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몸과 몸의 연대 - 연극 '맆소녀'

폭력의 연대에서 연대의 윤리로

by 이하영 에디터
2025.09.14 05:20

 

 

1. 맆소녀(The Silent One) - 극단 생존자프로젝트 - 포스터 370 520.jpg

 

 

폭력은 언제나 다층적 구조 속에서 일어난다.

 

우리는 각기 다른 형태의 폭력을 경험한다. 그때마다 외부에서 폭력을 목격하거나 내부에서 폭력을 경험하면서 두 경계를 넘나든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하늘 아래 인간이라는 운명을 타고나 항상 폭력의 내부인으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맆소녀’는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그다지 먼 곳에 있지 않다. 한국인 ‘연영’과 인도 소녀 ‘까이’는 태어난 나라가 다르지만 가정폭력이라는 경험을 공유한다. ‘연영’은 ‘까이’를 돕기 위해 모금 캠페인을 기획하지만, ‘까이’의 어머니인 ‘시마’의 반대로 무산된다. ‘시마’는 모두에게 정해진 운명을 있다며 ‘연영’의 도움을 거부한다.


신이 창조한 세계에 인간은 피조물에 불과하므로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믿음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신은 달처럼 태양빛에 보이지 않는 낮이나 어둠 속에 멀리 보이는 밤이나 항상 인간을 바라보고 있다. 모든 폭력을 목격하고도 쳐다보고만 있는 신은 선도 악도 아닌 가해자다.


폭력으로부터 남은 기억은 ‘연영’에게 환청을 남겨준다.

 

‘연영’은 분리된 자아로 기억을 바라본다. ‘연영’은 목격자이자 피해자로 폭력 현장에 서게 된다. 처음 ‘까이’를 향한 폭력을 직접적으로 목격했을 때, ‘연영’은 과거의 기억에 발이 묶여 다른 목격자들처럼 ‘까이’를 쳐다보기만 한다.

 

 

common.jpg

 


실체가 없는 믿음은 추상적이지만 내용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기도 한다.

 

수동적 피조물로서 신이 창조한 세계를 믿는다면 변화하거나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는 사라진다. 다른 한편으로 선이 악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면 고통을 견뎌내기 위한 힘을 얻을 수 있다.


홀리 축제는 한 저주로부터 시작되었다. 인형을 태우는 풍습은 악을 태워 없애고 정화한다는 상징이다. 축제가 진행되면서 ‘연영’과 ‘까이’를 둘러싸고 있던 악의 주체가 사라지게 된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폭력과 아픈 기억은 인간이라는 운명을 공유하는 우리를 연결한다. 우리에게 운명을 거스를 대단한 힘은 없지만 최소한 목격한 일들을 침묵해서는 안 된다.

 

‘맆소녀’는 폭력 앞에 있는 인간과 인간이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연영’이 겪고 있는 환청과 남들과 다른 ‘까이’의 시점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표현 방식을 선택했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하고 상징이나 은유를 설명하고자 하는 장면이 많다. 메시지에 집중한 연극이다.


연극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게 농인을 위한 수어 통역,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대상 할인 정책 등이 기획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다.

 

하나의 연극이 유의미한 사회적 실천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끌어낼 수 있음을 깨닫는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