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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자 늘 부끄러움 속에 살았던 인물, 윤동주.

 

한결같이 자신의 모습을 지워내려하고 괴로워하곤 했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스스로의 곧은 심지를 지키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자 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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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생애


 

윤동주는 만주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신의 친한 친구인 송몽규, 문익환을 만나 은진중학교로 진학한다. 은진중학교는 민족적인 성격이 굉장히 강한 학교로 그곳에서 수학하며 애국하는 마음을 길러냈다. 그러다 고등교육기관으로의 진학을 위해 평양의 숭실중학교로 편입을 결정한다. 어렵게 들어간 숭실중학교에서는 일본의 신사참배 강요를 계속해서 거절하다 교장이 해임되고, 결국 학교는 폐교되고 만다.

 

이후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에 진학하고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 쓰기에 매진한다. 이 시기 방황하던 윤동주는 <새로운 길>, <길>, <서시> 등을 발표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찾아나간다. 이후 더 깊은 공부를 위해 오랜 친구인 송몽규와 일본유학을 결심한다. 이 결정을 하기까지 윤동주는 정말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 그 시기 일본으로 유학을 가기 위해서는 창씨개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윤동주는 창씨개명을 선택했고, 그 시기 자신의 마음을 비춘 시인 <참회록>을 쓴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참회록, 윤동주

 

무거운 결심을 하고 일본 유학을 떠난 윤동주는 유학 도중 조선의 독립과 민족 문화 수호를 선동했다는 명목으로 형무소에 끌려가게 된다. 이후 광복 6개월 전인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순국하였다.

 

 

 

윤동주, 달을 쏘다


 

본문 초반에 언급한 바와 같이 윤동주는 늘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했다. 일본 유학을 위해 창씨 개명을 선택한 것도, 다른 독립운동가들과 달리 전선에 나서 싸우지 못했던 자신을 괴로워했다. 그러던 중 윤동주는 달을 보게된다. '달'이 자신의 부끄러운 면을 밝게 비춰 드러내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윤동주의 산문인 <달을 쏘다>에서는 그 모습이 잘 드러난다.

 

["그 찰나 가을이 원망스럽고 달이 미워진다. 더듬어 돌을 찾아 달을 향하여 죽어라고 팔매질을 하였다. 통쾌! 달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그러나 놀랐던 물결이 잦아들 때 오래잖아 달은 도로 살아난 것이 아니냐,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얄미운 달은 머리 위에서 빈정대는 것을 -- 나는 꼿꼿한 나뭇가지를 고나 띠를 째서 줄을 메워 훌륭한 활을 만들었다. 그리고 좀 탄탄한 갈대로 화살을 삼아 무사의 마음을 먹고 달을 쏘다."] - 달을 쏘다,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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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의 시대, 일제강점기에 윤동주는 조용히 자신만의 시를 쓰며 항일 운동을 했던 시인이다. 한글로 시를 쓸 수 없다면 절필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그의 삶의 동아줄이 되어준 시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송몽규, 강처중, 정병욱 등 실존인물과 이선화라는 가상인물을 통해 윤동주의 삶을 그려낸다. 자신의 시를 너무나도 사랑해준 이선화와의 사랑이야기는 한없이 마음이 따뜻해진다. 윤동주의 주변인물을 재편성해 그려낸 이야기는 우리에게 그의 시가 그 시대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더 잘 알게 해준다.

 

서울예술단의 창작작품으로서 10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가 윤동주 서거 80주기, 광복 80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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