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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여러분은 인상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나부터 말하자면, 나는 인상주의를 비롯한 여타 미술 사조에 정말 무지하다. 그런 내게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지는 사조를 하나만 꼽아보라면 그것이 인상주의다.


<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는 나와 같은 독자를 위한 책이다. 마치 친절한 인상주의 입문서처럼 느껴진다. 크게 보면 인상파의 시작을 이끌었던 사실주의부터 후기 인상파로 오역된 포스트 인상주의까지, 총 18명의 화가를 3부에 걸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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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가 탄생하기까지 : 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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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위 그림은 한 번쯤 봤을 것 같다. 밀레를 ‘농민 화가’의 반열에 앉힌 <이삭줍기>라는 작품이다. 하지만 당시 밀레에게는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 그가 사실 농민 화가라는 타이틀을 원치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대작 역사화를 그리는 역사 화가가 되길 원했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로마 대상’의 등용문을 넘지 못했고, 그대로 고향에 돌아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그림들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2월 혁명의 영향으로 밀레의 또 다른 그림 <키질하는 사람>이 재평가받게 되었고, 농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밀레의 <이삭줍기>는 역사화를 그리고 싶은 본인의 꿈, 그리고 농민들의 응원 사이의 딜레마에서 탄생했다.


책에서는 밀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한 가지 제시한다. 내가 되고 싶은 나와 남이 바라는 나의 모습이 다를 수는 있어도 남이 나에게 기대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리고 칭찬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에서 나름의 감사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상파의 시작과 끝 : 피사로



피사로는 두 번째 챕터인 ‘인상파의 시작과 끝’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인상파전’의 개최와 폐회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었다. 또, ‘모네파’와 ‘드가파’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인상파 전체의 분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1879년 제4회 인상파 전시회는 모네와 드가가 개최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였던 전시회였다. 피사로는 당시 드가의 제안에 따라 부채 모양의 선면화를 그렸고, 2년 뒤 제6회 인상파 전시회 때는 드가를 배제하지 않기 위해 다른 화가들을 설득했다. 모두가 비웃었던 세잔의 그림을 존중하며 오마주한 것도 피사로였다. 물론, 그의 포용력 때문에 인상파전이 그대로 공중분해 되긴 했지만...


피사로가 이토록 다른 화가들을 포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그가 다른 화가들에 비해 나이가 조금 더 많아서가 아니다. 그가 그린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특유의 분위기는 피사로의 섬세한 관찰이 없었다면 표현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피사로는 사람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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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가 일궈온 인간관계의 결말은 다소 안타깝다. 덴마크 국적의 유대인이었던 피사로는 드레퓌스 사건에서 드레퓌스 대위를 옹호했고, 유대인을 혐오했던 드가, 르누아르와는 연을 끊게 된 것이다. 다름을 존중하며 사람을 좋아했던 피사로에게 절교라는 결과를 불러온 잣대가 인종이라는 점은 참 아이러니하다.


 

 

인상주의가 끝난 후 밀려온 새로운 물결 : 쇠라


 

쇠라<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라는 그림은 인상파의 막을 내리고 포스트 인상주의로 나아가게 만든 작품이다. 점묘법이 활용된 것으로 유명한 그림이라 그 뒤에 숨겨진 이론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았는데, 사실은 굉장히 세밀한 이론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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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라는 우리 눈에 보이는 빛처럼 정말 밝은 빛을 그림에 담아내기 위해 광학적인 색채 이론을 적용했다. 빛의 삼원색(RGB)을 혼합하는 가색 혼합 원리를 활용해 점묘법으로 그린 수많은 점 사이에 보색을 배치한 것이다.


쇠라의 그림은 모네와 고갱으로부터 자연의 느낌이 없는 인공적인 그림이라 비판받았고, 르누아르에게는 “그림은 이론이 아니다”라는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쇠라는 자연 그대로의 빛을 재현하고, 자신의 그림에 역동성을 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의 점묘법이 표면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한 듯해도 자연을 그대로 모방하기만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고자 한 새로운 시도였음은 사실이다. (실제로 고갱도 점묘법을 몰래 시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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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는 앞서 말했듯 친절한 인상주의 입문서, 인상파 설명서 같다. 책의 구성이 유튜브 콘텐츠에서 비롯되었기에 모든 내용이 저자와 어시스턴트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어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또, 단순히 인상주의 화가 몇 명을 소개하는 책이 아닌 인상파의 시작과 끝, 그 크고 작은 흐름과 역사를 탄탄하게 풀어주는 책이다.


책에서 설명하는 대부분의 작품은 삽화로 수록되어 있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인상주의 작품들이 주는 다양한 느낌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그 속에서 소소하게 찾아볼 수 있는 삶의 교훈은 책을 덮고 나서도 우리의 마음속에 인상 깊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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