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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발리에서 생긴 일 [여행]

발리에서 2주 살기

by 윤규리 에디터
2025.07.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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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는 제주도에 비해 약 3배 정도 큰 크기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의 화산섬이다. 2주간 지내며 본 발리는, 전 세계에서 방문한 여행객들과 본래의 현지인들이 한데 모였기에 이루어지는 발리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는 듯했다. 그 푸르고 진한 빛깔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서핑하는 듯이 아슬하게


 

발리로의 여행이 확정 지어진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매거진 B>의 '발리' 편을 사 읽는 것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미지의 국가를 탐험하듯이 느리고 또 조심스럽게 여행 책자를 읽던 도중 나의 시선이 단번에 꽂힌 글귀가 있었다.

 

["발리와 발리인을 잘 설명하는 키워드로 꼽는 것은 '균형'입니다. 여기서 균형이란 외부 자극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자신의 것을 지킬 줄 아는 감각을 뜻합니다. 그 감각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힘을 기른 사람만이 누릴 수 있죠. 발리 사람들은 불가항력에 속하는 자연과 종교적 영향으로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것이 훈련되어 있습니다."] - 매거진 B no.82 BALI

 

외부에서 가해오는 힘은 막을 수 없을 때가 많다. 그것들은 그저 또 한 번의 파도처럼 밀려온다. 파도가 올 때에는 버텨내려고 우뚝 서서 저항하기보다, 파도에 올라타 그와 함께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 자연적 요인들은 대체로 나약한 한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으므로 우리는 그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처음에는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더라도 최대한 애쓰며 버텨내야 한다. 후에 중심이 온전히 잡히고 나면, 아주 큰 파도가 뒤에서 당신을 덮치어온다고 해도 당신은 그 파도 위에 서프보드를 타고 올라타 파도와 함께 움직이는 방식으로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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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균형


 

발리는 힌두교 신앙을 따른다. 그래서 발리의 길거리를 걷다 보면 도처에 '차낭 사리'가 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단에 놓여있는 경우도 있지만, 길바닥에 뜬금없이 놓여있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 조그만 나무 이파리 접시 속에 그들이 지닌 평온함의 원천이 담기어있는 것이다. 매시간 계속해서 차낭 사리를 바치며 일상을 보내는 발리인들을 보면 그들에게 이 행동이 얼마나 내면화되었는지가 보인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에 마주한 풍경은 더욱 놀라웠다. 사원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전통 복식을 입은 채로 빙 둘러서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무언가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우리가 놀라워하자, 택시 기사분께서는 '몸을 태우는 의식'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그제야 그 의식이 '화장'임을 깨달았다. 종교적인 사원에서 모두가 전통 복식을 입고 함께 화장의 전 과정을 지켜본다는 것은 그들에게 힌두가 곧 전통이며, 삶 자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렇게나 자국만의 종교 문화적 색채가 뚜렷한 발리에는 매년 수백만 명의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휴양 온 사람들과 수상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온 활기찬 사람들이 발리를 가득 채운다. 외부의 힘과 내부의 힘은 이때도 충돌하지 않는다. 발리인들에게는 특출난 균형이 있기에.

 

발리에서 지내는 내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그들의 '친절함'일 것이다. 그것은 일본에서 느꼈던 친절함과는 또 다른 무언가였다. 발리인의 친절은 공손이 아닌 환대였다. 고개 숙여 인사받는 기분이 아니라, 악수를 청해 받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발리인들은 특유의 단단한 심지 덕분에 매 순간 유희하며 살아가는 듯하다. 그래서 발리의 택시 기사들은 화를 내는 법이 없다. 거리에 스쿠터들이 요리조리 끼어들어도 그러려니, 허허실실 넘어가신다. 이와 비교되는 우리나라의 도로 속 분노에 찬 수많은 운전자들을 생각하니 실소가 나왔다.

 

 

 

여행은 늘 현재진행형


 

여행에는 오직 현재만 존재한다. 과거의 내 삶이 어떠했는지 앞으로의 내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와 같은 생각은 전혀 필요가 없다. 여행하기 위해 비워둔 얼마간의 기간만 똑 떼어내서 보더라도 무리가 없다. 그래서 인생이라는 긴 시간선을 놓고 보자면, 여행은 꼭 붕 뜨는 시간 같다. 그러나 필자는 그러한 무연고적 상황만이 줄 수 있는 선물 같은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오늘'이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 속,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라는 미지의 대사를 아는가? 이 대사는 두려움에 갇혀 살던 미지를 다시 일어서게 해 준 기적 같은 말이지만 드라마와는 다른, 현실 속 우리는 여전히 어제를 후회하고 내일을 걱정하는 오늘을 보낸다.

 

그러나 여행은 다르다. 여행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오늘'이라는 미지의 현재만을 우리 앞에 던져놓은 채 흘러간다. 그래서 여행을 하다보면 평소와는 다른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일정 정도의 편향성이 보정된달까. 내가 살아온 인생과 내가 살아갈 인생을 빼고 남은 유일한 눈앞의 현재는 매우 찬란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생각보다 지루하기도 하다. 분명한 하나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순간들이 오늘 가득하다는 것.

 

이번 여행에서 내가 발견한 '뜻밖의 나'는 10년 만에 다시금 도전한 공중그네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까지도 나는 나에게 그런 용기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결심 이후 옷을 챙겨 입고 나가기까지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새롭고 알 수 없는 오늘, 내가 무얼 경험하게 될지는 역시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무엇이 거친 파도일지 잔잔한 출렁임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모두에게는 '균형'이라는 능력이 있다. 그 균형으로 당신은 파도를 타고 넘어갈 수 있다.

 

아슬하더라도, 마침내에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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