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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찰나의 순간 [만화]

네이버 웹툰 《청춘 러브썸》 우리는 지나간 찰나의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가

by 김주하 에디터
2026.08.12 14:41

*

본 글은

네이버 웹툰 <청춘 러브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유가 생겨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잠시 놓고 있었던 나만의 여가 시간을 다시 보내게 되었다. 바로 웹툰을 보는 일이었다. 학창시절에는 무슨 요일에 어떤 웹툰이 연재되는지까지 외워가며 열심히 웹툰을 챙겨 보곤 했던 기억이 있다. 새로운 회차가 올라오는 날이면 괜히 하루가 기다려졌고, 한 주를 보내는 작은 즐거움 중 하나가 웹툰을 보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잊고 지냈던 웹툰을 다시 찾아보다가,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의 후속작을 발견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웹툰은 바로<청춘블라썸>의 후속작, <청춘 러브썸>이다.

 

대학생이 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중에서 유독 오래 눈에 밟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소망이다.

 

<청춘블라썸>에서 하민은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투신자살을 한다. 그가 남긴 상처는 동생 재민에게도, 그와 청춘의 한때를 함께했던 소망에게도 깊게 남는다. 시간이 흘러 재민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대학생활을 하며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반면 소망은 오랜 시간 누구도 만나지 않은 채 하민과 함께했던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 두 사람에게는 같은 과거가 있지만, 그 기억을 살아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소망이 그토록 오래 붙잡고 있는 것은 어쩌면 찰나의 아주 짧은 시간이다.

 

 

"그렇구나. 우리도 분명 연인이었겠구나."

 

 

하민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던 그 시절. 그들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청춘의 한 부분을 함께 보냈던 시간이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이 하민이 떠난 뒤 소망의 삶에서는 오히려 가장 긴 시간이 되어버린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찰나의 순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찰나의 순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문득, 찰나의 순간이란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검색하던 도중, 국립 국어원에서 이런 질문을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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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바로 그때, 또는 매우 짧은 시간을 뜻한다. ‘순간’ 역시 아주 짧은 동안을 의미한다. 두 단어의 뜻이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에 ‘찰나의 순간’은 의미가 중복된 표현이지 않은가? 우리는 왜 굳이 같은 의미를 두 번 겹쳐서 말할까. ‘찰나’만으로도 충분하고, ‘순간’만으로도 충분한데 우리는 종종 ‘찰나의 순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에 대한 답변은 이러했다.


 

두 단어의 의미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찰나'가 나타내는 시간이 '순간'이 나타내는 시간보다 더 짧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찰나라고 하는 순간'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는 '찰나의 순간'이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찰나라고 하는 순간, 어쩌면 너무 짧아서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두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찰나가 지나가 버리는 순간이라면, 우리는 그 순간을 기억함으로써 조금 더 오래 머물게 한다.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고, 영상을 찍고, 일기를 쓰고, 그때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듣는다.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을 다시 불러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남겨두고 싶어서다.

 

 

 

우리의 삶도 결국 수많은 찰나의 연속이다.


 

누군가와 처음 눈이 마주친 순간, 친구들과 아무 이유 없이 웃었던 순간, 유난히 예뻤던 어느 날의 하늘, 좋아하는 노래를 처음 들었던 순간. 그때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장면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이상할 만큼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시간의 길이와 기억의 크기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몇 년을 함께한 사람보다 짧은 만남 하나가 오래 기억에 남을 수도 있고, 수없이 반복했던 일상보다 단 한 번의 장면이 더 선명하게 남을 수도 있다. 그렇게 찰나였던 순간 하나가 때로는 앞으로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기억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좋은 기억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간다. ‘그때 참 좋았지’라고 생각하면서 또 다른 좋은 순간을 만나기 위해 살아간다. 반면 어떤 사람에게 기억은 발판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게 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소망에게 하민과의 기억이 그랬던 것처럼.

 

 

 

기억은 사람마다 다른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재민이가 걱정하더라고요. 자신은 소망 씨 덕분에 지금을 살아가는데, 소망 씨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을까

아직도 과거에 남아있는 건 아닐까 (...)

 

그래도 아마 모두 같은 마음 아닐까요? 소망 씨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요.

재민이도, 나도, 원장 쌤이랑 가을이도, 다들."

 

"... 근데 무서우면 어떡해요? 너무 행복해져서 하민이에 대한 걸 잊어버릴까 봐. 안 그래도 나한테 남은 건 점점 흐려지는 기억 따위 밖에 없는데."

 

 

소망이 하민을 잊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을 잊는 것이 두려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하민을 잊어버리는 순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와 함께했던 시간마저 없었던 일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소망은 그 시간을 계속 기억한다. 하민과 함께했던 자신의 청춘까지 놓아버리지 않기 위해서. 그렇다면 기억하는 것과 과거에 머무르는 것은 같은 것일까? 기억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때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나아간다고 해서 과거를 모두 지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지나온 순간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우리의 일부가 된다. 중요한 것은 그 기억을 얼마나 오래 붙잡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기억과 함께 지금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나간 찰나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소망 씨가 남기고 싶은 건 하민 씨에 대한 기억이죠? 하민 씨 말고 소망 씨 이야기를 하는 건 어때요?

 

아픈 기억을 꼭 잊어야 할 필요는 없다지만, 이렇게 계속 얽매여있을 수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소망씨의 바람을 담은 이야기로 새로 쓰죠."

 

- 시즌2 78화

 

 

결국 가장 오래 남는 기억은 어쩌면 기록한 순간보다 충분히 살아낸 순간일지도 모른다.

 

함께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웃고 싶을 때 마음껏 웃는 것. 그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임을 알지 못하더라도, 그 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

 

그렇게 살아낸 찰나는 시간이 지나도 우리 안에서 다른 모습으로 남는다.

 

 

 

찰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가.


 

‘찰나의 순간’은 어쩌면 조금 이상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찰나도 순간이고, 순간도 찰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짧은 시간을 말하면서도 같은 의미를 한 번 더 덧붙인다. 지나가 버릴까 봐, 너무 빨리 사라질까 봐 붙잡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도 그런 찰나가 있다. 누군가는 그 순간을 발판 삼아 다음 계절로 나아가고, 누군가는 조금 더 오래 그 자리에 머물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지나간 찰나를 품은 채 또 다른 찰나를 살아가야 한다.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소망을 단순히 과거에 갇힌 불쌍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싶지는 않다. 소망에게 하민이와 함께했던 찰나는 그녀의 삶을 멈추게 한 기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청춘을 온전히 보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소망에게 필요한 것은 그 기억을 지워버리는 일이 아닐 것이다. 잊는 법이 아니라, 기억을 품은 채 살아가는 법을 찾는 것. 어쩌면 그것이 소망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청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소망이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방법은, 우리가 찰나를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과도 닮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찰나를 붙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나가 버린 찰나를 품은 채 또 다른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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