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저렴한 항공권 가격에 홀려 오사카로 가는 티켓을 예약했다. 그 달 말에 가는 3박 4일 일정의 여행이었다. 사실 나는 이전에 두 번의 해외여행 경험이 있다. 부제목에 첫 해외여행기라고 적은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계획한 첫 해외여행이기 때문이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모든 것을 스스로 정해야 했다. 같이 가는 사람이 한 명 있긴 했지만 내가 계획을 맡아 하기로 했기 때문에 더 긴장되었다.
심지어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직후 허리디스크가 터져 여행을 갈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태였다. 불안에 떨며 어찌저찌 계획을 완성했고, '무언가 순탄치 않다..' 하고 느끼며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 오사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에서 본 하늘, 너무 예뻤다.
언제나 비행기를 타는 순간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비행기에서의 설렘이 금세 지나고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교토로 향하는 열차를 타기위해 미리 예매한 탑승권을 출력했다. 그런데 개찰구에 탑승권을 찍어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때 탑승 시간이 5분 남짓이었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쩔 줄 모르던 사이 여행을 같이 간 짝꿍이 옆에 계신 승무원께 물어봐서 다행히 시간 내에 열차에 탈 수 있었다.
날씨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열차 밖 풍경은 소담한 일본만의 멋이 있었다. 낯섦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참 예뻤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은 매우 피곤한 상태였지만 눈을 붙이기 아쉬울 정도였다. 그렇게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금세 교토역에 도착했고, 그 교토역은 너무나도 컸다.
처음 가보는 낯선 나라에 처음 가보는 지하철역은 이방인에겐 미로 같았다. 약 20분 정도 길을 헤매주고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정말 좋았다. 쌓인 피로에 숙소에서 조금 쉰 뒤 나가고 싶었지만 들어가면 도저히 나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점심을 먹고 일정대로 지하철을 타러 나갔다. 일본 지하철이 타기 조금 어렵다는 말은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헷갈릴 줄은 몰랐다. 교통카드 뽑을 곳도 어딨는지 모르겠고, 겨우 기계를 찾은 후에도 얼레벌레 카드를 발급받았다. 어떻게 개찰구로 들어간 뒤에도 우리가 탈 지하철이 어디 있는지 헷갈리고 어려웠다.
해외로 나와 예민해져 있었던 탓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티는 안내려고 했지만 짝꿍에게도 느껴졌는지 괜찮다며 나를 달래주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본인도 피로할텐데 나를 신경써주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어렵게 지하철을 타고 간 곳은 '아라시야마 치쿠린'이라는 대나무 숲이었다.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도심의 소음 속에서 자연으로 들어오니 자연스레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되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인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더욱 좋았다. 평소에도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치쿠린은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대나무 숲을 걷고, 사찰을 구경하고, 강을 구경하고, 신사도 가보았다. 자연 속에 있는 것들이라 힐링도 되면서 너무 좋았다.
일본 하면 또 편의점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먹거리를 샀다. 그렇게 숙소에서 먹고 쉬니 너무나도 행복했고 피곤했던 하루를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이후 남은 여행도 순탄하진 않았다. 들고 갔던 카메라가 고장 나고 길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린 어떻게든 해냈고, 잠깐 헷갈렸던 경험도 웃어넘길 수 있었다.
잠깐 시간을 내서 다녀온 여행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여행 전에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여행 중에는 행복으로, 여행 후에는 좋은 추억으로 우리에게 남는다. 특히 이번 여행은 누군가에겐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겐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해낸 첫 여행이라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게 남았다.
또 이번 여행에선 함께 있는 사람의 중요성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예민해져 있을 때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무던하게 옆에 있어주던 짝꿍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 만약 서로 부딪혔다면 이렇게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못했을 것이다. 내 첫 해외여행은 어려웠지만 이겨냈고 성취감까지 준 소중한 여행이다.
모두 일상을 벗어나 바깥으로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