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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고기를 먹는 육식 동물과 풀을 먹는 채식 동물. 이 중 더 무서운 동물은 무엇일까?

 

감히 예상하건대, 대부분 육식 동물을 떠올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모른다는 것이 더 정확한 답변이다. 무엇을 먹느냐는 그저 그 동물의 생리적인 특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는다고 무섭다고, 풀을 먹는다고 순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육식을 공포의 대상으로 분류하곤 한다. 육식의 대상이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랜 역사 동안 우리는 육식 동물을 배척하고 초식 동물을 가까이하며 살아왔다.

 

이는 당연한 현상이고,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날이 있는 법. 문제는 생태계에는 먹이사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만 없어도 사슬은 끊어지고 만다. 그리고, 있어야 할 것이 사라진 환경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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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늑대가 있었다>는 호주 시드니 출생의 작가 샬롯 맥커너히의 작품으로, 2021년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인디> 등 주요 매체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고, <허드슨 북셀러>, <뉴스위크>, <이달의 책 클럽> 등을 통해 추천 도서이자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나아가 2022년 인디 북어워드 소설 부문, 노틸러스 북어워드 금상 및 데이빗 어워드 소설 부문을 수상하는 등 굉장한 이력이 눈에 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책의 장르는 소설이고 문학, 환경, 기후, 미스터리, 심리소설의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이는 이야기가 무척 입체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여러 개의 얇은 겹으로 켜켜이 쌓여 올려진 이야기를 연상할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책의 국내 출간 일이다. 책 <늑대가 있었다>는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출간될 예정인데 종이책의 출간일은 5월 22일로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이었고, 전자책의 출간일은 6월 5일로 이날은 환경의 날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같은 섬세함이 독서의 즐거움을 더해준다고 생각한다. 책의 주제에 맞게 출간 일에도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이 꽤 멋지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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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인티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다. 한 날 그녀는 한때 야생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스코틀랜드의 고산지대 케언곰스를 찾는다. 방문의 목적은 황폐해진 자연을, 숲을 되살리는 것.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녀는 팀을 꾸렸다. 생물학자, 그리고 14마리의 늑대들과 함께.

 

기후 위기, 그리고 무차별적인 벌목으로 인하여 숲은 황폐화된 지 오래이고 그 결과 생태계의 먹이사슬도 붕괴가 된 상황. 천적이 없는 사슴 무리만이 살아남아 초록색이라는 초록색은 모조리 먹어치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그저 지켜만 볼 수 없었던 그녀는 늑대를 투입하여 망가진 먹이사슬을 원상복구하고자 한다. 먹이사슬이 정상화되면 사슴의 개체 수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고, 그 결과 다시 푸르른 숲을 볼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마을 사람들에게 이 소식은 그리 달갑지 않다. 늑대는, 고기를 먹는 육식 동물이기 때문이다.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늑대는 위협적인 짐승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들이 기르는 가축, 그뿐만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늑대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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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티 또한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라는 전제로 이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는 없다. 숲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믿는다. 숲이 살아야, 인간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나아가 지구는 오직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생명체가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과연 그녀는 마을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까?

 

인간과 환경 사이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소설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책 <늑대가 있었다>는 우리에게 무척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중심 키워드는 생존이다. 자연의 생존과 인간의 생존이 첨예한 대립을 세우고 있다.

 

사실 이 문제에 답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적어도 내가 인간인 이상, 무조건적으로 자연의 편을 들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그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를 몰살하고 배척하며 살아왔기에, 마을 주민들의 우려와 반대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지금의 지구가 어떤 양상을 띄고 있는지, 어떤 결말을 향해 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책이 던지는 질문은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책 <늑대가 있었다>가 던지는 쟁점은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제는 정말 중요한 이야기이다. 물론 소설이기에, 무겁기만 한 책은 아니다. 훌륭한 소설이 그렇듯,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진하게 배어 나올 뿐이다.

 

잊을 수 없는 향기를 남긴다는 타히티 섬의 티아레 꽃처럼, 책장을 덮어도 자꾸만 떠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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