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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끝이 아니었던 결말 - 뮤지컬 더 크리처 [공연]

무대 위에서 다시 쓰이는 소설의 마지막 장

by 김서영 에디터
2025.06.2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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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니었던 결말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야기이기 이전에 외로움과 책임에 관한 이야기로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더 크리처>라는 공연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원작의 결말 이후를 다룬다는 설정만으로도 공연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사와 괴물 두 인물만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2인극이라는 형식도 그들의 관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미리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무대 위에서 복잡한 감정들과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져 공연장을 찾게 되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마주한 첫인상은 ‘차가움’이었다. 무대 전체는 북극이라는 극한의 공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무대 위로 눈이 천천히 내릴 때 공연장의 온도도 함께 낮아져 공간이 더는 무대가 아니라 진짜 북극처럼 느껴졌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젠더프리 캐스팅이다. 박사 역에는 박민성, 정인지, 이형훈, 신은호가, 괴물 역에는 문태유, 전성민, 조환지, 옥진욱이 출연한다. 남녀 구분 없이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고 매회 다른 조합의 무대로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

 

 

 

무대 위에서 다시 쓰이는 소설의 마지막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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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소설의 결말에서 시작한다. 모든 것이 끝난 듯 보이는 순간 박사와 괴물이 다시 마주하며 극이 전개된다.

 

작품은 줄거리의 세세한 설명보다는 박사와 괴물이 마주한 순간의 감정, 그리고 두 인물이 서로를 통해 발견하는 존재의 본질에 집중한다. 관객은 작품 속에서 박사와 괴물이 서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대답으로 그들 사이에 흐르는 긴장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창조와 책임의 의미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 무대 위에 오직 두 인물만이 존재하지만 그들이 주고받는 대사와 조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극의 공간을 풍부하게 채워나간다.


아쉬운 점으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작품이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 이를 각색한 기존 공연들에 대한 사전 이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극은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해 박사와 괴물의 재회로 곧바로 진입하며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두 인물의 내면 심리에 집중한다. 괴물이 왜 박사를 따라 북극까지 왔는지, 박사는 왜 괴물을 만들고 도망쳤는지에 대한 서사는 대사 속 단편적인 회상으로만 암시되기 때문에 원작이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접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인물 간의 감정적 갈등이나 질문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괴물이 박사에게 던지는 “왜 날 만들었는가, 왜 날 버렸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원망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의 고통과 존재의 이유를 향한 절박한 갈망이 담긴 말이다. 하지만 그 맥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사전 정보가 없는 관객에게는 두 인물의 갈등이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박사와 괴물이 북극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지만 함께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선언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결말은 단순히 비극적이거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한 두 존재의 선택이 만들어낸 화해의 순간으로 다가온다. 명확한 종착지 없이 그저 함께 떠나는 결말은 열린 여지를 남기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 이후를 상상하게 만든다. 두 인물이 어디로 가는지, 어떤 삶을 살아갈지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지만 열린 결말이라는 점에서 더 오랜 시간 여운이 남았다.


인간의 외로움, 용서, 책임,그리고 창조와 파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메시지에 크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소극장 특유의 분위기와 음악과 조명, 무대미술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상징적인 공간은 무대라는 공간이 가진 매력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 실험적인 연출, 그리고 배우의 에너지를 가까이서 경험하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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