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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 뉴욕의 맨해튼에 사는 20대 여섯 남녀의 사랑과 꿈 그리고 인생을 담은 시트콤이다.
서로에게 익살스럽게 굴다가도, 각자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항상 곁에 있어 주는 이 친구들을 보고 있다 보면, 내 교환 학생 시절 4개월을 함께 보냈던, 인터내셔널 갱이라 칭해지는 우리 친구 그룹이 생각난다. 오늘은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프렌즈를 보면, 6명 모두 캐릭터성이 뚜렷하고, 각자의 목표를 향해서 나아간다. 그리고 서로를 진심으로 놀리되, 있는 그대로 서로를 사랑한다.
우리 친구들도 비슷했다. 인터내셔널 갱은 한국인, 미국인, 대만인, 콜롬비아인 등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친구들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다양함의 빛깔은 우리를 더 굳세게 결집시켰다. 우리는 허물없이 어우러졌고, 서로의 다양성을 사랑했다.
눈이 내리치는 한밤 중에 나가서 다 같이 눈싸움 하거나, 해 뜰 때까지 지하에서 음악을 들으며 술을 찌그리고 당구를 치기도 했다. 큰 차에 9명이서 비좁게 붙어앉아 쇼핑하러 갔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날씨가 좋은 날은, 다 같이 나와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거나, 달리기 시합을 했다. 하키 경기에 다같이 가서 격하게 우리 학교 팀을 응원한다. 서로의 별명을 부르고, 같이 랩을 만들기도 한다. 바보 같은 춤에 취해 한껏 나다워지는 순간들을 공유한다. 그리고 지금은 나열할 수 없게 된 기억 속으로 숨어버린 우리의 미세한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서로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사랑과 꿈을 마음 담아 응원해 준다.
익살스럽게 장난치는 그들의 순간 한편에는 서로를 향한 존경과 존중, 그리고 사랑이 숨어있었다. 참으로 희한하고도 찬란한 풍경이었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던 것은, 서로의 멋진 모습들을 언제라도 서슴없이 일러주어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고, 사랑할 수 있게 했다. 그러한 친구들 곁에서 오랜 시간 존재하다 보면, 나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게 된다. 다양한 것이 아름다운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내 안에 흐르는 피와 심장이 뛰는 방식까지도 자랑스러운 나만의 것이라는 사실 또한 인지하게 된다.
인터내셔널 갱과 함께 생활했던 4개월 동안, 나를 사랑하고, 친구들의 다양성을 사랑하고, 사람을 신뢰하는 방법을 배웠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말하는 방법을 배웠다.
항상 서로를 향해 우스꽝스러운 농담을 던지고, 쓰고 있던 모자를 뺏어가고, 신고 있던 신발을 바꿔 신지만, 우리들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프렌즈의 주인공들처럼, 우리는 청춘의 한자락을 뉴욕에 깊고 진하게 남겼다.
©Everett
뉴욕 어디선가 아직도 우리의 잔상이 남아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도 어디선가 우리의 노래가 들려오고, 우리의 술에 절인 춤이 재생되고 있을 것만 같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던 방식이 공중에 훌훌 떠다니며, 우리의 향이 공기 중에 길을 잃어 있을 것만 같다.
어떠한 순간이 다시 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갑자기 너무나도 슬퍼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나의 과거와 미래는 모두 현재의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로, 그렇게 많이 슬프지 않다.
내가 나로 존재했던 모든 순간과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 시절은 모두 지금의 내 안에 담겨있다.
우리의 4개월은 지나갔지만, 또 다른 젊음과 사랑의 시절이 찾아올 것임을 믿는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께,
나의 꿈과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그룹이 있다면, 마음속에 더 깊게 새겨 나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보자.
나의 청춘 색을 칠해준 한국과 미국에 있는 내 친구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