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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가을과 맞닿으려는 순간 -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6 [공연]

다시 끌어오르는 열기

by 길유빈 에디터
2026.09.1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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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서 이후로 공기가 선선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땀이 주룩 흐르던 뜨거운 여름을 이젠 뒤로 하고, 드디어 가을과 맞닿을 차례가 왔구나ㅡ하고 생각했다. 적어도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전날, 아니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말이다.


      페스티벌이라 함은, 완전히 주관적인 내 기준에서 ‘여름’과 ‘가을’이라는 두 계절로 나뉜다. 열렬하고 열광적인 락 뮤지션들의 라인업은 여름에, 선선하고 부드러운 (어쩐지 잔디밭에 누워서 들어야 할 것 같은) 인디, 알앤비 뮤지션들의 라인업은 가을이다. 그런데 9월, 9월이라. 여름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을도 아닌 것이 그 중간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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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에 가고자 마음먹었던 이유는 즛토마요였다. 예전부터 즛토마요의 노래를 즐겨 들었고, 단독 콘서트에 가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문화초대 건을 받았을 때 매우 기뻤던 기억이 난다. 즛토마요의 생각만을 머릿 속에 잔뜩 품고 있다가, 시간이 좀 지나서야 찬찬히 라인업을 내려보기 시작했다.

       

      거기서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심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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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대로 음악을 넓게 즐긴다고 주장하지만, 역시 좋아하는 아티스트 외에는 젬병이다. 그럼에도 심규선이라는 가수를 알고 있었던 이유는 친구 때문이었다. 친구와 함께 즐기던 게임에서 악보를 찾고 연주하며 놀았었는데, 거기서 심규선의 노래를 처음으로 들었고, 친구가 심규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약 6년 만에 알았다. 이후로 매번 심규선의 곡을 연주하다보니, 이름 석 자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즛토마요와 심규선이 나오는 페스티벌에 함께 가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9월처럼, 전혀 이어지지 않는 취향을 공유하는 둘이 인천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즛토마요고 뭐고, 처음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에 도착해서 들었던 생각은 단 하나, '너무 더워!'였다. 초장에 말했듯이 전날은 무척이나 선선했고, 당일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단 말이다. 따라서 우리의 첫 행선지는 실내였고, 무대에서는 행로난이라는 남성 밴드가 공연하고 있었다. 젊은 피가 일렁이는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팬들도 앞에 모여 즐기는 모습을 보니 더위는 잠시, 슬슬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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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로난의 무대가 끝나고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를 보기 위해 잔디에 착석했다. 당시 날씨는… 뜨거웠다. 아니, 태양이 등을 때리는 것만 같았다. 태양에게 아파하다 보니 어느덧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공연 시작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락은 여름이다’라는 나만의 철학이 맞아떨어지듯 그들의 공연은 당시 기온과 어울리게 광적이었다. 노래에 맞춰 몸을 들썩이다 보니, 어느새 나를 포함해 앞에 있던 모두가 뛰고 있었다. 입고 있던 검은 옷이 핫팩이 되어 있었다는 건 무대가 끝나서야 알아차렸던 것이다....


      기세를 이어 체리필터의 공연까지 관람했는데, 괜히 체리필터, 체리필터 하는 게 아니었다. 무대 장악력, 가창력, 세션,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밴드 음악은 역시 현장에서 들어야 제맛이구나ㅡ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아니, 고개를 끄덕일 시간조차 주지 않을 정도로 신나는 공연이었다. 중간중간 멤버들의 엉뚱하지만 재치있는 멘트가 지쳐가는 이들을 더 힘나게 했다. 멤버분이 말씀하셨던 멘트 그대로 캘리포니아 같은 (가 본 적은 없지만) 공기가 그때 즈음 불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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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랑이며 불어오던 바람은 우리를 심규선 앞에 자리하게 했다. 친구가 그렇게 좋아하던 가수이니, 나 역시도 조금은 기대되기 시작했다. 어떤 느낌일까ㅡ하며 기다리던 순간이 지나가고, 무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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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에 시선이 이끌려 눈을 뗄 수가 없다. 첫인상을 논하기도 전에 온전히 매료됐다. 무대 위를 가뿐하게 넘나드는 그녀의 움직임과 안식을 주는 평온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옥타브가 점차 올라갈 때쯤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힐 것만 같았다. 무대가 끝나고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지만, 정신을 차리자마자 친구의 등을 톡톡 두드리며 노래의 제목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로도 엄청난 퀄리티의 무대를 선사했으며, 짧게 감상을 말하자면 한 편의 뮤지컬을 본 것 같았다.


      드디어 나만의 메인 이벤트이자,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의 메인 헤드라이너 즛토마요의 공연이 시작됐다. 나는 즛토마요의 노래 중 ‘기계유’라는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 반주에 깔리는 일본 전통 현악기인 샤미센 소리와, 해석을 봐도 알아들을 수 없는 독특한 가사, 특이한 멜로디가 무척이나 매력적인 곡이다. 보통은 공연해주지 않는 노래기에 전혀 해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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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이 시작된 후 좋아하는 노래들을 가볍게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계유의 전주가 들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순간 불가항력으로 몸이 앞으로 이끌리고, 나도 모르게 ‘헉!’이라는 소리를 육성으로 내버렸다. 그렇다. 기계유를 해 준 것이다. 단독 콘서트에 가지 못했던 한이 여기서 풀리는구나ㅡ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9월의 날씨를 반대로 생각해 보자. 이도 저도 아니라는 것은, 오히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아닌가. 불타오르기도, 가라앉기도, 다시 뜨거워지기도, 그러다가 차가워지기도 할 수 있는 계절. 그 때문인지 라인업도 9월의 날씨와 비슷한 것만 같았다. 이를테면 인디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었던 행로난 뒤, 거세게 락을 부르짖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와 체리필터. 고요하게 마음을 울리던 심규선 뒤,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즛토마요까지.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이라는 오묘한 계절에,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의 막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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