은 들을 수 없겠네.


    추억이라는 건 새로운 감각과 기억으로 덮어쓰면 된다고, 원래 사람이라는 건 누군가에게 잊히고 또 잊어버리고, 그 흐름을 반복하여 궁극적인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너와 함께했던 그 지독할 정도로 유일무이한 공간이 내 마음을 마구 헤집어 놓곤 해. 왜 하필 그곳이었을까. 나는 아직도 고요하던 밤거리와 차가운 새벽 공기가 생생하거든.


    소중한 무언가를 놓아주게 되면 언젠가 그 칠흑같이 두터운 마음도 흐려진대. 정말 슬프지.

     

    역시 시간이 보약이라는 조언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닌가 봐. 그런데 그 추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더라. 썩지 않고 내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대.


    좋은 노래를 많이 알려줘서 고마워. 언제나 이 노래를 들으면서 너를 기억할게. 너는 나에게 너무 많은 추억을 선물해 줬으니까, 나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많은 걸 배운 사람이 되었어. 새로운 감정을 지니고 다시 태어날 수 있어서 너에게 감사하고 싶어.


    이 글을 적어 내려가는데 혼자 작게나마 실소가 터져 나왔어. 한 글자 한 글자를 적으면서 너를 생각하고 있는 내가 어른 같아 보여서. 사실 마음은 여전히 풋내기에 멈춰있을 뿐, 전혀 어른이 아닌데. 그래도 여전히 너에게는 어른이고 싶다. 너의 기억 속에 내가 부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하거든.


    다른 건 모두 잊어버려도 이것만은 기억해 줘.

     

    "누구도 닿을 수 없는, 둘만의 나라. 네 손을 놓지 않도록 커다란 힘으로 하늘에 뜰 수 있다면, 우주의 바람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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