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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한국 뮤지컬을 세계로 : K-뮤지컬 국제마켓 [공연]

제 2의 '어쩌면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by 한우림 에디터
2025.07.08 14:10

 

 

제 2의 ‘어쩌면 해피엔딩’이 탄생되는 곳, K-뮤지컬 국제마켓

     

최근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국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6관왕을 거머쥐며, 한국의 공연을 세계로 널리 알렸다. 이러한 감동이 단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오늘 소개할 'K-뮤지컬 국제마켓' 과 같은 행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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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는 2021년 시작되어 올해로 4회를 맞은, 국내 유일의 뮤지컬 장르 전문 시장이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로, 2025년 6월 2일부터 5일까지, 총 4일간 대학로 일대에서 열렸다. 9개 권역에서 참여했으며, 약 3천명이 방문했고, 약 40편의 뮤지컬이 소개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동 주최 및 주관하였고, 일반 관객뿐만이 아니라 국내외 투자 및 유치를 희망하는 제작사, 투자사들이 함께했다.
 
이 행사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과 산업적 확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행사가 지향하는 두 가지 목표 중 첫 번째는 투자 유치를 통한 안정적인 제작·유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작품들이 피칭과 쇼케이스 형식으로 소개되었다. 두 번째는 정보제공 프로그램과 1:1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네트워킹과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공연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서, 뮤지컬 산업 전반의 흐름을 가늠하고 한국 창작 뮤지컬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위치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특히 필자처럼 공연예술과 국제 문화교류 양쪽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시장은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간이었다. 이 글은 내가 직접 참가자로서 행사를 향유한 기록이다.

 

 


프로그램 소개

 
행사 프로그램은 총 다섯 개의 축으로 나뉜다.

▲ 국내외 창작자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피드백 및 투자를 도모하는 뮤지컬 피칭
▲ 공모를 통해 선발된 8개 창작 뮤지컬이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쇼케이스
▲ 산업 관계자 및 연구자들이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정보제공 프로그램
▲ 사전 매칭을 통해 실제 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1:1 비즈니스 미팅
▲ 산업 관계자 간 교류의 장인 네트워킹 나잇

마켓은 단순히 관람 위주의 콘텐츠로 구성된 기존의 문화 행사들과는 달리, 투자, 제작, 유통, 교류, 담론까지를 모두 아우른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다채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필자는 이 중에서 여럿의 정보제공 프로그램과 뮤지컬 쇼케이스에 참여했으며, 이번 글에서는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비행기 타고 날아 온 소중한 연사님들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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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뮤지컬 시장 동향에 따른 흥행 요인 변화'를 강연 중인 에리카 슈워츠

 
 
정보제공 프로그램은 단순한 ‘강연’이 아니었다. 전 세계 공연예술 산업의 흐름 속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활동 중인 저명한 연사님들이 직접 한국을 찾았다.
 
올해 진행된 정보제공 프로그램은 총 6번으로 구성되었다.

▲ 글로벌 뮤지컬 시장 동향에 따른 흥행 요인의 변화
▲ K-뮤지컬의 영미권 진출 전략
▲ 영국 웨스트엔드의 트렌드
▲ 영미권 뮤지컬 창작과 해외 협업
▲ 한국·일본·중국 중심의 ‘뮤지컬 원 아시아 마켓’ 협업 가능성
▲ 아시아 뮤지컬 프로듀서 포럼

공연예술과 해외 교류에 관심이 많은 이에게 구미가 당기는 강의가 가득하다. 올해는 영국의 공연예술 전문 잡지 편집장, 영국 국립극장의 제작 개발 책임자, 그리고 뮤지컬의 프로듀서 등 평소라면 쉽게 만나기 어려운 분들이 자리해 주셨다. 이 강의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뮤지컬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는지, 그리고 K-뮤지컬이 어떤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내게 가장 큰 영감을 줬던 건 런던 웨스트엔드와 영국 국립 극장에 대한 강연이었다. 필자는 오직 공연을 보기 위해 런던 여행을 갔었는데, 당시에 웨스트엔드와 영국 국립 극장과 사랑에 빠졌던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극장들이 압도하는 웨스트엔드의 뒷이야기를 듣는 것은 특히 너무 흥미로웠다. 동시에 '한국 창작 뮤지컬이 공연 예술의 고장인 영국에 진출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들으니 더욱 몰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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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트엔드 트렌드'의 강연자 알리스테어 스미스

 
 
우선, '웨스트엔드 트렌드' 강의는 영국 공연 전문지 The Stage의 편집장이 맡았다. 마치 한국의 '객석'이나 '더 뮤지컬'과 비슷한 영국의 공연예술 잡지 같았는데, 해외에서 실제로 공연 예술 잡지라는 포맷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 잡지는 단순히 공연 소개를 넘어서 극장의 미래, 뒷이야기, 관련 직업 정보까지 다룬다.

강연자 분의 말씀에 따르면, 웨스트엔드는 개방적이어 보이지만, 외부 작품이 진입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구조이다. 영국에는 대표적인 공연장 운영사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대부분 자체 제작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ATG entertainment, LW Theatres, Delfont Mackintosh Theatres, NIMAX Theatres 같은 공연장 운영사가 있는데, 각자 자체 제작사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각 공연장이 본인 제작사에서 만든 공연을 우선으로 올리다 보니, 필연적으로 외부 극이 진출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이런 구조로 올라간 극들이 '팬텀', '캣츠', '해밀턴', '카바레', '패딩턴', '제이미' 등이다. 그렇기에 공연장이 없는 제작사는 공연을 올리는 것이 어려운 현실인 것. 결국 웨스트엔드에서는 ‘공연장을 확보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웨스트엔드에 진출을 목표로 하는 누군가에게 강연자분께서 조언을 해준다면, 곧바로 웨스트엔드로 작품을 올리려고 하는 것보다 다른 공연장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두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혹은 상업성보다 작품성을 중요하게 보는 영국의 국립 극장에서 극을 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도 말이다.

그리고 또 인상 깊었던 건, 뮤지컬에서 IP(지식재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부분이다. 지금의 뮤지컬 시장은 많은 경우, 영화, 책, 역사, 음악 같은 IP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웨스트엔드의 대부분의 뮤지컬도 마찬가지이다. 이 구조는 결국 ‘브랜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며, 문화예술에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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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미권 뮤지컬 창작과 해외협업'의 강연자 해리엇 맥키

 
 
영국 국립극장(National Theatre) 제작 개발 책임자의 이야기도 몰입해서 들었다. 필자가 런던 여행 중 가장 좋은 인상으로 남았던 공연장이 영국 국립극장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이다. 아이들이 숙제하거나, 프리랜서들이 일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이처럼 극장이 ‘열려 있는 분위기’를 주는 것이 신선했다.

영국 국립극장은 ‘공동 제작(Co-production)’을 핵심 개발 방식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국내 지역에서 흥미로운 작품이 발견되면, 그 작품을 국립극장이 함께 다듬어 무대에 올리는 방식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연은 NT Live라는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된다. 이는 영국 국립극장의 대표 사업이기도 한데, 15년간 100편 이상의 작품이 74개국에서 스트리밍되었으며, 극장 접근이 어려운 관객에게도 공연 예술을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이 되고 있다고 한다. 몇년 전 한국에도 번역되어 들어온 적이 있었다. 필자는 이렇듯이 공연계가 단순 극장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봤다.
 
 
 
‘한국 뮤지컬 이 정도에요!’ 매력 어필 쇼케이스

 
쇼케이스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직접 실연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무대 시연을 넘어, 작품의 세계관과 감정선이 관객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지, 그리고 해외 진출을 고려할 때 어떤 강점과 과제를 갖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다. 무엇보다도, 쇼케이스와 피칭 프로그램은 공연을 사랑하는 일명 ‘연뮤덕’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컨텐츠이기도 하다.

올해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8개 작품이 쇼케이스에 올랐다.

▲ 전설의 리틀 농구단
▲ 렛미플라이
▲ 이솝이야기
▲ 랭보
▲ 포파이
▲ 몬스터 캠프
▲ 달리 갈라 기획전
▲ 도리안 그레이

이 중에서 필자가 관람한 작품은 '렛미플라이', '전설의 리틀 농구단', '랭보' 였다. 모두 한 번쯤 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안 맞아 놓쳤던 작품들이라, 이 기회를 통해 만날 수 있어 더 의미 있었다.

쇼케이스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이 공연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이기에 전 분량이 아닌 40분 정도로 축약되었고, 무대 양옆에는 영어 번역 자막이 함께 제공되었다. 일반 관객 좌석은 사전 배정으로, 현장에서 번호를 확인하는 방식이었으며 선착순 입장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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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리틀 농구단' 실연 장면

 

 

'렛미플라이'는 노인의 기억과 시간여행을 테마로,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과 따뜻함을 담은 작품이었다. 감정선이 매우 정교하고 섬세해서, 해외 관객들에게도 충분한 울림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설의 리틀 농구단'은 스포츠와 청춘 서사, 그리고 사회 이슈를 결합한 작품으로, 에너지 넘치는 무대와 팀워크가 큰 장점이었다. 특히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한 해외 시장에서 매우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랭보'는 시인의 삶과 고뇌를 표현한 작품으로, 내면의 서사와 감정을 낭만적으로 풀어낸 무대였다. 일본 투자자분들께서 집중해서 관람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세 작품은 서로 다른 스타일과 메시지를 갖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K-창작뮤지컬이 가진 정서적 서사와 고유성이 느껴졌다. 외국인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본 경험은 처음이라 색다르기도 했다. 이 짧은 쇼케이스 안에서도 몰입과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들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더욱 기대되었던 시간이었다.

결국 언어는 달라도, 문화예술은 ‘감정’이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해외 투자자들 역시 이 무대를 통해 본인의 기억과 감정에 가닿는 경험을 했기를, 그리고 K-뮤지컬의 서사가 그들에게도 닿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국 뮤지컬의 세계화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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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비즈니스 미팅' 현장 사진

 
 
이런 행사를 보다 보면, 더 많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 세계 무대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물론, “세계 시장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어떻게 부담 없이, 그러면서도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와 같은 의문점은 계속 든다. 그러나 필자는 굳이 영미권이나 다른 문화권에 한국 창작 뮤지컬을 각색하지 않더라도, 우리만이 할 수 있어서 더 빛나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흥한 이유도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이라는 배경에 독특함을 느껴서이지 않은가? 또한 한국의 정서를 그대로 담아내서이지 않은가? 우리는 이처럼 한국 창작 뮤지컬의 고유성을 믿고, 이를 세계와 닿게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노력의 첫 걸음 중 하나가 'K-뮤지컬 국제마켓' 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믿고 있다. 이 작은 발걸음들이 결국, 한국 창작 뮤지컬이 세계 무대에서 오래도록 살아남는 길을 만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 사진 출처: K-뮤지컬 국제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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