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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나의 플레이리스트 : Blur - 가장 영국스러웠던 브릿 팝의 대표 밴드 [음악]

오아시스의 라이벌이 아닌, 브릿 팝 밴드 블러에 대하여

by 이호준 에디터
2025.06.30 11:19

 

 

학창 시절 ‘오아시스’라는 영국 밴드를 좋아했다. 그들의 음악은 물론, 그들이 인터뷰에서 하는 말들 하나까지도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밴드를 대표하던 갤러거 형제는 음악성과 더불어 입담 또한 유명한데, 이들의 어록들을 살펴보면 ‘블러’라는 밴드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언급되고는 한다.


물론 블러를 언급한 내용들을 보면 당연하게도 부정적인 말들이 천지이다. 왜냐하면 오아시스와 블러, 이 두 밴드는 90년대 영국 브릿팝을 이끌었던 대표주자이자, 라이벌 관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워낙 블러보다 오아시스가 많은 사랑을 받았던지라, 당시 블러가 오아시스와 견줄 정도로 대단한 밴드였는지 체감할 수 없었다.


그렇게 블러라는 밴드를 알아가게 되었다. 우선 블러의 재결합 공연이었던 2009년 런던 하이드 파크 공연 영상을 보았다. 도무지 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인파들과, 보컬 소리보다 더욱 크게 들렸던 떼창 소리가 꽤 충격적이었다. 해당 공연 실황 영상 하나만으로 엄청난 위상을 가진 밴드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Blur 'Girls and Boys'

 

 

이후 블러의 대표작이자, 브릿팝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평가받는 3집 ‘Parklife’를 들어보았다. 우선 영국 음악, 즉 브릿팝은 90년대 미국의 너바나가 불러일으킨 얼터너티브 록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의 음악인 및 평론가들 사이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거친 사운드와 암울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깨끗한 사운드와 듣기 쉬운 멜로디, 그리고 영국의 일상생활을 가사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블러의 ‘Parklife’ 앨범은 이러한 브릿팝의 특징을 정립한 앨범이다. 첫 번째 트랙 ‘Girls and Boys’는 신스 라인과 보컬 멜로디 모두가 중독적인 훅송이며, ‘Parklife’는 여기에 사회 풍자를 영국스러운 재치로 풀어냈다. ‘End of a Century’는 제목 그대로 세기의 말에서, ‘This is a low’ 역시 영국 특유의 우중충한 날씨가 그대로 떠오르는 사운드와 가사를 보여주고 있다.


3집과 더불어 2집 ‘Modern Life Is Rubbish’와 4집 ‘The Great Escape’까지 이 세 앨범이 블러의 ‘Life’ 3부작이라고 칭해진다. 브릿팝의 특징인 현대 사회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담아냈으며, 전형적인 밴드 구성에 충실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Blur 'For Tomorrow'

 

 

2집 앨범의 첫 번째 트랙 ‘For Tomorrow’는 비록 커리어 초창기의 음악임에도 브릿팝의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곡이다. ‘La’ 한 글자로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후렴구와, 이외에는 그저 런던의 젊은이들이 내일을 위해 오늘을 버텨간다는 내용의 가사들이 상당히 브릿팝스럽지만, 이 자체가 지금까지도 많은 리스너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 있다.


무엇보다 이 곡은 후반부에 새로 등장하는 보컬 라인이 인상적인데, 가사는 일상에 지친 남녀가 ‘현대 사회는 쓰레기야!’라고 외치며 드라이브를 떠나는 내용이다. 이처럼 일상의 사소한 감정을 음악에 담아낸 것이 블러와 브릿팝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4집 ‘The Great Escape’는 현대사회를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다. 도시의 삶에 지쳐 시골로 떠난 남자를 노래한 ‘Country House’와 평범하게 살아온 남자의 삶을 매력 없다고 표현한 ‘Charmless Man’은 각각 UK 차트 1위와 5위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영국과 브릿팝을 대표하던 블러가, 5집 ‘Blur’를 발매함과 동시에 더 이상 브릿팝 음악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수용하며 결과적으로는 미국 및 해외 시장 진출에도 성공하였다. 해당 앨범에 수록된 곡이 블러가 세계 음악시장에서도 주목받게 된 곡인 ‘Song 2’이다. 이 곡은 지금까지도 각종 응원가로 사용되며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곡이다.

 

 

Blur 'Song 2'

 

 

블러는 이후에도 아프리카 음악, 재즈 음악 등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커리어 초반 브릿팝을 대표하는 밴드에서 지금은 음악적 실험 정신이 투철한 밴드로 많은 팬들과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존경받는 밴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2년 전, 블러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오사카를 다녀왔다. 언제나 그랬듯이 공연의 마지막 곡은 ‘The Universal’이었다.

 

 

Blur 'The Universal'

 

 

It really, really, really could happen

그건 정말 일어날 수도 있어

When the days they seem to fall through you

만약 실패할 것처럼 느껴진다면

Well, just let them go

그냥 내버려둬

 

 

벅차오르는 스트링 사운드와 희망적인 가사. 뭔가 우리의 삶을 위로하는 노래 같지만, 사실은 복권 중독자를 비판하는 곡이다. 이것이 블러만이 들려줄 수 있는 브릿팝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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