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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인간에게 어떠한 목표를 부여하게 되는 ‘동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갈증, 배고픔, 성 행동 등의 1차적 동기인 생리적 동기이고, 두 번째는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등 생리적 동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추구하게 되는 ‘심리적 동기’이다. 그중에서 자율성은 특히나 우리의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진정하고 의미 있는 스스로의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원하게 된다. 그만큼 행동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드라마나 영화 등의 콘텐츠를 시청할 때 가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있다.

 

“답답해. 주인공은 왜 저런 선택을 하는 거야. 나라면 저러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했을 텐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라도, 콘텐츠 속의 등장인물이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길 바란다. 웹소설 속, 일명 주인공의 몸에 ‘빙의’하게 된 많은 현대인들이 원작과는 전혀 다른 선택들을 하려 하는 것처럼, 등장인물들이 할 행동에 간섭하고 조작하고 싶어 한다. (물론 그 인물이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면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꼬이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의 간섭 욕구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일까. 콘텐츠는 콘텐츠일 뿐이니, 정해진 대로 흘러가게 두어야 하는 걸까?

 

여기, 그러한 욕망을 충족해 줄 새로운 콘텐츠가 있다, 바로 ‘인터랙티브 영화’다.

   

인터랙티브 영화란 선택의 분기점에 따른 가능성들이 다 데이터화 되어 있고, 특정한 조건에 의해서 결말을 볼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뜻한다. 가장 유명한 인터랙티브 콘텐츠 중 하나인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를 예시로 들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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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더스내치의 주인공 스테판은 유명 판타지 소설을 게임으로 프로그래밍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는 현실과 환상 사이의 혼돈을 겪게 되고, 트라우마를 마주하게 되는 등의 위기에 처한다. 이때 스테판의 행동은 우리, 즉 시청자가 선택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약을 먹기 vs 약을 변기에 버리기. 와 같은 선택지 창이 뜨면, 시청자는 10초 이내로 하나의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 만약 ‘약을 먹기’를 선택했다면 영상 속의 스테판은 약을 먹는다. 그리고 약을 먹은 것에 대한 결과가 그 다음 영상, 그 다음 선택지로 이어진다.

 

사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장점을 보여주기에 그리 좋은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 자체가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한계점, 즉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았지만 사실은 모두 다 작가에 의해 짜여진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터랙티브 장르에 대한 흥미와 만족도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선택’을 하게 해 주는 이야기는 흔하지 않다. 완전히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그리고 그 흐름을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이야기들과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흥미로움이다. 주어진 틀 안에서 선택하는 것이면 어떤가. 어쨌든 우리는 선택했고, 그에 따른 결말을 볼 수 있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을 끌어당길 힘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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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이 글을 읽고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를 시청하고 싶어졌다면, 영화를 플레이하기 전에 먼저 유튜브에서 <아오르비>를 플레이하길 권장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배우 최우식이 맥주 cass와 협업하여 찍은 이 광고형 드라마는, 인터랙티브 장르의 순한 맛 느낌이다. 어떤 선택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최우식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점은 같지만, 광고형이라 스토리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블랙 미러>와 같은 무한 루프 형식도 아니기 때문에 입문하기 좋다. 유튜브에서 아오르비를 검색하면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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